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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사라진 '그것'을 찾는 건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 일 <포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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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포프란: 사라진 X를 찾아서>

 

영화 <포프란: 사라진 X를 찾아서> 포스터. ⓒ이놀미디어

 

만화 서비스 어플 '나침반'을 성공시키며 단숨에 촉망 받는 CEO로 우뚝 선 타가미, 그는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좋아하고 만화가도 꿈꿨지만 재능의 한계를 깨닫고 보여 주는 일을 하고자 한 것이다. 소문에, 함께 창업한 동료를 해고하고 스무 살에 결혼해 아이도 있었지만 가족을 두고 홀로 상경했다고도 하며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썼다고 한다. 부모님과의 사이가 요원한 건 물론이겠다. 

 

어느 날, 유명 만화가의 생일 파티 때 술을 진탕 마시고 그의 비서와 밤을 보낸 뒤 아침에 눈을 떠 보니 '그것'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믿기 힘든 현실, 병원에 가 봐도 알 수가 없다. TV 뉴스에서 하늘을 초고속으로 오가는 정체불명의 미확인 생명체들이 목격되었다고 할 뿐이다.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볼 일 보는 것도 어렵다. 

 

회사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곳을 찾는 타가미, 모임을 주선한 이가 말하길 '포프란'이 사라지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는데 포프란이 '사라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인체에서 이탈해 '알피트'로 시속 200km 날갯짓을 하며 날아다니는데, 6일 후 영양 부족으로 죽고 만다. 그때까지 찾지 못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무조건 6일 안에 찾아서 다시 붙여야 한다.

 

타가미는 꿈에 나온 이들, 이를테면 해고한 동업자와 스무 살에 결혼했지만 내팽개쳐 버린 아내, 아이 그리고 오랫동안 찾아가기는커녕 연락조차 드리지 않은 부모님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사라진 포프란을 찾아 보기로 했다. 그는 과연 포프란을 찾을 수 있을까?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신작

 

지난 2018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로 제작비의 1000배 이상을 벌어들이고 비평 면에서도 상당한 호평을 받으며 혜성같이 등장한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며 의미와 재미까지 두루두루 전할 수 있는 스토리텔러다. 그는 이후에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2020년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에 이어 올해에도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왔다. 

 

<포프란: 사라진 X를 찾아서>(이하, '포프란')는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불러모으는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신작이다. 잘나가는 CEO의 포프란(또는 X, 또는 거시기)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사라진 포프란을 찾고자 애써 감췄던 옛 인연들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타가미에게 포프란이 '왜' 사라졌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포프란을 '어떻게' 되찾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포프란이 '왜' 사라졌는지가 중요해진다. 그리고, 영화를 해석하고 깊이 있게 들여다봄에 있어 포프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중요하다. 타가미가 모든 걸 뒤로 하고 포프란을 찾고자 오랫동안 찾지 않았던 옛인연들을 찾는 건 어떤 의미일까. 포프란은 왜 옛연인들이 있는 곳에 출몰한다는 걸까. 타가미의 여정을 따라가 보면 알 것이다.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코믹

 

<포프란>은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시작되었다. 남자의 그곳이 어느 날 자의(自意)로 인체에서 탈출해 6일 동안 무지막지한 속도로 돌아다니다가 기력이 다하고 영양이 부족해 죽는다니 말이다. 포프란이 없어서 힘겹게 볼 일을 보는 타가미의 모습과 자의로 도망 간 포프란을 되찾고자 여정을 떠나는 타가미의 모습은 코미디 그 자체다. 온갖 몸개그의 향연이다. 

 

하지만, 타가미의 현 상황을 나에게 대입해 보면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코믹함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물론 몸에 지니고 있을 때도 언제나 재차 확인하며 그 소중함을 인지하고 또 인지하지만, 막상 없어졌다고 또 영원히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내 모든 게 무너지는 느낌이다. '거기'가 사라지면 '나'도 사라질 것 같다. 

 

여기에 기발한 기획력이 추가되는데, 타가미가 포프란을 찾는 여정과 작중에서도 몇 번 언급되는 문구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해라'가 맞물리는 것이다. 즉 타가미가 사라진 포프란을 되찾는 여정은 타가미가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는 여정과 다름 아니다. 진지하기 이를 데 없는 여정을 기상천외한 코믹력 충만한 여정으로 치환해 놓았다. 

 

기발한 기획력과 의미

 

타가미는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는 동업자를 버렸다. 그런 식으로 하면 회사가 커질 수 없고 설령 커졌다고 해도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성공'을 위해 동업자를 버렸고 오리지널을 버렸으며 결정적으로 오리지널리티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자신'을 버렸다. 되찾을 수 있을까?

 

타가미는 사랑해서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던 가족을 버렸다. 비록 치기 어린 스무 살 시절 뭣도 모르고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기로서니, 어른의 나이에 사람된 도리로 끝까지 책임져야 했건만 '성공'을 위해 가족을 뒤로 하고 상경했다. 그때 그 시절의 '자신'을 송두리째 버린 것이다. 되찾을 수 있을까?

 

타가미는 가족을 버리며 상경하려는 자신을 반대한 부모님을 버렸다. 자신의 마음을 따르고자 부모님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고 하지만, 찾아뵙기는커녕 연락 한 번 드린 적이 없다는 건 '성공'을 위해 정녕 자신의 모든 걸 버렸다는 방증이 아닌가. 되찾을 수 있을까?

 

타가미가 성공한 CEO의 자리까지 오는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앞으로 누구한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비단 타가미뿐만 아니라 우리네 누구한테나 통용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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