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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슈퍼피쉬> 끝없는 여정의 종착지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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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슈퍼피쉬-끝없는 여정>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피쉬-끝없는 여정> ⓒ KBS


한국방송공사(KBS)는 2007년 <차마고도>, 2008~2009년 <누들로드>에 이어 2012년 <슈퍼피쉬>를 선보였다. 쉽사리 접할 수 없는 대자연의 면면을 생생하게 대작들이었고, 특히 <슈퍼피쉬>는 주연에 물고기(대자연), 조연에 인간을 캐스팅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하였다. 

작품들이 계속되면서 다큐멘터리의 한계를 뛰어 넘는 스케일과 시청률, 많은 관심으로 다큐멘터리의 새 지평을 열었다면 평을 받았다. <슈퍼피쉬>는 TV 방영 1년 후 극장에서 3D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 8월에 방영된 <슈퍼피쉬> 시리즈는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한 2013 휴스턴국제영화제 TV시리즈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으로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20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5대륙 24개국에서 18개월간 촬영한 것이 헛되지 않은 것이었다.

총 5부작 3시간이 넘는 TV 시리즈를 70여 분의 영화로 재편집하면서 주로 스펙터클한 장면을 위주로 하였고, 특수 장비를 이용한 초고속 장면과 수중 영상을 대폭 증가시켰다고 한다. 시작과 동시에 별다른 설명 없이도 눈을 뗄 수 없는 장면들이 시종일관 이어지는 걸 보니 감독의 의도가 잘 들어맞은 것 같아 보인다.


영화는 참치 떼가 산란을 하기 위해 대서양에서 지중해로 여정을 떠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어서 지중해 이탈리아의 한 섬에서 20여 명의 어부들이 1년에 한 번 있다는 참치잡이를 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들은 '마탄자'라는 고기잡이 방법으로 참치 떼를 죽음의 방(그물)으로 몰아넣어 몰살시킨다. 참치들의 핏빛 탄식으로 가득 찬 이곳에서 이들은 살육의 축제를 즐긴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에서 잔인함을 찾을 수 없다. 참치의 죽음(死) 이면에는 어부들의 삶(生)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3000년 전부터 내려온 로마인들의 생존 법칙, 나아가 10만 년에 걸친 인류사의 생존 법칙이다.

<슈퍼피쉬-끝없는 여정>의 한 장면. 영화는 참치 떼가 산란을 하기 위해 대서양에서 지중해로 여정을 떠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 KBS


참치의 죽음과 어부들의 삶을 교차시키며 시작된 영화는 인류의 물고기잡이 역사를 다룬다. 아프리카 중부에서 10만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작살이 발견된 것이다. 또한 3500년 전의 이집트 벽화에서도 물고기잡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인류의 생존 역사는 물고기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물고기의 거대한 이면에 압도되어, 그 장구한 역사의 깊이에 압도되어, 이를 설명하는 대자연의 위대함에 압도되어, 다른 어떤 생각을 할 수 없다. 그러며 시간이 갈수록 물고기에 대한 생각이 바뀐다. 하찮은 물고기에서 고마운 물고기로, 그리고 위대한 물고기로. 결국에는 친근한 물고기로.

글로벌 대기획답게, 갑작스레 눈앞에 완전히 다른 지형의 자연이 펼쳐졌다가 없어지고 다시 나타난다. 다음은 아프리카 말리의 도곤족 마을로 간다. 극도의 메마름으로 물 구경하기가 너무나도 힘든 그곳에서는 1년에 한 번씩 물고기잡이 축제가 열린다.

위의 이탈리아 어부들의 축제와는 완연한 차이를 보이는 축제이다. 강이었다가 메말라 조그마한 호수가 된 곳에서 전역에 퍼진 도곤족 남자 4000여 명이 물고기를 잡아가는 것이다. 그 물고기를 가족들과 함께 나누며 1년을 버틸 힘을 얻는다. 이쯤에서 물고기는 이미 대자연이 낳은 위대한 존재가 되어 있다.

영화는 계속해서 중국 지린, 미국 알래스카로 시선을 옮긴다. 그러며 물고기에 대한 또 다른 관심을 표출한다. 이번엔 조금 더 인간의 시각으로 보기 시작한다. 빨리 썩는 물고기의 보관 방법, 효과적으로 물고기를 양식한 뒤 별 무리 없이 잡는 방법, 도구나 다른 생명체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방법 등. 시각은 인간으로 치우치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물고기는 그 엄청난 생명력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 생명력은 생생히 전달된다.

그렇다면 물고기는 인간에게 단지 생존만을 위한 존재일까? 영화는 마지막 부분에서 물고기의 또 다른 이용 방법을 소개한다. 호주 남단의 포트링컨. 이곳은 세계의 참치 수도로 불리는 곳이다. 본래 호주에서 제일 가난한 도시에 속했던 이곳은 참치 덕분에 제일가는 부자 도시가 되었다. 즉, 참치는 생존을 넘어서 인간에게 부유함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곳에서는 참치 던지기 대회가 50년째 열리고 있다. 음식 낭비, 나아가 생명 경시라는 비판 속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아마 관광의 목적이 클 것이다. 이 또한 생존과는 거리가 먼 부유에 대한 욕망일 것이다. 참치의 생명력은 사라지고 인간의 탐욕만 남는다. 그럼에도 그들이 부유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오로지 참치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에, 보이지 않아도 참치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슈퍼피쉬-끝없는 여정>의 한 장면. 물고기는 그렇게 친근한 존재한 존재가 된다.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존재. ⓒ KBS


이곳에서 잡힌 참치는 일본의 도쿄 츠키지 어시장으로 간다. 그곳은 참치의 무덤이라 불린다. 세계 곳곳에서 잡힌 참치들이 한데 모이기 때문이다. 참치는 다시 스시집으로 옮겨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들의 입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참치는 철저히 해체당한다. 사람들은 참치 해체쇼를 보며 신기해하고 즐거워한다. 사람보다 더 크고 생명력 넘치는 참치가 조그마하게 해체되는 장면을 보며 신기해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참치는 그렇게 친근한 존재한 존재가 된다.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존재. 


이 영화를 살리는 건 누가 뭐래도 물고기의 존재이다. 그리고 그 물고기의 생명력, 인간들의 생존을 위한 사투와 욕망을 잘 표현해내는 영상과 음악이다. 찰나의 순간을 초고속 촬영과 타임슬라이스(카메라 수십 대를 이용해 피사체의 순간 움직임을 다양한 각도로 촬영하는 촬영 기법)로 촬영해, 훨씬 더 역동적이고 생명력 있게 표현해냈다.

또한 여기에 영화 <적벽대전> <살인의 추억> 등의 음악 감독으로 유명한 일본의 영화음악 작곡가 이와시로 타로가 OST를 맡아 힘을 실어주었다. 비장미 있는 클래식 풍의 OST가 물고기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생존을 향한 인간들의 사투를 위로한다.

인간에게 물고기란 얼마나 감사한 존재인지, 물고기 그 자체로 대자연이 낳은 한 생명체로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인간 또한 대자연이 낳은 한 생명체로서 물고기와 동등한 존재라는 걸 인지할 수 있다면 이 영화를 본 이유로 충분하다.



"오마이뉴스" 2013.8.16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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