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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끝에는 '슬픔'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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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욕망이 맞부딪히는 지금을 보여준 <더 테러 라이브>

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한 장면. "신고하지마. 이건 일생일대의 기회야!" ⓒ 씨네2000


"지금…, 한강 다리를 폭파하겠습니다."이 한 마디로 악몽 같은 시간이 시작된다. 어느 불만에 찬 시청자의 장난 전화이겠거니 생각하며 터뜨려보라고 맞받아쳤더니 진짜로 폭파해버렸다. 그것도 방송국 근처에 있는 마포대교를. 만약 그곳이 다른 어딘가였다면, 앵커 윤영화(하정우 분)는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테러범의 노림수였을까. 과거 '국민 앵커'라 불리면서 마감 뉴스만 5년 연속으로 진행했던 윤영화가 라디오로 밀려나 재기를 노린다는 것을 테러범이 알고 있었던 것일까. 윤영화는 이 테러를 기회라고 생각하고 생방송을 결심한다. 그러며 과거 그를 물 먹였던 차대은 국장(이경영 분)과 같이 시청률 대박을 노리고 테러범과의 전화 통화를 시도한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숨도 쉴 틈 없이 이야기를 진행시켜 10분 만에 본론으로 진입한다.

"신고하지마. 이건 일생일대의 기회야!"(윤영화 앵커)

테러는 이미 벌어졌으니 재난영화로써의 볼거리는 이미 다 보여준 셈이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게 세심한 배려를 한 것 같지는 않다. 대신 영화는 시선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는 것을 택한다. 주연 배우 하정우의 상반신. 그곳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믿고 보는 배우' 하정우에 대한 무한한 믿음과 자신감의 표출이랄까. 
영화가 묻는 언론의 본질 그리고 정부의 본질

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한 장면. "지금 시청률 78% 찍었는데, 끝나고 술 한 잔 하자!" ⓒ 씨네2000


영화는 윤영화의 이야기에서 테러범 박노규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박노규는 30년 전 마포대교 신축 공사에서 노동자로 일했고, 2년 전 마포대교 확대 공사에서도 노동자로 살았다. 그런데 2년 전 사고로 3명이 죽었을 때, 경찰이 국제 행사 때문에 오지 못했던 것이다. 

박노규는 이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마포대교 폭파를 계속한다. 그러며 '믿을 수 있는 국민 앵커' 윤영화의 입을 통해 자신의 요구를 전달하려 한 것이었다. 그에게서 잘못 표출되는 욕망 덩어리를 볼 수 있다. 

영화는 이처럼 크게 두 가지 갈래 길로 나뉘어져 수평을 달리는 듯 보인다. 윤영화와 박노규, 박노규와 정부 간의 관계. 즉 억울한 한 '하층민' 시민이, 방송국(언론)의 국민 앵커라는 믿을 수 있는 통로를 통해 정부에게 요구를 하는 것이다. 영화는 테러범 박노규의 말을 통해서 묻는다. 언론(방송)의 본질이 무엇인가? 정부의 본질이 무엇인가? 그로 하여금 테러를 할 수밖에 없게끔 만든 이는 누구인가? 

이쯤에서 봤을 때 방송국은 이 사태에서 제3자의 입장일 뿐이다. 시청률 운운하는 것도 방송국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아직 무너지지 않은 마포대교 위에 인질 아닌 인질로 10여 명의 사람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영화는 또 다른 길로 들어선다. 제3자의 입장이었던 방송국이 끼어들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시청률 78% 찍었데. 끝나고 술 한잔 하자!"(차대은 국장)

그러나 거기엔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만 있을 뿐이다. 사람들의 목숨조차 시청률에 이용해 먹으려는 차대은 국장의 욕망. 그는 대통령이 사과할 리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 테러범으로 하여금 인질을 다 죽게 만들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인질극의 막을 내리며 시청률의 정점을 찍고, 해결은 윤영화 앵커가 한 것으로 말이다.

여기서 윤영화는 딜레마에 빠진다. 다만 인질에 대한 미안함이 100%가 아니다. 그의 옆에서 경찰총장이 이어폰 폭발로 죽었고, 그의 귀에도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가 살기 위해서는 무조건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 인질이 죽어서는 안 됐다. 만약 그렇게 되면 그 다음 차례는 자신이 될 테니. 그 또한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결국 윤영화는 차대은 국장의 말을 무시하고 곧 대통령의 사과가 있을 것이라며 테러범을 달랜다. 영화는 다시금 긴박하게 흘러간다. 차대은 국장의 제보로 윤영화 앵커의 비리가 밝혀지고 인질들이 있던 마포대교가 무너지면서 윤영화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하지만 그때 테러범이 잡혔다면서 <더 테러 라이브>는 갑작스레 막을 내리게 된다. 

재미와 긴장은 시작 부분에 쏠려 있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 ⓒ 롯데엔터테인먼트

각자의 욕망들이 격렬히 부딪히는 이 자리에서, 누가 옳고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니, 원인을 제공한 자와 과정을 즐긴 자, 결과를 도출한 자들이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에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이쯤 되면 테러는 테러범 하나의 손이 아닌, 관련된 자 모두의 손으로 행해지게 된다. 


마지막 반전을 감안하고서라도 영화는 시작과 거의 동시에 긴장을 수반한 재미의 최고점을 찍고 뒤로 갈수록 내림세를 보인다. 중후반쯤에 보여주는 신파적 요소는 스릴러에서 재난 영화로의 급전환을 시도한 것처럼 보였다. 

그 이후였을까. 차마 화면을 볼 수 없게 만드는 긴장감 있던 음악의 효과가 반감되고, 격렬하게 춤추던 카메라가 멈추며, 윤영화와 테러범을 두고 옥신각신하던 관계자들이 모두 퇴장해 텅 빈 공간만 남는다. 대신 땀나게 꼭 쥐었던 손이 풀리고, 다가올 허무함을 느낄 준비를 한다. 

그런데 허무함보다 슬픔이 밀려온다. 당연한 보상과 사과 한 마디를 받고 싶어 절규하는 하층민의 모습을 보며, 시민들의 목숨을 시청률의 수단으로 삼는 방송국 국장의 모습을 보며, 지하 벙커에 숨어 결국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 대통령을 생각하며, 대통령의 사과를 대신하는 윤영화의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그들은 왜 그래야만 했을까. 마지막에 가라앉는 건물에서 비치는 윤영화의 눈빛은 슬픔으로 가득 차있다.



"오마이뉴스" 2013.8.4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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