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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대한민국은 언제나 국민이 살렸다" <나의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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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나의 촛불>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촛불> 포스터. ⓒ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

 

<교수신문>에서 2001년부터 연말기획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해 발표해 왔는데, 2016년과 2017년이 극명하게 대립된다. 2016년엔 ≪순자≫ <왕제편>의 '군주민수'로 임금은 배고 국민은 백성은 물이니 물은 배를 뜨게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면, 2017년엔 길장의 ≪삼론현의≫ '파사현정'으로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2016년과 2017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때 일어난 일을 모르는 분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다시 들여다보는 건 언제든 의미가 있다. 그때는 미처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던 일들이 새롭게 보이거니와, 지금 이 순간에 대입해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그때 그 시절 2016~2017년에 일어났던 '촛불 혁명' 연대기를 짧고 굵게 들여다본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촛불>이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나의 촛불>은 김의성 배우와 주진우 기자가 제작과 연출까지 도맡아 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김의성 배우의 경우 1980년대 연극을 시작해서 1990년대 영화와 드라마로 건너갔다가 오래지 않아 제작자로 빠졌고 2010년대에 연기에 복귀해 이후 누구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확실한 진보 쪽 정치 성향을 가지고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로 유명하다. 그런가 하면, 주진우 기자의 경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탐사 보도 1인자로 이명박 전문가로 유명짜하다. 역시 진보 성향이 강한 듯하다. 

 

박근혜 퇴진 운동의 시작

 

영화는 "박근혜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 질문에 가장 먼저 나와 대답을 한 이는 다름 아닌 손석희,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과정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다. 그의 대답은 특별하지 않아 매우 특별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통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특별한 생각을 가져야 되나요?"라며 되묻는다. 

 

그렇다, 왠만한 우리가 '박근혜'라는 사람을 생각하고 논할 때면 그를 특징 짓는 단어 하나를 넣으려 한다. 이를 테면, 멍청하다든지 사실은 똑똑했다든지 불쌍하고 불행한 사람이라든지 대통령이 되면 안 되었던 사람이라든지 말이다. 결과론적인 말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박근혜에 대한 통상적인 생각은 한 나라를 이끌면 안 되었던 사람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결과론적인 말이 아닐 수 있다. 2016~2017년 촛불 혁명 훨씬 전부터 '박근혜 퇴진 운동'의 조짐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 결정적 시작은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일 것이다. 유시민 작가의 말마따라, 정부의 문제해결 노력은 보이지 않고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대처에 온국민이 분노와 슬픔을 나눴다. 그리고, 같은 해 말경 언론 보도로 정윤회(최순실 전 남편)의 국정 개입이 사실이었다는 큰 파장의 사건이 삐져 나온다. 

 

이후에도 박근혜 정부의 상식 밖 실정은 계속된다. 국정교과서 사태, 위안부 합의, 주한미군 사드 배치 논란 등 정부의 실정이 계속될 때마다 사회 각계 각층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던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박근혜 정부 4년 차 2016년, 조선일보가 큰 건을 터뜨렸고 한겨레신문이 이었으며 10월 24일 JTBC가 최순실의 것으로 확실시되는 개인 컴퓨터를 입수하며 결정적 한 방을 날린다. 거기엔 청와대에서도 사전에 공유되지 않는 대통령 연설문이 다수 있었다. 민간인의 정부 권한 개입, 이른바 '비선실세'의 시작이었다. 

 

촛불 혁명 막전막후

 

JTBC의 결정적 한 방이 터진 지 5일 만인 10월 29일, 공식적으로 첫 '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 촛불 집회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주최 측 추산으로도 몇 만 명이었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로 되며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다. 불과 세 번째에서 100만 명이 넘었고, 다섯 번째에서는 200만 명에 근접했으며 여섯 번째에서는 200만 명을 훌쩍 넘겼다. 정부 수립 이후 최대 규모로, 전 세계가 감탄했다. 

 

그 사이 박근혜는 대국민 담화로 무마하려 하고 최순실은 검찰에 소환되었지만 국회는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심상정 의원의 말마따라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초기에 당시 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와의 타협을 통해서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그토록 조심스러웠던 이유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추미애 의원은 5.16이 4.19를 말아먹었고 6.10이 있었지만 야권이 분열되어 기회를 놓쳤던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말한다. 두려움과 중압감이 혼재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날씨는 점점 추워졌지만 매주 주말이면 어김없이 광화문 광장으로 나와, 박근혜 퇴진을 요구했고 하루빨리 정치권이 그 목소리에 화답하길 바랐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니, 국민들로서는 정치권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던 한편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번에도 변하지 않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을 수 있었던 것 같고 야당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권은 트라우마에 갇혀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미래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촛불 혁명을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거의 모든 인터뷰이가 대답하는데, 의외의 인물 당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에게서 가장 와닿는 말이 나온다. "(4.19도 그렇고 6.10도 그렇고 5.18도 그렇고 부마항쟁도 그렇고)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살린 겁니다"라고 말이다. 

 

국민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보고서

 

<나의 촛불>은 대한민국을 살린 국민들에게 보내는 편지와 다름 아니다. 촛불 혁명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국민이었고, 그들 덕분에 어긋난 길을 가던 대한민국 역사를 제자리에 올려 놓을 수 있었으며 암흑과도 같았던 현실에서 촛불처럼 희망을 다잡을 수 있었다. 어느 시민의 말마따라, 촛불은 어둠을 밝힐 수 있는 빛이고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빛인 것이다. 

 

우리는 이 지난한 사태의 잠정적 끝을 잘 알고 있다. 국회의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고, 특검이 실시되었으며,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파면을 결정했고, 3월 31일 구속된다. 그리고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었다. 한편, 촛불 집회는 4월 29일까지 계속되며 국민들의 분명한 목소리를 만방에 떨쳤다. 언제나 국민이 먼저 행동했고 정치권이 뒤따랐으며, 정치권이 빠르게 발을 뺐고 국민이 끝까지 남았다. 

 

그런가 하면, <나의 촛불>은 군더더기 없는 보고서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의 몇 년을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정부 퇴진 운동-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을 중심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 주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름만 말해도 얼굴만 보여 주도 알 만한 정치권 인사들과 일반 시민들을 고루 인터뷰하면서 균형을 살핀 것도 한몫했다. 

 

국민은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다. 세상을 올바르게 바꾸고 역사를 제자리에 올려 놓을 준비 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을 읊어 본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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