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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도서

초로의 유시민이 다시 들여다본 20세기 세계사 <거꾸로 읽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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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도서 리뷰] <거꾸로 읽는 세계사>

 

 

책 <거꾸로 읽는 세계사> 표지. ⓒ돌베개

 

유시민 작가의 책을 은근히 접했다. 19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꾸준히 책을 내 온 그이지만, 내가 처음 그의 책을 접한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은 2014년 무렵이었다. <나의 한국현대사>, 현대사의 주요 역사적 사건들을 큰 줄기 삼고 유시민 자신의 체험을 잔가지 삼아 엮어낸 교양서 말이다. 유시민이 직업정치인의 옷을 벗어 던지고 작가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후 내놓은 두 번째 책이었다. 

 

이어서, 이듬해 나온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도 접했다. 이 책과 관련된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데, 유시민 작가가 책에서 내가 만든(편집한) 책을 소개하며 자못 대대적으로 추천했던 것이다. 덕분에 내가 만든 책도 꽤나 많이 팔렸던 기억이 있다. 그때 유시민 작가께 연락을 취해 내가 만든 책의 저자분과 연결시켜 드리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접한 유시민 작가의 책이 <국가란 무엇인가>였다. 2011년에 나온 판본의 2017년 개정신판으로, 당시 촛불 혁명으로 국가에 대한 생각이 급격하게 바뀐 세태를 반영한 책이라 하겠다. 

 

그리고 2021년, 쉬지도 않는지 또다시 책을 내놓은 유시민 작가이다. 물론, 중간중간 <국가란 무엇인가>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처럼 개정판이 껴 있지만 개정판도 엄연히 새로운 책이니 만큼 그냥 지나칠 순 없겠다. 그런 가운데, 유시민 '작가'의 원류라고 할 만한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전면개정판으로 돌베개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서문을 통해 밝혔듯, 말 그대로 '다시 썼다'고 한다. 그대로 둔 문장 없이, 정보량을 늘렸고 해석을 더러 바꿨으며 각주를 꼼꼼하게 달았다고 한다. 

 

100만 부 베스트셀러의 귀환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1988년 출간된 이후 100만 부 이상 팔렸다고 알려진 시대의 베스트셀러다. 20세기 이후의 세계사를 1988년 당시에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획기적인 시각으로 조명했는데, 바로 그 지점이 베스트셀러의 이유이면서 논란의 이유이기도 했다. 다분히 편파적이고 공격적이었으며 거칠기 짝이 없었다. '독재자가 국정교과서와 신문 방송을 동원해 국민에게 주입한 역사 해석과 싸우려고' 책을 썼다고 하는데, 전면개정판 서문에도 나오듯 '1980년대 지식 청년의 지적 반항'이라는 평이 적절하지 않나 싶다. 

 

전면개정판은 어떨까. '유시민'이라는 사람이 변하고, 환경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고, 세상이 변했을 테다. 그에 맞춰 편파적이고 공격적이고 거칠기 짝이 없었던 초판 그리고 개정판의 논조가 균형이 맞춰지지 않았나 싶다. 아니, 유시민 작가가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했을 테다. '이념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는' 걸 지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20세기 세계사를 '거꾸로 읽는' 자세를 전부 버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여전히 교과서와 언론이 소홀하게 취급하는 몇몇 사건들이 있기에, 이 책이 최초에 생각했던 기획의도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은 것이리라. 그런저런 사연들을 충분히 숙지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인 후 이 책을 본다면, 재밌고 풍성한 역사 이야기로 무리 없이 완독할 수 있을 것이다. 

 

드레퓌스 사건에 대하여

 

11가지 사건으로 들여다본 20세기 세계사, 절반 이상은 아주 잘 알진 못하더라고 그동안 꾸준히 접해 오면서 다양한 시각들을 흡수했기 때문에 정리하는 차원에서 봤다. 특히 유시민 작가만의 고유한 대중교양적 글쓰기 덕분에 무수한 정보를 축약해 받아들이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시피 했다. 정녕 유시민은 이 시대의 이야기꾼이 맞다 싶었다. 그런가 하면, 몇몇 사건은 오다가다 들어봤을 뿐 사실상 거의 모르다시피 했으니 이번 기회가 참으로 좋았다. 처음이라고 하면, 어렵지 않게 그러나 허투루가 아니게 접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드레퓌스 사건, 유시민은 이 사건을 두고 '20세기의 개막'이라 했다. 19세기 말, 프랑스 포병 대위 드레퓌스는 스파이의 죄명으로 반역자가 되어 한순간에 군적이 박탈되어 종신형에 처해졌다. 이후 우연히 진실이 밝혀지는 길이 열리는데, 그때마다 그의 발목을 잡고 나아가 정치문제로 비화하고 프랑스 그리고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사건이 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 게 바로 '유대인'이었다. 그렇다, 드레퓌스는 유대인이었던 것이다. 

 

1906년 법원이 드레퓌스에게 무죄를 선고할 때까지 얽히고설켜 법률적 종결뿐만 아니라 정치적 해결까지 완벽하게 이뤄져야만 했던 사건을 두고, 유시민은 '지식인과 언론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렸다고 했다. 지식인과 신문·잡지·방송의 시대는 20세기 말까지 이어졌는데, 20세기 특유의 현상이었다는 것이다. 흔히 '드레퓌스 사건'을 두고 반유대주의를 제일선에 위치시키는데, 자못 일차원적인 해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반면, 이 책에서는 지식인과 언론을 제일선에 위치시켜 또 다른 면을 앞세웠다. 

 

팔레스타인에 대하여

 

드레퓌스 사건과 이어지기도 하는 바, 참극의 땅 팔레스타인 이야기도 이참에 정리해 볼 수 있었다. 20세기 세계사에서 가장 들여다보기 힘들고 어려운 게 '중동 문제'일 텐데, 그곳의 정치체제·종교·역사가 외부에서 보면 비슷한 듯하지만 저마다 첨예하게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팔레스타인 문제' 또는 '이스라엘 문제'야말로 중동의 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핵심이라 하겠다. 

 

19세기 말을 전후로 팔레스타인에 순수한 유대인 국가를 세우려 한 특수한 형태의 민족주의 '시온주의'가 태동해 위세가 강해지면서, 팔레스타인의 토지를 매입하다가 급기야 아랍인을 내쫓고 땅을 빼앗았다. 결국 1948년에 이스라엘을 세웠다. 물론, 거기엔 영국과 프랑스와 오스만 제국과 독일 등 강대국들의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설전이 있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달라지지 않는 점은, 이스라엘 건국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침략이라는 점과 시온주의는 다른 민족 집단을 폭력으로 내쫓고 자기 나라를 세운 침략적 민족주의였다는 것이다. 유시민이 밝히듯, 그야말로 유대인 본인들이 2천 년 넘게 받은 혹독한 차별과 박해를 고스란히 아니 어쩌면 더 가혹하게 돌려 주는 것과 다름 아니겠다. 

 

잘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 이보다 더 논리적일 수 없는 의견이다. 유대인이 오랜 세월 당했던 박해와 히틀러의 나치에게 받았던 홀로코스트의 아픔을 심히 공감하고 함께 공분하며 아파할 수 있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그들이 팔레스타인 민중에게 가한 짓 또한 절대 그냥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 <거꾸로 읽는 세계사>의 여러 사건을 통해 유시민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와 함께 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의견 또한 심히 공감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