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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도서

어떻게 하면 흔들리는 오십을 다잡을 수 있을까요? <오십에 읽는 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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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독자에게] <오십에 읽는 논어>

 

<오십에 읽는 논어> 표지. ⓒ유노북스

 

작년 말이나 올해 초였을 겁니다. 대표님과 식사하고 차를 마시면서 언제나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대표님이 기획 제안을 하나 하셨습니다. 정확히 10년 전 출간되어 자그마치 20만 독자의 선택을 받았던 신정근 교수님의 베스트셀러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21세기북스) 얘기를 하시면서, 10년 전 마흔이 이제 쉰이 되었으니 논어를 다시 한 번 꺼내 들어 쉰을 위한 책을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는 말씀이었습니다. <오십에 읽는 논어>(유노북스)의 시작점인 셈이죠. 

 

대표님 말씀 때문이 아니라 논리적·수치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는 기획 거리였습니다. 곧바로 받아서 기획을 진행하는 한편, 알맞은 저자를 물색했습니다. 저는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처럼 교수 저자를 물색했는데, 대표님께서 논어 또는 공자 전문가로 책을 다수 써 본 저자가 괜찮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대표님의 제안으로 논어와 공자 관련 책을 다수 집필한 경험이 있는 '최종엽' 소장님을 컨택하게 되었죠. 

 

컨택 과정은 순조로운 편이었습니다. 메일로 연락을 드렸고 오래지 않아 답장을 받았습니다. 한 번 해 보겠다는 조심스러운 말씀이셨죠. '지천명(오십)에 다시 읽는 논어'라는 타이틀로, 우선 샘플 원고와 목차를 받아 보고 계약과 진행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3주가 흐른 뒤 샘플 원고와 목차를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흔들리는 오십의 공허, 논어로 채운다

 

역시 저자분이 책을, 그것도 논어와 공자 관련 책을 여럿 집필해 본 경험이 있으셔서 그런지 글을 상당히 잘 쓰셨습니다. '오십 남성'이라는 확고한 타깃이 읽고 싶게, 읽고 나서 남는 게 있을 만하게, 그렇게 남은 것들이 삶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단어와 문장이 수두룩 했습니다. 회의를 진행했고, 다 좋은데 걸리는 게 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오십 남성이 처한 여러 가지 상황을 파악하고 그들이 원하는 게 뭘지 생각한 결과가 책 원고 전반에 흘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흔들리는 오십의 공허를 논어(공자)로 채운다'라는 한 문장으로 콘셉트를 세웠고, 저자한테 연락해 다시 수정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부담스러워했습니다. 본인이 충분히 소화해서 해낼 수 있는 주제인지 판단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너무 부담가지지 마시고 50대를 막 지나온 저자 본인의 입장에서 전문 분야인 논어와 공자 이야기를 곁들여 편안하게 강의하듯 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설득 아닌 설득을 드렸고 저자께서 받아들이셨습니다. 곧바로 계약을 진행했고 6개월 간의 원고 집필 시간을 드렸습니다. 출판사 내부에서도 나름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기획이자, 저자도 도전 아닌 도전은 좋은 기회를 맞이할 발판이었다고 나름의 확신을 가지고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50대를 위한 지침, 오도일이관지

 

<오십에 읽는 논어>는 이 시대 50대를 위한 지침서의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논어와 공자는 도구이자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이죠. 물론 책 전체를 관통하는 소재이자 이야기의 뼈대는 논어와 공자이지만,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과 핵심 주제는 '오십'에 가 닿아 있습니다. 인생의 절반토록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오십, 하프타임에 이른 이제부턴 속도가 아닌 방향 설정을 앞에 두고 인생 후반전을 설계하며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평생학습을 전공한 논어(공자) 전문가이자 이제 막 50대를 지나온 저자의 이력과 경력과 현 상황이 안성맞춤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겠죠. 

 

누구나 인생의 절반쯤에 이르면 흔들리고 공허하고 막막할 것입니다. 어떤 삶을 살아왔든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고요. 그런데, 2500년 성인 공자도 그랬다는 걸 아시나요? 공자라 하면, 나이 오십에 '지천명'이라 하여 하늘의 명을 깨달아 세상에 태어난 이유와 나아갈 길을 알게 되었다고 했는데 말이죠. 그러나 그조차도 오십이 넘어서야 비로소 정치 일선에 나섰고 육십 중반까지 이룬 것 없이 이국을 떠돌아야 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공자가 대단한 건, 더 나이가 들어 삶을 돌아보니 '좌절하지도 낙담하지도 않고 일관되게 학문의 길을 걸어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는 점이죠. 저자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도 이와 같습니다. 설령 오십에 이르도록 이룬 게 없다고 해도 좌절하지도 낙담하지도 말고 자신만의 길을 걸었으면 하는 바람이, 저자 본인의 경험과 논어 그리고 공자의 이야기들이 곁들여 담겨 있습니다. 이 책 <오십에 읽는 논어>에서 '오도일이관지'라는 개념 하나만 건져 올려도 충분합니다. 

 

독자분들께 도움이 되는 책이길

 

나름의 확신을 갖고 시작한 기획인 만큼 공을 들였고 괜찮은 모양으로 책이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제가 유노북스 출판사에서 기획책임편집한 마지막 책이기도 했고요. 현재 모든 주요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어 기분이 아주 좋기도 합니다. 책의 핵심이라 할 만한 '오도일이관지' 개념이 책을 만드는 데 관여한 모든 이에게 통용된 게 아닌가 싶기 때문입니다. 출판사로서도, 담당 편집자로서도, 저자로서도, 디자인과 마케팅과 제작 관계자들로서도 따로 또 같이 꾸준히 일관된 길을 걸어왔기에 가능한 결과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독자분들도, 특히 50대에 들어선 분들도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흔들리고 공허하고 막막한 것도 모두 자연스러운 것이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말고 꾸준히 갈 길을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숨 돌릴 틈도 없이 너무 빨리 말고 일관된 속도에 정해 둔 방향으로 말이죠. 이 책 <오십에 읽는 논어>가 조금이나마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 책의 담당 편집자로서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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