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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디지털 성범죄자를 잡아라! <#위왓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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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위왓치유>

 

영화 <#위왓치유> 포스터. ⓒ찬란

 

어느새 다큐멘터리 명가로 거듭 난 넷플릭스 아닌 다른 루트(극장 개봉, 여타 OTT 등)로 다큐멘터리를 접한 지 오래다. 물론, 그럼에도 다큐멘터리는 만들어지고 다양한 채널로 유통되어 우리를 찾아온다. 동유럽 주요 국가 중 하나인 체코에서 만들어지고 개봉한 후 1년여 만에 우리나라에 상륙한 <#위왓치유>도 그중 하나다.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제24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될 당시엔 <성범죄자를 잡아라>였다. 뜨거운 감자였다고.

 

영화상으론 제작진이 경찰과 사전 조율 또는 공조를 하진 않은 걸로 보이지만(실제론 경찰의 협조를 받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디지털 성범죄자 검거 프로젝트'라고 이름붙일 만한데, 12살 정도로 보이는 성인 여성을 오디션을 뽑아선 평범한 12살 여자아이의 방으로 보이게끔 세트장을 만들고 페이크 계정을 파 디지털 성범죄자들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함정 수사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함정 수사일진 모르겠으나 실험 다큐인 건 분명하다. 지난 시대에는 들어 본 적이 없다는 의미로 '전대미문'이라는 말을 쓰는데, 이 작품 <#위왓치유>가 걸맞지 않나 싶다. 디지털 성범죄는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불과 몇 십 년밖에 되지 않은 범죄의 민낯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한 실험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감행한 것이다. 

 

12살 여자아이라는 걸 알면서도?

 

체코의 다큐멘터리 감독 듀오 비트 클루삭과 바르보라 차르포바는 12, 13살로 보이는 성인 여배우를 찾는다는 광고를 내보낸다. 아이 옷을 입은 그녀들 23명을 하나하나 만나 보고 최종적으로 3명을 낙점한다. 오디션 과정에서부터 알게 된 충격적인 진실, 23명 중 19명이 어린 시절 온라인 학대를 받았다고 고백한 것이다.  

 

기간은 열흘, 정오부터 자정까지 인터넷에 접속하기로 한다. 방을 꾸미고 배우들은 마음의 준비를 한다. 제작진은 페이크 배우들의 어린 시절 사진을 바탕으로 페이크 계정을 만드는데, 만든 지 5분 만에 16명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나랑 채팅할래?'로 별다른 거 없이 시작되는 채팅, 곧 영상 채팅으로 진행되고, 만남까지 나아간다. 

 

본인이 12살에 불과한 미성년자라는 걸 정확히 알리는 배우들, 하지만 성인 남자인 상대방들은 개의치 않아 한다. 그러곤 곧 그들은 12살짜리 여자아이에게 옷을 벗어 보라고 하거나 나체사진을 요구한다. 또는, 자신의 벌거벗은 사진을 보내거나 자위하는 사진 또는 실시간 영상을 보내기도 한다. 가스라이팅, 그루밍이 이어지고 협박까지 자행한다. 믿기 힘든 이 작태의 끝은 어디일까?

 

디지털 성범죄에 정면 대응!

 

최근 몇 년간 한국을 강타한 사건들 중 하나가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다. '웰컴 투 비디오' 'N번방' '박사방' 등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사건 말이다. 한국 사회에 큰 경종을 울리며 큰 영향을 끼쳤는데, 역으로 우리 사회가 그동안 얼마나 디지털 성범죄에 안일했는지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범죄라고 인식하지 못한 게 아니었을까 생각도 해 본다. 

 

<#위왓치유>는 디지털 성범죄에 정면으로 달려든다. 비록 연기일 뿐이라지만 직접 당사자가 되어 현실성을 높인 것이다. 여타 다큐멘터리들이 지난 사건을 토대로 진실에 가닿으려 한다면, 이 작품은 실시간으로 접근하면서 진실에 가닿으려 한다. 지금 이 순간 현실이 이러 하다고 알려 주려고 말이다. 결과는 대성공인 듯 보인다. 불과 열흘 동안 2458명의 남성들이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렀고 그중 21명의 남성이 12살 여자아이(실제론 배우)와 만남을 가졌다. 

 

영화의 방법론에 따른 약간 또는 큰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비록 연기이지만 꿈에라도 나올까 두려울 만한 짓들을 계속해서 당한 배우들, 그들은 디지털 성범죄의 모든 걸 직접적으로 대면했다. 진실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려 했으니 만큼, 그들은 역겨운 자극들을 받아야 했다. 심리학자, 성과학자, 변호사, 수사관의 자문을 받았으니 괜찮다고 해야 할까?

 

또 하나는, 함정 수사이다. 수사권은 수사관에게 있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이 영화의 제작진은 수사권이 없음에도 사실상 함정 수사를 감행했다. 결정적으로, 체코 경찰의 요청에 따라 촬영본을 넘겨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 쓰였다고 하니 말이다. 체코의 경우 수사권 관련 법이 다를 수 있으니 왈가왈부할 순 없을 테지만, 논란의 여지는 있다 하겠다. 

 

큰일에 박수를 보낸다

 

영화는 체코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작년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6주간 차지했고 박스오피스 top10에 14주간 머물며 체코 다큐멘터리 최고의 흥행작으로 우뚝 서 체코 다큐멘터리 역사를 새로 썼다는 후문.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지금 이 시대 가장 관심이 많은 분야로서, 모든 이가 반드시 접해야 하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식이 어떻든, <#위왓치유>가 힘겹게 보여 준 충격은 비록 역겹고 혐오스럽지만 외면하지 않고 대면해야 한다. 

 

지난 3월 23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명 '아청법'이 개정되어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성범죄를 처벌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제 온라인에서의 행위도 처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자세하게 살펴볼 순 없겠지만, 영화에서 세 12살 여자아이에게 성적으로 접근한 모든 남성들이 처벌 대상이라는 점을 명시하는 정도면 어느 정도 살펴보는 것과 다름 없다 하겠다. 세상은 점점 올바른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까?

 

<#위왓치유>가 영화적으로 큰일을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진실을 들여다본 것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심적 변화를 이끌어 내고 공적 활동까지 도움을 줬기 때문이리라. 영화가 할 수 있는 많은 일 중 하나를 완벽히 해냈다. 이른바 영화의 순기능, 이런 류의 영화가 계속 만들어져 우리들에게 온다면 세상은 보다 좋게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을 게 분명하다. 

 

이런 영화를 만들 생각을 하고 실현한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내며 무엇보다 12살 여자아이로 분해 온갖 범죄에 대면해야 했던 용감한 세 여배우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낸다. 큰일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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