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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한 남자의 생으로 들여다보는 야쿠자의 흥망성쇠 <야쿠자와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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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야쿠자와 가족>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야쿠자와 가족> 포스터. ⓒ넷플릭스

 

2019년 일본 영화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신문기자>, 일본 현지에선 '가짜뉴스' '여론 조작' '민간 사찰'의 진실을 국가가 숨겼다는 실화가 충격을 줬고 우리나라에선 주인공이 '심은경'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몰고 왔다. 일본 국민은 홍보도 제대로 되지 못한 반정부 영화에 쏠쏠한 흥행으로 보답했고, 일본 영화계는 '일본 아카데미'에서 3관왕의 영광으로 보답했다. 

 

<신문기자>의 감독 후지이 미치히토, 이후 영화 두 편을 만들어 개봉시켰는데 <신문기자> 때의 제작진과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작품이 최신작 <야쿠자와 가족>이다. 일본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아야노 고'를 원탑 주연으로 내세워 영화에 한층 무게를 담았다. 그의 연기는 일본 영화 연기 특유의 오버가 없다. 붕 뜬 느낌도 들지 않는다.

 

야쿠자의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야쿠자 영화의 역사는 1970년대 시작되었다. 야쿠자의 전성기와 정확히 맞물리는 때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 1992년에 '폭력단 대책법'이 시행되고 2011년엔 '폭력단 배제 조례'가 시행되면서 야쿠자의 전성시대는 막을 내렸다. 아니, 존폐의 위기에 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영화 <야쿠자와 가족>은 한 야쿠자의 연대기를 통해 야쿠자의 현실을 그려 냈다. 

 

1999년, 2005년, 2019년의 야쿠자

 

1999년, 야마모토 겐지는 아버지를 마약으로 잃는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그는 당장이라도 폭발해 버릴 것 같은 심정으로 교요카이의 마약 딜러에게서 마약과 돈을 갈취하는 사고를 일으킨다. 그러곤, 자주 들르는 단골집에서 우연히 시바자키구미의 두목 히로시의 목숨을 구한다. 그날 밤, 교요카이 부두목에게 잡혀 목숨이 위험해지는데 히로시의 명함 덕분에 산다. 겐지는 히로시를 찾아가 시바자키구미의 가족, 즉 야쿠자가 된다. 

 

2005년, 겐지는 시바자키구미의 중간보스급으로 성장했다. 지역 재개발 건으로 시바자키구미와 교요카이가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던 그때, 교요카이의 중간보스가 겐지의 세라비 클럽에 와서 시비를 걸었고 겐지가 응징한다. 이 상황을 두고 보지 않았던 교요카이가 며칠 뒤 히로시를 암살하려 한다. 같이 있던 겐지는 부상을 당하고, 어릴 적부터 겐지와 함께 다녔던 오하라가 죽고 만다. 복수는 하지만 겐지는 감옥에 가게 된다. 

 

2019년, 겐지는 14년만에 출소해 세상의 빛을 맛본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세상은 너무 많이 변해 있다. 높은 건물, 화려한 외양의 도시가 빛나고 있다. 하지만 시바자키구미는 완전히 쪼그라들었고, 신입이 없어 조직원들이 모두 고령화되었다. 모든 걸 뒤로 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마음으로 다시 잘해 보려는 겐지, 그의 앞에 '폭력단 배제 조례'가 버티고 있는데...

 

변하는 세계, 야쿠자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2011년 일본 전역에 시행되어 완비를 마친 '폭력단 배제 조례', 야쿠자에 한 번이라도 발을 담갔다면 사회에서 철저히 고립당하는 와중에 본인은 휴대폰 개통은 물론 은행 계좌나 부동산 계약 그리고 보험 가입 등이 모두 금지된다. 부모와 아내는 직장을 다닐 수 없고 아이는 유치원과 학교를 다닐 수 없다. 폭력으로 안락한 삶을 영위한 야쿠자로서의 '인과응보'이자 '사필귀정', 그 철저하고도 정확한 응징이 아닐 수 없다. 

 

<야쿠자와 가족>은 최근 2~30년 동안 야쿠자의 세계에 일어난 급격한 변화를 '겐지'의 이야기로 그려 낸다. 1992년 시행된 '폭력단 대책법'으로 위축되기 시작한 야쿠자, 겐지가 야쿠자의 길로 들어선 1999년은 그래도 여전히 괜찮았지만 전성기를 추억하기 시작했다. 겐지의 전성기였던 2005년은 야쿠자로선 과도기에 들어선 때다. 세상의 급격한 변화를 선도하거나 적어도 충실히 따라가기라도 할 것인가, 철저히 뒤처질 것인가. 

 

변화에 뒤처져 더 이상 야쿠자의 길을 가지 못한다고 했을 때, '폭력단 배제 조례'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렇다고 어떻게든 야쿠자의 길을 간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극중에서도 묘사되지만, 몰래 마약을 팔아 돈을 마련하거나 심지어 야밤에 몰래 불법 어로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또한, 몰락하는 야쿠자의 뒤를 이어 일본의 대표 폭력조직으로 우뚝 선 '한구레'가 정부의 눈을 피해 활약(?)하고 있으니 야쿠자는 할 수 있는 것도 갈 수 있는 곳도 없는 것이다. 

 

내 삶과 내 가족이 무너져 가는 모습에서...

 

<야쿠자와 가족>은 야쿠자의 실제 현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실감 있게 그리는 한편, '가족'이라는 소재와 주제로 영화를 이끌어 간다. 모든 가족을 잃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겐지의 입장에서, 야쿠자는 가족이며 삶의 방식이다. 즉, 모든 것이라는 말이다. 하여,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가 행하는 일련의 이해하지 못하고 안타깝기도 한 생각과 행동은 '조직=가족'이라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 영화는 1999년, 2005년, 2019년의 연대기를 통해 그 개념을 공고히 한다. 그러며, 무너져 가는 조직의 생태를 보여 줘 극도의 대비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쓰라린 마음에 불을 짚힌다. 내 삶과 내 가족이 무너져 가는 모습에서 내가 잘못되게 살아왔다는 걸 깨닫게 되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를 비판적 시선과 어조로 대할 수 있겠다. 야쿠자를 미화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앞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야쿠자의 모습을 보여 주며 '너무 가혹한 거 아닌가'라는 마음을 들게 하는 것도 그렇고, 폭력을 업으로 삼는 범죄조직을 가족이라는 개념으로 풀어 '다 먹고 살자고, 가족을 부양하려는 건데'라는 마음을 들게 하는 것도 그렇다. 제아무리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해도 불편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테다. 

 

그럼에도 영화는 '겐지'라는 한 사람을 처음부터 끝까지 놓지 않는다. 다분히 그의 생각, 그의 시선, 그의 행동, 그의 인생에서 비롯된 세상을 말하고 또 보여 주려 하는 것이다. 그의 세상을 비판하거나 또는 안타깝게 보는 건 당연한 반응일 테지만, 그의 세상을 충실히 옮긴 '재밌는' 영화 자체로까지 동일한 잣대를 들이 댈 필요는 없겠다. 즐기는 데 중점을 두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알아 두면 좋겠다. 여하튼, 이 영화는 근래 일본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훌륭한 작품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