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폭군이 되는 법>
21세기 현재 전 세계 대다수 나라는 '민주정'의 '공화제'를 채택하고 있다. 간혹 '군주제'를 영위하고 있는 나라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민주정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이제 민주주의는 대다수가 당연히 받아들이는 기본이자 해답이 되는 정치제도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에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되어 있지 않은가. 민주주의가 뭔지 알 수 있게 하는 핵심 대목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독재자'가 존재한다. 세상이 이토록 똑똑해지고 빨라지고 긴밀해져 독재자 따위가 나올 여지가 전혀 없을 것 같지만,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유럽을 중심으로 독재자들 다수가 나라를 다스리고 있다. 그들은 비록 자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지탄을 한몸에 받지만, 물러서지 않고 절대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 게 그들의 목표일 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폭군이 되는 법(How to become a tyrant)>은 20세기 이후 존재했던 또는 현존하고 있는 전 세계적인 폭군을 다루고 있다. 폭군이라 하면 힘이나 권력으로 억누르며 사납고 악한 짓을 일삼는 '군주'인데 영어로는 오직 'tyrant'로만 번역된다. 하여 이 작품의 '폭군'을 '독재자'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게 맞지 않나 싶다.
진지한 다큐멘터리가 아닌 교양예능 정도의 톤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전하고 싶다. <왕자의 게임> 시리즈의 '타이온 라니스터'로 유명한 배우 피터 딘클리지가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총괄하는 내레이션을 맡아, 중후한 저음으로 특유의 유머를 한껏 뽐냈다. 총 6개 파트로 나뉘어 각각 25분 전후의 러닝타임으로 다 합쳐도 영화 한 편 정도이다. 아돌프 히틀러, 사담 후세인, 이디 아민, 이오시프 스탈린, 무아마르 카다피, 김씨 왕조가 포진되어 있다.
히틀러와 후세인의 예
작품이 진지한 다큐멘터리 형태로 편당 1시간 전후의 짧지 않은 러닝타임만 되었어도, 빠른 시간에 주파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프고 슬프고 분노를 일으키는 이야기가 분위기를 압도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주지했듯 교양예능 정도의 톤을 보여 주고 있는 바, 제목과 동일한 '폭군이 되는 법'이라는 전술집을 실사와 2D 애니메이션이 배합된 자료로 함께 살피는 방식을 택했다. 어떻게 하면 폭군이 될 수 있는지, 매우 진지한 척하지만 실상 농담, 조롱, 비난이 한껏 담겨 있다.
'권력을 잡아라' 파트로 독일 제3제국의 아돌프 히틀러의 사례를 보여 준다. 그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폭군으로 기억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민주적인 선거로 권력을 잡았다. 당시 독일은 제1차 세계 대전 패배 후 세계 대공황까지 들이닥쳐 나락으로 떨어지며 강력한 지도자의 출현을 원했는데, 히틀러가 그 심리를 정확하게 파고들어 건드린 것이다.
'경쟁자를 짓밟아라' 파트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의 예를 든다. 그는 이라크 부통령을 10년 넘게 또 대통령을 20년 넘게 해 먹은 인물로, '걸프전'으로 유명하며 말년에 미국에 의해 체포되어 사형으로 생을 마친 불우한 위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에 오른 지 6일 만에 거짓 모의와 자백으로 유력 의원들을 죽여 버렸다. 또한 숙청 과정을 TV로 녹화해 전 세계 이라크 대사관에 보내 자신의 권위를 알리는 한편 경쟁자에게 공포를 심어 주는 수환을 보였다.
아민과 스탈린의 사례
폭군의 역사가 곧 세계사, 특히 근현대사 그중에서도 20세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오랜 세계 역사에서 20세기야말로 가장 파란만장하고 혼란스러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폭군이 존재하고 있는 걸 보면, 그 여파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이 폭군을 원하고 또 만드는 걸까, 하늘이 내린 특출 난 폭군이 세상을 짓누르고 주무르는 걸까.
'공포로 다스려라' 파트는 우간다의 이디 아민의 예를 전한다. 그는 '검은 히틀러'로 불릴 정도로 잔악한 짓을 많이 저질렀는데, 그중에서 특히 히틀러의 '유대인'과 거의 정확히 대치되는 '인도인'의 경우가 있다. 우간다의 경제가 곤두박칠치면서 정치 방면에서 힘이 빠지고 있을 때, 그는 극우주의에 입각한 희생양을 찾는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과거 우간다가 영국 식민지였을 때 들어왔다가 자리를 잡은 인도계 이민자들, 이디 아민은 앞뒤 가릴 것 없이 그들을 모조리 쫓아 내 버린다. 그들이 비록 명명백백한 '우간다인'이었지만 말이다.
'진실을 통제하라' 파트는 소련의 이시오프 스탈린의 사례를 전한다. 그는 인류 역사상 다시 없을 통제와 조작의 대가로 오랫동안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절대적 권력을 유지했다. 일례로, 우크라이나 대기근 때 수백 만 명이 죽어 갈 때 진실을 보고 듣고 전하기 위해 외신 기자들이 발을 들여놓았지만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다. 이후, 눈 먼 외신 기자와 합작해 자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눈을 멀게 하는 데 성공한다. 소련에서의 '진실'은 오로지 스탈린의 영역이었던 것이다.
카다피 그리고 김씨 왕조
작품은 시종일관 누구보다 잔혹한 폭군의 행태를 유감없이 보여 주지만, 결국 '누구나 폭군이 될 수 있다'고 천명한다. 폭군이라는 개념 자체를 신이 내린 특출 난 능력을 가진 영웅 또는 신성화된 신급이 아닌 '누구나'로 격하시킬 요량인 것도 같고, 지금 또 미래에도 언제 어디서나 폭군이 나타날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같다.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라' 파트는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다. 그는 2010~2011년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 넣은 아랍권 민주화 운동의 결과로 시민군들의 총에 맞아 사살되었다. 그는 1969년부터 장장 40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리비아를 주물럭거렸는데, 시민의 자유가 완전히 박탈된 사회야말로 진정 시민을 위하고 또 그들로 하여금 더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신념을 실현시켰다. 하지만, 그의 신념은 시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철저히 점철되었고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영원히 지배하라' 파트는 북한의 김씨 왕조다. 유일무이하게 현존하는 폭군 세력으로, 3대에 걸친 권력 세습을 이뤄 내고 '영원하다'고 해도 무방한 절대권력을 만들어 냈다. 폭군계의 최강자이자, 최후의 폭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 싶다. 김씨 왕조의 시조라고 할 만한 김일성 그리고 2대 김정일은 스스로를 '신'으로 신성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핵'을 통해 권력을 공고히 하고 또 유지했다. 그야말로 '폭군이 되는 법'의 최종 비기이자 최종 비책은 '핵'이라고 이 작품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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