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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사춘기 때처럼 <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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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 포스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파라다이스 일본, 오랫동안 전 세계 만방에 그 영향력을 끼쳤지만 21세기에 들어서 조금 처진 게 사실이다. '애니메이션=일본'이었던 예전의 그 정도는 아니게 된 것이다. 2010년대 들어 영화계뿐만 아니라 문화계 전반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마블'과 'DC'의 영화들이 코믹스에서 시작된 점도 그렇고, 한국의 '웹툰'이 아시아 전역으로 활동반경을 넒히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본 애니메이션의 명맥은 끊기지 않고 여전히 일정 정도 이상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리를 두고, '호소다 마모루'와 '신카이 마코토'가 2000~2010년대를 평정했고 2020년대 들어서도 계속 좋은 작품을 내놓고 있으니 말이다. 그들의 뒤를 이어 2010년대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도 나왔다. '이시구로 쿄헤이'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일본 굴지의 애니메이션 제작자 선라이즈에 입사해 여러 작품들의 연출과 콘티를 담당하다가 2014년 <4월은 너의 거짓말>으로 감독 데뷔를 하는데, 그야말로 대박을 내 버렸다.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여러 걸작 음악물(피아노의 숲, 노다메 칸타빌레 등)과 비견될 정도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해마다 내놓은 작품들은 참패를 면치 못했다. 어떤 작품엔 당대 '최악'의 칭호도 부여됐다. 이후 실로 오랜만에 돌아와 내놓은 작품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 그의 최초 극장판이다. 

 

헤드폰 소년과 마스크 소녀

 

어느 지방의 소도시, 17세 소년 체리는 항상 헤드폰을 쓰고 다닌다. 그는 하이쿠를 너무나도 좋아해 수시로 SNS에 올리곤 한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 앞에선 그 좋아하고 또 잘하는 하이쿠를 읊는 게 어렵다. 사람들과의 소통이 힘들고 성격도 소심한 친구인 것이다. 여름방학, 허리를 삐끗한 엄마를 대신해 쇼핑몰에서 어르신들을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한편, 16세 소녀 스마일은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그녀는 SNS 라이브방송만으로 수만 명의 팬을 끌어모을 수 있는 유명 인플루언서이다. 하지만, 돌출된 앞니와 치아 교정기 때문에 마스크를 끼지 않은 본 얼굴을 절대 내놓지 못한다. 자못 심각한 콤플렉스에 지배당하고 있는 친구인 것이다. 이런저런 사람도 많고 볼거리도 많은 쇼핑몰에서 주로 라이브방송을 한다. 

 

어느 날, 체리와 스마일은 쇼핑몰에서 일어난 소소한 사고로 서로의 핸드폰이 뒤바뀌고 만다. 이후 그들은 SNS로 인연을 이어나가며 둘만의 교감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체리가 주로 맡아서 돌보는 할아버지 후지야마 씨가 찾던 LP가 그의 돌아가신 아내의 젊은 시절 음반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기억을 잃기 전에 아내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할아버지의 소원을 들어드리고자, 그들은 함께 LP를 찾기 시작하는데... 체리와 스마일은 할아버지의 소원을 들어드릴 수 있을까?

 

청춘과 성장, 그리고 하이쿠와 SNS

 

최근 들어 몇몇 작품에 한해 일본 콘텐츠들이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모양새다. 여러 분야와 장르에서 '왜 그동안 이런 작품을 내놓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점이 절로 들 정도의 고퀄리티 작품들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침체기 그리고 혼란기 때문이기도 할 테고, 세계 최고였던 일본 콘텐츠의 급락에 따른 반동이기도 할 테다. <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는 비록 애니메이션이지만 '청춘'과 '성장'의 두 축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라는 점에서, 초심으로 돌아간 사례 중 하나라고 봐도 손색이 없다. 

 

애니메이션이니 만큼 시각적 요소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내용과 메시지라도 실사로 보는 것도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건 천지 차이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근래 보기 드문, 아니 일찍이 본 적이 없는 색감과 터치를 보여 줬다. 좋게 말하면 '청량'하고 나쁘게 말하면 '너무 형형색색'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처음엔 적응하기 조금 어려울 수 있겠으나 적응이 된 후엔 기억에 충분히 오래 남을 만한 시각미로 다가올 게 분명하다. 좋게 말하건 나쁘게 말하건, '예쁘다'라고 말하지 않을 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작품만의 특성이라고 할 만한 게 또 하나 있는데, 바로 '하이쿠'와 'SNS'의 만남이다. 일본 고유의 짧은 정형시 '하이쿠'는 계절과 자연을 기반으로 한 문자 예술로 서정미가 극에 달해 있다. 한편 'SNS'는 자못 드라이하고 센치한 현대인의 감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도구이기에 서정미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 둘이 만나니 색다른 시너지가 일어난다. 극중에선, 하이쿠를 좋아하는 드라이한 체리와 SNS를 잘하는 과즙미 터지는 스마일의 만남이 재밌다. 

 

사춘기 시절의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감정

 

작품은 진한 감동의 스토리를 전해 주진 않는다. 거대한 신비를 총천연색 빛나는 작화로 보여 주지도 않는다. 화려한 모험을 애니메이션만의 특성을 살려 눈앞에 생생히 데려오지도 않는다. 세상에 두려운 것도 많고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것도 많았으며 아무도 모를 자신만의 콤플렉스도 있었던 사춘기 시절의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질 뿐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성장은 홀로 하지 못한다. 아니, 혼자 할 수도 있겠지만 반쪽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내가 갖지 못하고 하지 못하고 부족하기만 한 면을 누군가가 채워 줄 수 있을 테고, 반대로 누군가가 갖지 못하고 하지 못하고 부족하기만 한 면을 내가 채워 줄 수 있을 테다. 아마도 10대 시절에 처음 겪어 볼 테고, 앞으로도 평생 성장의 경험은 계속 될 테다. 이 작품은 성장의 시작점을 아프지 않게 그려 냈다. 

 

이 푹푹 찌는 여름, 7~8월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을 보면 가슴속의 막혔던 무언가가 뻥 뚤리는 느낌이 들 것이다. 같은 계절이지만 푸르른 하늘과 짙은 녹음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 그리고 제목부터 와닿지 않는가, '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 여러 모로 톡톡 튀는 애니메이션의 진수를 맛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