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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병맛 개그 충만한 미국의 독립 쟁취기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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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아메리카: 영화 같은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아메리카> 포스터. ⓒ넷플릭스

 

바야흐로 7월은 '혁명'의 달이다. 인류 역사상 수많은 혁명이 있었지만, 1789년 7월 14일 프랑스 대혁명이 가장 유명할 것이다. 더불어, 1830년 7월 말의 프랑스 7월 혁명도 역사의 큰 분수령 가운데 하나다. 그런가 하면, 미국 독립 혁명(또는 미국 혁명, 미국 독립 전쟁) 과정의 핵심이라 할 만한 1776년 7월 4일 미국 독립 선언도 중요하다. 

 

미국 혁명의 경우, 1775년 시작되어 1783년까지 지속되는데 대영제국(현재 영국)과 13개 식민지 간의 전쟁이었다. 즉, 1776년 미국이 대영제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지만 독립을 인정받은 건 1783년에 이르러서였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아메리카: 영화 같은 이야기>가 '대체 역사' 장르를 차용해 그때를 들여다본다. 

 

애니메이션이니 만큼 누가 연출하고 제작했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할 텐데, FX의 간판 애니메이션 <아처> 시리즈의 주요 제작진이 중심을 잡았다. <아처>로 말할 것 같으면, 2009년 최초 방영 이후 10년 넘게 장수하며 각종 시상식에서 60번 넘게 노미네이트되었고 10번 넘게 수상한 명작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병맛 개그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처>의 에피소드 연출과 성우, 각본까지 맡았던 맷 톰슨이 연출을 맡았는데 제작자로 참여한 이들이 화려하다. 본작의 연출자와 각본가를 포함, 본작에서 '조지 워싱턴' 목소리로 참여한 채닝 테이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필 로드&크리스토퍼 밀러, <레고 배트맨 무비>의 윌 알레그라, 그리고 <아처>의 제작진들까지. 하여, <아처> 특유의 통통 튀는 미국식 병맛 개그를 좋아한다면 100퍼센트에 가깝게 만족할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충분히 생소할 수 있겠다. 

 

좌충우돌 황당무계 미국의 독립 쟁취기

 

워싱턴과 링컨이 불참한 가운데, 미국이 독립 선언을 하는 현장을 베네딕트 아놀드 일파가 습격한다. 떼죽음을 당하곤 현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아놀드는 '오랜 친구' 워싱턴과 링컨을 만나러 가선, 늑대인간으로 변신해 링컨을 죽여 버린다. 워싱턴은 아놀드를 뒤쫓아 전기톱으로 큰 위협을 가하지만 놓치고 만다. 

 

워싱턴은 링컨을 보내 주고 마사와 사랑에 빠진다. 링컨을 그리워하며 어쩌질 못하고 있던 워싱턴에게, 마사는 링컨의 복수와 링컨의 꿈을 대신 이룰 것을 당부한다. 하지만 대영제국 제임스 왕의 힘은 너무나도 막강했던 바, 워싱턴은 파트너를 구하기로 한다. 그렇게 선동가이자 맥주 홀릭 새뮤얼 애덤스, 기수 폴 리비어, 과학자 토마스 에디슨, 제로니모가 합류한다. 

 

'세금을 거두는 영국놈들'이 싫어 혁명을 꽤했지만 동지들의 죽음으로 와해될 위치에 처한 상황에서 다시 '세금을 거두는 영국놈들'이 싫어 한데 뭉친 이들은 베네딕트 아놀드와 제임스 왕에 대적하고자 길을 나선다. 하지만 엄청난 힘과 병력을 자랑하는 그들 앞에 초라하기만 한 워싱턴의 무리들은 우여곡절을 거듭하는데... 어떻게 미국의 독립을 쟁취할 것인가?

 

'용광로' 미국의 대체 역사

 

<아메리카>는 미국의 독립 정취 과정을 '과도한' 만화적 상상력과 '과도한' 역사적 상상력을 총집합시켜 '과도하게' 짬뽕시킨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실로 영화를 이루는 모든 게 과도한데, '미국'이라는 나라의 탄생기를 논하기에 적합해 보이기도 한다. 지금은 비록 '깨진 용광로'가 되었지만, 미국이야말로 온갖 것들이 한데 모인 용광로가 아니었던가. 

 

영화는 미국의 용광로론을 가지고 놀듯 미국을 대표하는 온갖 것들을 집어넣어 패러디했다. 마블 시리즈,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분노의 질주>, <고스트버스터즈>, <로보캅>, <트랜스포터>까지 적재적소에 쉴 새 없이 또 쉼 없이 쏟아내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이니 재밌을 테지만, 알지 못하는 만큼 보이지 않으니 재미가 반감될지도 모르겠다. 

 

그런가 하면, 대체 역사물답게 알지 못하면 그냥 지나칠 만한 부분들이 눈에 띈다. 에이브러햄 링컨, 토마스 에디슨, 제로니모는 모두 19세기 사람으로 조지 워싱턴이 죽은 이후에야 태어나 활동했다. 그리고 당시 대영제국의 통치자는 제임스가 아닌 조지 3세였고 말이다. 토마스 에디슨이 중국인 여자로 나오는 것도, 조지 워싱턴이 당시엔 존재하지 않았을 전기톱을 휘두르는 것도, 베네딕트 아놀드가 늑대인간으로 변신하는 것도 모두 대체 역사물만의 기막힌 조합이다. 

 

마치, 우주 어딘가에 이런 식의 미국 태동기가 존재했을 것만 같다. 그만큼 <아메리카>가 보여 준 것들은 마구잡이가 아닌 '적재적소'라고 표현하는 게 더 알맞을 정도의 철면피를 자랑한다. 스스로 전혀 부끄럽지 않은 듯 말이다. 

 

모든 걸 자유롭게 수용한다?

 

이런 작품을 과연 어느 나라에서 만들고 또 용인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 분명 웃겨 자빠지자고 만든 '병맛 B급 개그'임에도 진지하게 달려드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을 것이다. 물론 진지하게 달려들 소지는 있다. 이 영화는 B급을 표방하고 있을 뿐 만듦새 면에서 A급을 상회하며, 하기에 뼈가 있으니 말이다. 미국의 태동, 나아가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안드로메다로 또는 저 쪼 아래로 보내 버리려는 명명백백한 목적 의식. 

 

그렇다면, 중국이나 일본은? 중국은 말할 것도 없을 테다. 제작은커녕 기획조차 하지 못할 것이고, 대다수 국민의 머릿속에조차 들어 있지 못할 것이다. 일본은 애니메이션 최강국이자 병맛 개그 애니메이션의 일류국이지만, 이런 류의 거대 담론엔 관심이 없다. 유럽의 경우, 많은 콘텐츠에서 거대 담론과 정치 담론이 기본 바탕에 깔려 있지만 병맛 개그엔 젬병이다. 

 

그러니,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오직 미국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아메리카>를 보면 미국이라는 나라를 하염없이 낮춰 보게 되지만, 동시에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하염없이 대단하게 보인다.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적어도 겉으로 내세우는 기치가, '모든 걸 자유롭게 수용한다'는 게 그들만의 장점이자 그들만의 단점으로 작용한 것이리라. 

 

그냥 지나치기엔 뭔가 있을 것 같고 또 재밌어도 보였지만 막상 보니 딱 아는 만큼만 보이고 또 재밌으니, 호불호가 갈린다고 해야 할까 애매하다고 해야 할까. 여러모로 '대단'한 애니메이션 영화 정도로만 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