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끝나지 않은 의혹: 웨스팔 사건의 진실>
2016년 10월 6일 벨기에 법원, 왈론 의회 의원 웨스팔의 아내 살인 의혹 사건 평결일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렸다. 벨기에에서 의원이 아내를 살해한 죄로 재판을 받은 건 이번이 불과 두 번째, 그야말로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사건 자체에 쟁점이 넘쳐 났는데, 피의자 웨스팔 측과 피해자 베로니크 측(유가족)의 주장이 첨예하고 팽팽하게 대립했던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끝나지 않은 의혹: 웨스팔 사건의 진실>은 2013년 10월 31일 밤 벨기에 오스탕드의 몬도 호텔에서 602호에서 일어난 사건과 사건을 둘러싼 첨예한 법적 공방을 다룬다. 사실은 베로니크가 2013년 10월 31일 밤 벨기에 오스탕드의 몬도 호텔에서 웨스팔과 함께 묵는 방에서 죽었다는 것, 웨스팔 측은 자신이 잠든 사이에 베로니크가 자살했다고 주장하고 베로니크 측은 웨스팔이 베로니크를 죽음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한다.
작품은 2013년 10월 30일과 31일 몬도 호텔에서의 웨스팔과 베로니크 행적을 추적한다. 베로니크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기에 웨스팔 본인의 말을 중심으로 다양한 관련자들의 말을 모았다. 마치 양파같다, 까면 깔수록 새로운 사실과 쟁점들이 사방으로 퍼진다. 상식적으로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쪽은 웨스팔이지만, 웨스팔은 살아서 자신의 입장을 맹렬하게 고수하지만 베로니크는 죽고 없기에 누군가가 대신 입장을 표명하고 주장을 펼치기엔 한계가 많다.
수상하고 흥미로운 사건
흥미로운 사건이다. 비록 작은 도시의 의원이지만 그래도 명명백백 민주적 절차로 국민들이 직접 뽑은 의원이 다른 사람도 아닌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고 재판까지 받게 되었다는 것 하나, 비록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명명백백 부부 사이였던 웨스팔과 베로니크 둘만 묵은 호텔 방에서 베로니크가 죽었다는 것 둘, 여러 정황상 합리적 의심으로 웨스팔이 베로니크 살해 용의자로 유력한 와중에 웨스팔은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는 것 셋.
우선 웨스팔과 베로니크가 몬도 호텔에 묵은 2013년 10월 30일과 사건 당일인 이튿날을 들여다보다. 그들은 따로따로 몬도 호텔에 도착해 함께 방에 묵었다. 바로 아랫층에 묵었던 부부의 기억에 따르면, 그들은 첫째날 격렬한 섹스를 나눴다고 한다. 이튿날엔 베로니크가 술을 아주 많이 마셨고, 다정했던 베로니크가 갑자기 돌변해 웨스팔에게 폭력을 행사하려 했다고 한다.
웨스팔은 베로니크를 진정시키고자 했지만 폭력을 쓰진 않았고, 침대에 앉아 벨로니크가 진정되길 기다렸다. 진정이 된 베로니크는 옷을 벗더니 화장실에 갔고 웨스팔은 옷을 입은 채로 침대 이불 위에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몇십 분이 지난 후에 일어난 웨스팔은, 얼굴에 봉지가 덮여진 채 화장실에 반나체로 쓰러져 있는 베로니크를 발견했다. 잠시 CPR을 하다가 도움을 청하러 1층 프런트로 달려갔다. 프런트 관리인은 신고한 후 웨스팔과 함께 직접 602호로 향했다. 그는 웨스팔의 태도가 수상하다고 했다.
유죄? 무죄?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대작 시리즈 <계단: 아내가 죽었다>가 연상된다. 미국의 인지도 있던 소설가 마이클 피터슨이, 아내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죽은 사건의 피의자로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아무도 모르게 그녀가 죽었다>도 연상된다. 아르헨티나의 상류층 고급 주택가에서 발생한 총격 살인 사건에서 남편과 가족들이 제1 용의선상에 올라 몇 년에 걸쳐 무죄 판결과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한편, 웨스팔 사건에서 웨스팔은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웨스팔은 비록 구속되어 꽤 오랜 시간 동안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었지만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래서 다큐멘터리의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으로서 얼굴을 드러내 시종일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제목 '끝나지 않은 의혹'처럼 그(웨스팔)와 그녀(베로니크)를 둘러싼 의혹은 사라지지 않을 테다.
사건으로 돌아가, 웨스팔은 아내 베로니크 살해 혐의로 체포되어 집중적인 수사를 받는다. 한순간도 빠짐 없는 타임라인을 숨김 없이 말해야 했다. 수사관으로선 웨스팔이 고의적으로 베로니크를 살해했다는 의혹에 집중해 선별해야 했다. 변호사는 웨스팔을 100% 믿었을까, 믿을 수 있었을까.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베로니크는 누가 100% 대변해 줄 수 있을까.
죽은 자는 말이 없으나...
수사와 공판은 이상하게 흐른다. '주인공' 웨스팔의 맹렬한 살해 부정 주장에 따라 그는 사건 자체만 관련되어 있는 듯한 반면, 또 다른 '주인공' 베로니크는 사건이 아닌 삶의 모든 단면들이 탈탈 털리기에 이른다. 어렸을 때 남교사사에게 말로 못할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부터 평생을 술과 마약에 쩔어 살며 이 남자 저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사귀고 결혼하고 바람을 폈다는 사실까지, 언론은 그녀를 두고 '색정광'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낙인을 찍어 버린 것이다.
작품에 당사자 중 하나인 웨스팔이 출연시킨 건 화제성 면이나 사건의 심층성 면에서 긍정적이었을 수 있겠으나, 오히려 그래서 작품 자체도 너무 사건만 다루려 한 게 아닌가 싶다. 그것도 다분히 웨스팔의 입장과 생각이 투영된 채 말이다. 물론 무죄로 최종 판결을 받았으니 문제될 건 전혀 없겠지만, 베로니크가 남편과 함께 있을 때 반나체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생을 마쳤다는 게 보다 신빙성을 얻은 상태에서 그녀의 비극적인 삶과 죽음에 던지는 문제적 시선을 찾아볼 수 없는 게 너무나도 아쉬웠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해 주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관련된 수많은 의혹과 얽히고설킨 논란 사이에서 '진실'을 끄집어 내어 전해 주는 게 다큐멘터리의 의의이자 의무라고 한다면, 이 작품은 의의를 상실한 것이자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다큐멘터리 자체 즉 감독이 독자적으로 통찰한 바가 어느 누구의 입 또는 장면으로도 내보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목 '끝나지 않은 의혹'이나 부제 '웨스팔 사건의 진실'에서도 그렇다. 둘 모두 피의자였지만 무죄로 풀려난 자유인 웨스팔이 다분히 주체가 된 것들이지, 피해자였던 베로니크는 사건의 객체에 불과해 보이지 않는가. 그녀의 삶과 죽음이 낱낱이 까발려진 건, 웨스팔의 혐의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파헤치기 위함이었지 본인을 위한 게 아니었지 않은가. 흥미로운 사건을 이런 식으로 자세히 접하게 되어 여러 모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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