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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을 뿐인 스트립 댄서들의 합당한 범죄 행각 <허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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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리뷰] <허슬러>


영화 <허슬러> 포스터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 TCO더콘텐츠온



제니퍼 로페즈라는 사람을 잘 모른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히스패닉계 스타 중 한 명으로, 영화계와 음악계와 사업계에서 모두 정점에 올랐던 적이 있는 전천후 능력자라는 정도밖에는. 특히 영화에서는 애니메이션 목소리가 아니면 그녀를 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워낙 영화 보는 눈도 없었거니와 연기를 잘 못했으니까 말이다. 기억에 남는 게 20년이 넘은 <아나콘다> 정도일까?


그런 그녀가 지난해 <세컨드 액트>로 죽지 않은 흥행파워를 선보이며 다시금 부활의 날갯짓을 시전하고는, 올해 <허슬러>라는 작품으로 본인 커리어 최초의 북미 1억 달러 돌파의 역사를 쓰는 동시에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수많은 영화들로 골든라즈베리 시상식 단골손님이었던 그녀가 자그만치 골든글러브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이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도대체 제니퍼 로페즈가 어떤 연기를 펼쳤기에, 접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영화 <허슬러>. 케이퍼 무비의 형식을 한껏 빌려온 여성영화로, 작년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던 여성 중심의 케이퍼 무비 <오션스 8>이 연상된다. <허슬러>는 스트립 댄서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월스트리트 증권맨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이 흥미를 끄는 한편, 제니퍼 로페즈 한 명으로 시선을 쏠리게 하여 성공했다. 


스트립 댄서들의 합당한 범죄 


2007년, 스트립 클럽 바 초보 댄서 동양인 데스티니는 돈 벌기가 쉽지 않다. 어영부영하는 와중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맏언니 격의 라모나 무대를 목격한다. 온몸을 던지는 화려하고 파워풀한 퍼포먼스와 섹시한 도발이 일품인 무대에 수많은 손님들의 돈이 쏟아진다. 데스티니는 라모나에게 가서 도움을 요청하고 라모나는 데스티니를 가르쳐 자신의 후계자 격으로 키운다. 그들은 의자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이가 된다. 


환상적인 나날들이 계속 되다가 2008년 어느 날 공황이 찾아온다. 미국 발 세계 경제 공황말이다. 월 스트리트 직원 반 이상이 잘리고, 그들을 주요 고객들로 맞았던 스트립 바도 거의 문을 닫기 직전까지 몰린다. 하필 그때 임신을 한 데스티니는 스트립 댄서를 그만 두고 홀로 아이를 키우며 마트 취직이라도 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결국 다시 스트립 바로 돌아가 라모나와 재회한다. 


라모나는 이전의 방식으로는 돈을 많이 벌 수 없을 게 확실하다는 판단 하에 새로운 시도를 이어간다. 돈 많은 증권맨을 물색해 집단으로 미인계를 이용해 돈을 갈취하는 것이었다. 분명 중범죄에 해당하는 사항이었지만, 하룻밤 같이 잘 놀았다는 한 마디면 뒤를 잡힐 리 없는 완벽한 수법이었다. 그들은 다시 한 번 인생의 전성기를 구가하는데...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한 명의 여성이자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을 뿐


영화 <허슬러>의 주요 요소는 '재미'겠다. 범죄를 구상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오는 쾌락이 담당한다. 범죄는 옳지 않은 짓이지만, 대상이 더 옳지 않다고 한다면 쾌감은 증폭한다. 이 영화의 범죄 대상은 다름 아닌 미국 발 세계 경제 공황의 주범이라 할 만한 월 스트리트 증권맨들이다. 하지만 이런 류의 영화들은 그동안 수없이 나왔으므로 무언가 다른 게 필요하다. 


하여, 주인공들을 색다르게 꾸몄다. 영화는 주지한 데스티니와 라모나를 포함 4명의 여성 스트립 댄서를 메인으로 내세웠는데, 라모나를 제외하곤 나머지 모두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즉, 삶 자체가 고역인 이들이라는 말이다. 어쩌다 보니, 어쩔 수 없게, 스트립 댄서로 흘러들어 왔지만 잘 해내기가 힘들다. 밑바닥이라 할 만한 직업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운명의 소용돌이 앞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들이다. 


영화는 자연스레 전체적으로 육체적인 섹시를 내세운다. 스트립 댄서라는 주인공들의 직업에서 기인하는 것일 테다. 하지만 한 발자국 더 안으로 들어가보면 측은함이 밀려온다. 그들은 결코 그 직업을 원한 게 아니다. 결코 자신의 몸으로 돈을 벌고자 한 게 아닌 것이다. 또 한 번 더 들어가면 평범함이 보인다. 그들 모두 스트립 댄서 아닌 한 명의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맹점을 찌른 것에 방점을 찍는다면, 충분한 미덕


영화 구성이 평범하지만은 않은데,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데스티니가 기자와 인터뷰를 가지며 옛날을 회상하는 형식이다. 범죄를 저지를 정도로 비루한 삶을 살았을 그녀이지만 괜찮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한편 라모나를 비롯 그때 그녀들과는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하여, 포커스가 힘들고 불안했지만 좋았던 그 시절을 돌아보고 있는 것이리라. 


좋았던 그 시절엔 4명의 여성을 필두로 클럽에 소속된 여성들 모두가 함께 즐겼다. 물론 범죄도 공모했지만. 영화는 그 모습을 연대의 형식으로 비춘다. 힘 없는 여성들이 모여 힘 있는 남성들을 제압하기 위해선 그런 방법밖에 없다고, 남성들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훨씬 더 파렴치하고 말 못할 정도로 악랄한 짓을 서슴 없이 저질러 왔을 거라고, 그러니 비슷하게 잘못한 만큼 비슷하게 누려봐야 하는 게 아니겠냐고 말하고 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목적과 그 수단으로 행한 짓을 전적으로 받아들일 순 없겠지만, 세상을 말아먹었음에도 여전히 호위호식하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허슬러>는 두 팔 벌려 환영할 순 없겠지만 맹점을 찌른 건 분명하다. 거기에 방점을 찍는다면, 그 하나로 이 영화의 미덕은 충분히 발휘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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