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플로리다 프로젝트>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포스터 ⓒ오드
명랑하고 귀여운 젊은 포르노 배우와 냉소적이고 일면 괴팍한 늙은 할머니의 특별한 우정을 다룬 <스타렛>, 세계적인 대도시 LA의 다운타운에서 벌어지는 몸 파는 트렌스젠더들의 바람둥이 남자친구 찾기 소동을 다룬 <탠저린>으로 전 세계 평단을 들었다 놓은 션 베이커가 돌아왔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다.
마이너한 감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아이폰 5s로만 촬영한 <탠저린>의 혁신적인 면모를 이어받아 아이폰 6s와 35mm 필름으로만 촬영했다고 한다. 더욱이 '소외', 그중에서도 특별한 소외의 아이콘답게 이번에도 쉽게 생각하기 힘든,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디즈니월드 건너편 모텔에 장기투숙해 사는 이들이다.
또한 그의 영화에는 반드시 완전한 신인이 출현하는데,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는 신인들이 대거 출현했다. 모든 주조연 아이들이 신인이고, 그 아이들의 엄마들 또한 신인이다. 그 때문일까. '윌렘 데포'라는 위대한 배우를 캐스팅하여 완벽한 중심을 잡게 하였다. 결과는 대 성공인듯.
귀엽고 천진난만한 친구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한 장면. ⓒ오드
미국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건너편 모텔 '매직 캐슬', '퓨쳐 랜드'. 여섯 살 꼬마 소녀 무니는 친구들과 짓궂은 장난을 일삼으며 일대를 활보한다. 너무나도 귀엽고 천진난만한 그녀와 친구들, 매직 캐슬의 관리인 바비(윌렘 데포 분)와 대치 중이기도 하다. 그들은 하나같이 모텔에 장기투숙하는 이들의 자식들이다.
무니의 절친 스쿠티와 젠시, 스쿠티의 엄마나 젠시의 엄마는 제 앞가림을 하며 아이를 기르고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무니의 엄마 핼리는 그 강퍅한 성격 때문인지 일하던 곳에서 해고당하고 앞날이 막막하다. 집세도 제때 못내는 형편, 무니를 앵벌이 보내고 무니와 함께 관광객에게 향수를 팔기도 한다. 그런 생활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무니와 친구들의 짓궂은 장난은 도를 넘겨 매직 캐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폐허를 불태워버리고 만다. 이 심각한 장난의 여파는 무니와 핼리의 삶에 크게 작용하기 시작한다. 그들을 그나마 근근히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방편들이 하나하나 줄어드는 것이다. 그들 앞에는 어떤 나날이 기다리고 있을까.
소외된 이들의 집합소, 디즈니월드 건너편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한 장면. ⓒ오드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정녕 사랑스럽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천국 디즈니월드가 아이들에게 완벽하게 투영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끊임없이 미소짓게 한다. 그들이 무슨 짓궂은 장난을 저지르든 그들은 아이들이지 않나. 그들이 어디에서 무얼하든 그곳이 디즈니월드이다.
하지만 현실은 디즈니월드가 아닌 디즈니월드 건너편 모텔, 그곳은 디즈니월드 관광객들이 묵어가는 천국의 또 다른 곳이 아닌 천국의 맞은편, 지옥이라 해도 크게 과언이 아닌 곳이다. 환상의 세계를 철저히 본딴, 겉으로는 너무나도 예쁜 천국 같은 곳이지만, 속으로는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아니 소외된 이들의 집합소이다.
미국이 자랑하는 전 세계적인 관광명소 디즈니월드, 미국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곳. 철저하게 소외된 그곳은 미국이 지우고 싶은 이면일 것이다. 갈 데 없는 이들이 왜 그곳에 정착하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최고의 관광도시에 '빌붙어' 사는 이들이 많기 때문일 테다. 최고를 지탱하는 이들의 대다수는 항상 최하층민들이지 않은가.
비단 미국에만 존재하는 건 아닐 테다. 미국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도 아닐 것이다. 이런 행태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반드시 보여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야말로 오랫동안 자본주의 세계의 왕으로 군림했던 바, 차츰 그 균열이 보이는 동시에 그 적나라한 이면도 함께 보여지는 것일 테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한 장면. ⓒ오드
영화는 사실 윌렘 데포를 중심으로 다수의 신인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 앙상블이 큰 축을 차지한다.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연상시키는 '매직 캐슬'의 정중동 미장센, 디즈니월드라는 미국 상징의 철저히 소외된 이면의 이야기도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큰 축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을 연기한 배우들일 것이다.
윌렘 데포가 분한 매직 캐슬 관리인 바비는 자기 본분에 철저하다. 그는 아무리 어렵게 어렵게 겨우 방세를 내고 사는 핼리와 무니 모녀에게도 철저히 제때 방세를 받으려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을 모두 받아주다시피 하고 아이들을 위험으로부터 지키려 한다. 그들에게 매직 캐슬 모텔과 그 일대가 디즈니월드의 완벽한 일부이길 바라는 것일 테다.
세상 누구보다 서로가 필요한 무니와 핼리 모녀, 그리고 무니와 절친들. 그들 모두를 신인 배우들이 연기했는데, 단 한순간도 어색하지 않았고 어설프지 않았다. 그들 중 상당수가 션 베이커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현장 캐스팅 수혜자들인 점을 감안할 때 가히 압권이라고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의 이전 영화들 <스타렛>과 <탠저린>에서 보여준 신인들의 자연스럽고 통통 튀는 연기와 일맥상통한다.
우리가 그들의 삶을 보살펴줄 수도 혁명적으로 변화시켜줄 수도 없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사회문제로 대두시킬 필요는 있다. 그들은 단순히 최하층민이 아닌, 세계 최고의 관광명소에 철저히 소외되고 가려진 최하층민이기 때문이다. '최하층민'이 아닌 '소외되고 가려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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