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작 열전/신작 영화

화끈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월요일이 사라졌다>

반응형



[리뷰] <월요일이 사라졌다>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 포스터. ⓒ스마일이엔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구, 수많은 위기를 초래하는 식량 부족,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이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한다. 일련의 상황을 인류 역사의 엄청난 위기라고 판단한 정부는 '산아제한법'이라 불리는 '1인 1자녀' 정책을 시행한다. 정부는 모든 이를 통제 하에 둔 후 허가받지 않고 잉태한 아이들을 강제로 냉동수면장치에 유치시킨다.


테렌스 셋맨(윌렘 데포 분)에게 일곱 쌍둥이 손녀들이 생긴다. 태어나서는 안 될 운명, 살아가서는 안 될 운명을 거슬러 그들은 테렌스의 명에 의해 밖에서는 엄마의 이름인 '카렌 셋맨'(누미 라파스 분)으로 살아가고 집안에서는 먼데이, 튜즈데이, 웬즈데이, 써스데이, 프라이데이, 새터데이, 선데이로 각각 살아간다. 그들은 각각 자신의 이름에 해당하는 요일에만 외출할 수 있고 외출하고 돌아와서는 모든 일을 공유해야 한다. 


어느 월요일, 누구보다 귀가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먼데이'가 돌아오지 않았다. 연락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화요일이 되어 튜즈데이가 먼데이의 행방을 추적하려 하지만 실패한다. 급기야 일곱 쌍둥이의 은신처에 CAB(Child Allocation Bureau, 감시국)가 들이닥쳐 모조리 죽이려 한다. 그들은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통제 하의 자유 아닌 '존재'


통제 하의 자유 아닌 존재.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의 한 장면. ⓒ스마일이엔티



완벽한 통제 사회의 근미래를 그린 SF 액션물을 우린 자주 보아왔다. 조지 오웰의 길이 남을 명작 <1984>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을 텐데, 이 범상치 않은 제목의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도 마찬가지다. 인류의 역사적 위기라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것을 빌미로 강력한 독재체제를 구축한다. 


그에 따른 자유에의 열망은 당연한 것, 많은 콘텐츠에서 통제에 대항하는 자유를 기본 뼈대 철학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류의 철학적 기초는 없다시피 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존재'이다. 카렌 셋맨으로 살아가는 일곱 쌍둥이, 그들이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애당초 그들은 누구인가. 


먼데이는 이 일곱 쌍둥이의 중심이다. 그녀는 억울하지 않았을까. 할아버지가 밉고 쌍둥이 자매들이 밉지 않았을까. 그녀야말로 가장 카렌 셋맨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즉 가장 자기 자신을 버리고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가장 '먼데이'답게 개성있는 이가 아니었을까. 그건 역으로 이 통제 사회에 발맞추어 살아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산아제한법과 '아이'


산아제한법과 아이.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의 한 장면. ⓒ스마일이엔티



영화에서 또다른 중요한 건 '아이'이다. 중국을 비롯, 많은 나라들이 '산아제한법'을 시행했었고 시행해 오고 있으며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에 '한 명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국가정책을 시행하기도 했다. 이 영화가 제시하는 통제 사회의 기초가 되는 산아제한법이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한편, 나날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지만 정작 신생아 탄생 비율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우리나라는 '자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형제자매'를 새로운 표어로 내세우고 있다. 다분히 문제 발생 시 해결 방식의 패착이자, 우선순위를 매김에 있어 굉장히 비인간적이고 생각없는 처사라 할 수 있겠다. 


식량부족이라는 위기의 원흉으로 인구증가를 지목해 출산을 막고는, 고령화사회라는 위기의 원흉으로 인구감소를 지목해 출산을 장려하는, 참으로 간단하고 단편적이기 짝이 없는 안목이다. 더 깊고 넓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아이가 한 가정의 한 사회의 한 나라의 인류 역사의 미래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이기에 그에 따른 자유는 완전히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화끈한 아이디어


화끈한 아이디어.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의 한 장면. ⓒ스마일이엔티



밖에서는 카렌 셋맨을, 안에서는 일곱 쌍둥이를 연기한 이는 누미 라파스이다. <밀레니엄> 시리즈(스웨덴판)으로 강렬하다 못해 파격적인 인상을 심고는 <프로메테우스>로 새로운 여전사의 반열에 올랐던 그녀다. 이 영화에서는 절정의 기술과 더불어 여러 대역들, 또 다른 자신과 완벽한 연기 호흡을 맞춰야 했다. 많은 장면에서 각자의 뚜렷한 개성을 지닌 쌍둥이들이 등장함에도 위화감이 없는 게 참으로 대단하다. 


그럼에도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여러모로 결코 잘 만든 영화는 아니다. '존재'는 <블레이드 러너>를 필두로 수많은 복제인간 콘텐츠에서 엿볼 수 있고, '통제'는 <마이너리티 리포드> 등이 생각나며, '아이'는 <칠드런 오브 맨>이라는 걸출한 명작이 있다. 반면, 이 영화는 나열한 어떤 영화에도 못 미치지만, 시선을 끄는 독특한 발상이 있다. 


1가구 1자녀의 강력한 정책 하에서, 하필 일곱 쌍둥이가 태어나, 각각 일주일의 요일 이름을 붙여, 해당 요일에만 밖으로 외출할 수 있게 한다는 분명 오랜 시간 생각하고 생각했을 게 분명한 아이디어 말이다. 때문에 통상 요즘 SF 영화를 대하는 시선들이 엄청나게 높아졌음에도, 이 영화가 소소하게나마 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