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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가짜와 거짓말로 점철된 비밀요원에게 희망은 있는가? <헬 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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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헬 독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헬 독스> 포스터.

 

신주쿠의 신입 경찰 이데츠키 고로, 어느 슈퍼마켓의 여고생 알바와 썸을 타던 어느 날 중국인 갱 3명이 슈퍼마켓에 들이닥치더니 직원들을 총으로 쏴 죽인다. 총을 연구하고 있던 쇼고는 사전에 어렴풋이나마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상사의 재지로 넘어가 버리고 만다. 그는 죄책감으로 사건 이후 10년 동안 사건 관련자를 찾아 죽이고 자수한다.

 

경찰은 그에게 비밀요원을 제안한다. 최대 조직 토쇼카이에 잠입해 정보를 캐고 궁극적으로 조직을 와해시키는 임무였다.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토쇼카이의 해결사이자 특수부대 ‘헬 독스‘의 무로오카에게 접근해 친해지는 것이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1년 뒤, 이데츠키 고로는 카네타카 쇼고로 이름을 바꾸고 무로오카와 콤비를 이뤄 헬 독스의 핵심이 되어 있었다.

 

내전 이후 파문자를 처리하는 데 헬 독스 콤비가 이용되었는데, 단 한 번의 실수가 없다. 한편 카네타카는 또 다른 비밀요원인 조직 마사지사에게서 임무를 하달받곤 한다. 어느 날 큰형님 토키로부터 전달받기로 헬 독스 콤비가 회장님의 직속 경호를 맡게 될 거라고 한다. 조직의 핵심에 가닿기 위한 절호의 기회이자, 또다시 수많은 사람을 죽여야 하는 한편 죽을지도 모를 위기다. 카네타카 고로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할까?

 

<무간도> <신세계> 등이 떠오르는 언더커버물

 

넷플릭스 오리지널 일본 영화 <헬 독스>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아이돌 ‘V6’ 출신의 오카다 준이치가 주연을 맡아 열연했다. 그밖에 사카구치 켄타로, 마츠오카 마유, 미야비, 키타무라 카즈키 등 낯익은 얼굴들로 진용을 꾸려 적정 이상의 모양을 갖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일본 콘텐츠는 애니메이션이 점령하다시피 하는 와중에 간간이 얼굴을 비추는 영화가 반갑다.

 

줄거리를 대충이라도 훑으면 자연스레 생각나는 영화들이 있다. 홍콩 영화 <무간도> 트롤리지, 한국 영화 <신세계>, 미국 영화 <디파티드>(무간도 리메이크) 등이 그것들이다. 일명 ‘언더커버’ 장르, 경찰의 비밀요원이 조직에 들어가기도 하고 조직의 비밀요원이 경찰에 들어가기도 하고 서로 잠입하기도 한다. 이 방면의 전설이자 최고봉은 단연 <무간도>로 경찰과 조직이 서로 잠입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진행되는 긴장감 어린 대치들이 일품이다.

 

반면 <헬 독스>는 경찰 비밀요원의 조직 잠입이 핵심이다. 언제 어떻게 들킬지 몰라 쫄깃함이 동반된 긴장은 거의 없다시피 한 대신, 주인공 카네타카 쇼고에 집중해 서사를 이끌어 간다. 그는 말 못 할 과거의 사연으로 지금에 이르렀는데 죽지 못해 살아가는 것 같다. 그의 죄책감 어린 사연에 갱이 절대적으로 관여했기에 갱 조직을 와해시키는 임무를 맡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스파이가 된 이유, 스파이가 된 이후

 

가네타카 쇼고는 경찰 출신으로 경찰 측의 비밀요원이지만 엄연히 살인자다. 그것도 고의적으로 타깃을 잡아 몇 명이나 죽였다. 물론 그가 죽인 이들도 살인자이지만 다분히 개인적인 이유로, 죄책감으로 살인을 행했기에 과연 누가 그를 구원할 수 있을지 면죄부를 내줄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경찰밖에 없는 것인가. 그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다시피 한 경찰.

앞서 언급한 <무간도> <신세계>의 잠입 과정보다 오히려 수긍 가는 면이 있다. 상사의 명령으로 스파이가 된 신입보다 죄를 짓고 자수한 후 경찰의 제안을 받은 사연 있는 전직 경찰이 더 수긍 가는 건 당연할 테다. 그렇지만 재미는 스파이가 되는 과정이 아닌 스파이가 된 이후의 과정이다.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하는지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와중에 정체성의 혼란까지 들이닥친다.

<헬 독스>의 주인공은 결이 다르다. 어차피 돌아갈 곳도 없고 더 이상 살아갈 희망도 없으니, 조직을 일망타진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요량인 듯하다. 이 일이야말로, 이 스파이짓이야말로 그가 살아가는 이유인 것이다. 그러니 쫄깃한 긴장감 대신 시원시원하고 파워풀한 살인 게임이 이어진다. 상대편을 죽이고 우리 편을 살리며 더 높이 올라간다. 그렇게 조직을 일그러뜨리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희망을 노래한다

 

조직의 일망타진이라는 일념 하에 조직의 핵심에서 ‘헬 독스’로서 대량 살인자가 되어 버린 가네타카 쇼고, 그런데 그런 조직에서도 인정을 받고 우정을 쌓고 사랑을 하며 인간관계를 맺는다. 가짜와 거짓말로 점철된 관계지만 순간순간 만큼은 진짜이자 진실이었을 것이다. 그조차 가짜라면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없었을 테다. 그렇지만 언젠가 철저히 무너뜨려 삭제해 버려야 하는 것도 그 관계들이고 그 사람들이다. 희망 따위가 존재하는가?

영화는 아이러니하게 희망을 노래한다. 카네타카 쇼고에게도 낭만이 있고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그건 다름 아닌 사람에 의해서다.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사람, 그리고 그는 미처 모르지만 그가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사람. 또 다른 삶의 기회가 주어졌다고 해야 할까? 지금까진 여러 이유로 자신의 삶을 살지 못했는데, 이제 비로소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 기회일까?

이후의 행보는 나오지 않지만 카네타카 쇼고가 평범한 삶을 살 가능성은 굉장히 낮을 것이다. 그의 오롯한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며 그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받혀줄 조력자들이 많다 해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기회가 주어졌을 뿐이다. 남을 위해 또는 향해 시작된 이 비극이 일단락 나고 바로 잡을 기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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