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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바보야, 문제는 상업적 어업 활동이야 <씨스피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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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씨스피라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 포스터. ⓒ넷플릭스

 

얼마전 주말 아침, 종종 그랬던 것처럼 맥도날드에 가서 맥모닝을 먹었는데 광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맥도날드가 13년 만에 재출시하는 피쉬버거인 '필레 오 피쉬' 광고였다. 마니아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부응한 결과라고 하니 기대가 가는 와중에, 표식 하나가 눈에 띄었다. MSC(해양관리협의회) 마크, 맥도날드는 국내 QSR(Quick Service Restaurant) 최초로 MSC를 받았다고 한다.

 

100% 자연산 알래스카 폴락 패티를 사용했다는 사실보다 MSC 마크를 받았다는 사실이 눈에 띄고 또 중요해 보이는 건, 그보다 얼마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를 시청했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에서 감독은 MSC의 지속 가능 어업 규격에 과학적인 기반이 없다고 날카롭게 몰아붙인다.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었던 대목, 하지만 MSC가 어딘가? 글로벌 비영리기구가 아닌가.

 

MSC는 지속가능수산물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비영리기구로 유명하다. 해양생태계 및 어종 보호, 국제규정 준수 여부 등 조업 과정 전반에서 건강하게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어업 활동을 하는지 수십 개의 요소를 평가해 인증 절차를 진행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체 수산물 중 MSC 인증 수산물은 15%에 불과하다. '착한 소비'가 전 세계적인 소비 트렌드로 확산되면서 MSC 인증 수산물이 글로벌 표준으로 떠오를 전망이라고 한다. 와중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1위 자리까지 오른 작품이 MSC를 정면에서 비판한 것이다.

 

플라스틱 아닌 어망이 문제다

 

<씨스피라시>는 '바다(sea)에 얽힌 음모(conspiracy)'라는 뜻을 가진다. 제목에 걸맞게 작품은 바다에 관한 당면한 문제를 거론하며 시작된다. 우리가 바다에 관해 가장 문제시하고 있는 것, 바로 '플라스틱' 말이다. 태평양에 1억 5천만 톤의 쓰레기 섬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이밖에도 감독이 숫자로 제시하는 문제의 심각성이 뼈를 때린다. 플라스틱을 더더욱 쓰지 말아야겠다 싶다.

 

그런데, 여기서 잘 알지 못했던 사실 하나가 쑥 들어온다. 태평양 쓰레기 섬의 46%가 어선들이 버린 어망이었다는 것, 그리고 캠페인까지 하며 목소리를 높인 플라스틱 빨대 사용 반대의 주인공 '플라스틱 빨대'가 정작 바다에 유입되는 양은 극히 미미했다는 것. 바다에 유입되는 플라스틱의 0.03%만이 플라스틱 빨대라고 한다. 자연스레, 어선과 어망에 귀추가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러던 중, 감독은 전 세계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상업 포경 활동을 재개했다는 보도를 접한다. 와카야마현 다이지 마을을 찾는 감독, 그곳은 축구장만 한 크기의 만으로 수많은 돌고래를 몰아넣어 죽이는 현장으로 악명이 높았다. 이해하기 힘들었던 건 수족관에 넘기는 목적으로 1마리를 생포하면 평균12마리를 학살했던 것, 실상은 돌고래가 먹는 참치의 숫자를 늘리기 위함이었다. 바다의 최대 인기 품종인 참치, 아주 비싸기도 한 참치는 무분별한 어획으로 개체수가 불과 몇십 년만에 3%로 줄어들고 말았다. 그런가 하면, 상어 지느러미 즉 샥스핀을 위해 죽어나가는 상어의 개체수도 종에 따라 1~20%로 줄어들고 말았다고 한다.

 

'돈' 출처를 따라가 본 결과...

 

그렇다, 작품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상업적 어업 활동을 지목한다. 감독은 해양 생태계에 관련된 최전선에서 일하는 이들을 찾아간다. 불법 어업 활동을 단속하는 해양 자경단 '씨 셰퍼드', 환경보호단체 '지구섬협회' 그리고 '플라스틱 오염 연대', 세계 최대 지속가능수산물 단체 'MSC'까지. 그들에게서 어떤 말을 들을 수 있을까.

 

'지구섬협회'라는 곳이 있다. 그곳에선 어획 과정에서 부수어획으로 돌고래를 죽이지 않았다는 '돌고래 안전' 마크를 인증해 준다. 그런데, 실제로 돌고래가 부수어획으로 죽지 않는지 100% 확신할 수 없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완벽한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였다. 그런가 하면, '플라스틱 오염 연대'는 상업적 어업 활동이 플라스틱보다 해양 생태계를 훨씬 더 심각하게 파괴하는데 왜 그 이야기를 하지 않는지에 대해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건 자신들의 영역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감독은 '돈'의 출처를 따라간다. 지구섬협회와 플라스틱 오염 연대는 같은 곳이었다. 한편에서는 대기업의 수산 물품에 마크를 인증해 주며 막대한 이익을 챙겼고, 한편에서는 해양생태계 오염의 원인으로 플라스틱 사용만을 언급하며 캠페인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양 생태계를 지킨다는 이들이 해양 생태계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점점 거대해지는 양상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이카루스>와 닮았다. 그 작품은 감독이 전설적인 사이클 선수 암스트롱의 도핑 스캔들을 빗대어 본인이 직접 도핑 테스트에 참여함으로써 '도핑 테스트 시스템이 얼마나 허접한가'를 보여 주려 했다가, 러시아가 국가 조직적으로 선수들에게 도핑을 시도했다는 사실까지 밝혀내게 되었다. <씨스피라시>도 바다와 환경에 관심 많은 감독이 플라스틱 줄이기 프로젝트로 시작했다가 상업적 어업 활동의 금지와 어류 섭취 금지의 영역까지 간 게 아닌가.

 

해양 생태계를 위해 해야 할 근본적 변화란

 

작품은 이뿐만 아니라 대안으로 제시된 양식장의 실체도 파헤친다. 실상 청결하지 못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바, 이를테면 우리가 좋아라 하는 연어의 선명한 선홍색이 사실은 흙빛에 색소를 입혀놓은 것이라고 한다. 한편, 태국 원양어선에서 자행되는 노예 노동 시스템을 목도하고 있노라면 생선을 먹기 불편해지는 데에 이른다. 시리즈도 아닌 1시간 30분짜리에 불과한 짧은 한 편으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지녀온 생각의 틀을 한순간에 바꿔 버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 어떤 고발 다큐멘터리도 해낼 수 없었던 바다.

 

육류에 대한 시선은 많이 달라졌다. 환경보호의 이유, 동물보호의 이유, 식탁에 올라오기까지의 청결하지 못한 과정의 이유 등으로 말이다. 하지만, 어류에 대한 시선은 개념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기본적으로 육류를 섭취하지 않는 채식주의자 중에 어류를 섭취하는 부류가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 작품은 비단 환경보호의 이유뿐만 아니라, 동물보호의 이유와 식탁에 올라오기까지의 과정 등까지 총체적으로 다뤄 어류 섭취에 대한 근본적인 시선에 의문을 던진다. 물론, 상업적 어업 활동이 문제라는 게 우선이다.

 

자문해 보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가? 그렇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변화가 '우선적으로' 필요한가? 잘 모르겠다. '일시적이고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가? 그렇다. 그렇다면 일시적이고 대대적인 변화가 '우선적으로' 필요한가? 그렇다. 작품이 전하는 바도 동일하다. 근본적인 변화는 상시적으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꿰야 하는 대신, 일시적이고 대대적인 변화를 최우선적으로 꿰야 한다는 것이다.

 

작품은 근본적인 변화이자 우리가 할 수 있는 윤리적인 일이 어류를 섭취하지 않는 것이고, 일시적이고 대대적인 변화는 정부가 나서서 상업적 어업 활동을 규제·금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작품은 그 궁극적인 이유와 목적도 잊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간 '지속가능'은커녕 수십 년 내로 해양 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이고 결국 인류뿐만 아니라 지구의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돌아올 테다. 정부와 기업과 단체와 우리가 각성해 해 나가면 아직 돌이킬 수 있는 희망이 있다.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