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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누가 봐도 재밌을, '전형'과는 거리가 먼 복수극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신작 영화 리뷰] 아내, 딸과 멀리 떨어진 아프가니스탄에 파병 나가 있는 현역 군인 마르쿠스, 3개월을 더 있어야 한다는 소식을 아내한테 전하곤 얼마 안 있어 비행기에 홀로 몸을 실고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지하철 사고로 아내는 죽고 딸이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둘만 남게 된 마르쿠스와 마틸드, 어느 날 통계학자 오토가 친구 레나르트와 함께 집을 방문한다. 오토는 사고가 벌어지던 순간 마르쿠스의 아내, 딸 바로 옆에 있었는데 자리에 앉아 있던 그가 마르쿠스의 아내에게 자리를 양보해 그와 마틸드는 살았고 그녀는 죽고 말았다. 통계학자로서 이 '사고'가 '사건'임을 간파한 오토는 레나르트와 또 다른 친구 에멘탈러에게 도움을 청했고 죄책감도 들어 마르쿠스에게 찾아왔던 것이다. 오토는 온갖 자료를 .. 더보기
자살로 생을 마친 가족의 추모와 치유를 위한 여정 <이블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단편 다큐멘터리 로 2017 아카데미 단편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올랜도 폰 아인지델 감독, 그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그동안 자신을 밀어붙이며 분쟁 지역에서 작업을 계속해왔다고 한다. 그런 그도 차마 꺼내지 못한 주제가 동생 이블린이다. 이블린은 13년 전(영화를 제작한 2018년 기준) 우울증으로 자살했다. 올랜도는 이름을 말하는 것조차 고통인 그 이름 이블린과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혼자, 지인, 가족들과 어쩔 수 없을 때를 제외하곤 일절 피했다고 한다. 걷는 걸 좋아했던 이블린, 올랜도는 동생들 그웨니와 로빈 그리고 다른 가족들, 지인들과 걸으면서 그동안 외면했던 진실을 마주보기로 한다. 그동안 일절 피하고, 피하지 못했을 때도 경계를 넘진 못했던 이블린 이야기와 .. 더보기
인생을 올바르고 건강하게 바꾸는 '치유' 프로그램 <돈 워리> [모모 큐레이터'S PICK] 미국 포틀랜드의 유명 만화가 존 캘러핸(호아킨 피닉스 분), 휠체어에 앉은 채 대중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히 충격적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걸은 날은 전날 마신 술로 잔뜩 취한 상태였기에 숙취 없이 잠에서 깼다는 것이다. 곧 그는 술을 찾아 마시고 계속 술을 찾아 헤맨다. 밤에는 파티에 가서 '언니'들이랑 놀았는데, 덱스터(잭 블랙 분)가 와서 훨씬 좋은 파티에 가자고 한다. 그들은 밤새 술을 마시며 놀고는 계속 차를 타고 이동했다. 술을 진탕 마셨으니 제정신이 아니었을 테고 밤새 놀았으니 졸렸을 것이다. 덱스터가 운전할 때 가로등을 들이박는다. 이 사고로 운전자 덱스터는 가벼운 찰과상 정도로 끝나고, 동승자 존은 전신이 마비된다. 그때 병원으로 찾아온 자원봉사.. 더보기
결국, 다시, 사랑이라고 말하는 러브 스토리 <먼 훗날 우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2007년 춘절, 고향으로 귀향하는 기차 안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된 린젠칭(징보란 분)과 팡샤오샤오(저우둥위 분), 알고 보니 같은 동네에 살고 있던 그들은 베이징에서 함께 지내며 꿈을 키운다. 린젠칭은 게임 개발자의 꿈을 키우는 반면, 팡샤오샤오는 잘 나가는 베이징 남자와 결혼할 때까지는 그저 먹고 사는 데만 치중할 뿐이다. 린젠칭은 팡샤오샤오를 좋아한다. 팡도 린을 좋아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그들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렇게 시작되는 다시 없을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하지만 그들의 현실은 너무나도 팍팍하다. 언제 꿈을 이룰지 알 수 없지만, 꿈을 이루기 노력하는 한편 현실을 살아가려고 발버둥 쳐야 하는 린. 팡은 그런 린을 응원하며 그저 먹고 살기 위해 .. 더보기
모든 엄마에게 보내는 아름다운 헌사, 하지만 끔찍한 현실 <툴리> [리뷰] 마를로(샤를리즈 테론 분)는 두 아이를 키우는 임산부다. 큰딸은 의젓하지만 그래도 아직 어리기에 관심과 사랑을 주어야 하고 챙겨주어야 한다. 둘째 아들은 조금 특별하다, 조금 다르다. 예민한 게 정도를 지나칠 때가 많다. 와중에 그녀는 이제 곧 세 아이의 엄마가 될 운명이다. 육아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셋째가 태어나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전쟁에 돌입한다. 큰딸을 최소한으로 챙기고 둘째 아들에게는 여전한 관심을 쏟는 와중에, 정녕 밤낮 없이 셋째 키우기가 계속된다. 와중에 남편은 아이들과 적당히 놀아주고는 게임 삼매경이다. 끝이 없을 것 같고 변함도 없을 것 같다. 사소한 것부터 큼직한 것까지 모든 게 아이에게 맞춰져 있다. '나'라는 존재는 없다. 마를로의 오빠는 자신들이 야간 보모의 .. 더보기
이토록 성스럽고 황홀하고 지적인 섹스란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오래된 리뷰] 얼마 전 국내 주요 언론들에서 BBC 보도를 인용해 '천사의 손' 논란을 다룬 적이 있다. 천사의 손은 대만의 작은 민간 자선단체로, 성욕을 해결하기 힘든 장애인을 위한 성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마디로, 간호 자격을 갖춘 성 도우미가 장애인의 수음을 도와주는 것이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름 없는 욕구를 가지고 있고 이를 풀어야 하며, 장애인의 식사와 배설을 도와주는 것처럼 성욕도 해소도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다. 매춘 행위와 다를 게 없다는 주장이 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러 가지 각도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고, 자연스레 그렇게 된다. 매춘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을 테고, 장애인의 성 욕구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도 존재할 것이다. 무엇보다 '봉사'의 의.. 더보기
아픔과 고통을 짊어지고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삶이다 <회복하는 인간> [한국 대표 소설 읽기] 한강의 한 자매가 있다. 그들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언니는 화려한 외모에, 건실하고 잘생긴 형부와 결혼해 누구라도 부러워할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반면 동생은 평범한 외모에, 고지식하고 고집이 세고, 신통찮은 전공을 택해 불안정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동생이 언니를 질투하고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언니가 동생을 질투하고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자매 사이는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이 벌어지고 죽을 때까지 좁혀지지 않는다. 조만간 언니에게 죽음이 찾아온 것이다. 동생은 그렇게 언니를 보내고 고통 속에 살아간다. 아니, 일부러 고통 속으로 걸어들어가 나오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마치 그것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자 방식이라는 듯이. '고통'과 '아픔'이라.. 더보기
<일상의 인문학> 인문학은 어디 가서 배울 수 있을까요? [서평] 흔히들 IMF 이후 우리들 삶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신자유주의 논리가 극단으로 치달아, 물질(돈)이 최고의 가치이자 덕목이 되어버렸죠. 그 결과 돈이 되지 않는 것들은 소외되었습니다. 이는 기업은 고사하고, 학문의 가치를 숭고히 해야 하는 대학에까지 침투하고 맙니다. 교수들은 어떻게든 취업률을 올려놓아야 하고, 학생들도 스펙 위주의 학습으로 눈을 돌립니다. 자연스럽게 문·사·철을 위주로 하는 인문학을 비롯한 순수학문은 나몰라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이 모습은 장기 불황에서 오는 것이겠지만, 지금 사람들을 구석으로 몰아가는 것들은 더 있습니다. 정치 불안, 각종 살인 사건, 비정규직과 청년 실업, 세계 1위라는 자살 문제, 이혼, 부익부 빈익빈 등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이것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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