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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철학은 치료제로 작용해야 한다' <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서평] '철학'은 어렵고 멀게 느껴진다. 어려운 건 어쩔 수 없을지 몰라도, 굳이 멀어야 할 필요는 없겠지마느 그 어떤 학문보다 우리와 먼 게 사실이다.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을 아우르는 인문학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와중에도 철학은 그 고고함을 꺾지 않는다. 가까이 오라 손짓해도 선뜻 가까이 가지 못한다. 철학이 생겨난 고대, 철학은 삶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을까'하는 문제가 곧 철학이었다는 것이다. 지혜 추구가 주요 목표였다. 하지만 17~18세기 자본주의 형성과 시민사회 성립으로 근대가 시작되며 함께 등장한 근대 학문 하에서 철학은 삶에서 멀어졌다. 근대 철학자들은 학문과 기술과 경제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철학은 지금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지극한 '.. 더보기
삶과 죽음의 운명, 그 속박을 풀 수 있을까? <줄리에타> [리뷰] 줄리에타는 로렌조와 함께 마드리드의 삶을 청산하고 포르투갈로 떠나려 한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엔 알 수 없는 수심이 가득한 바 어떤 사연이 있는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길을 가던 중 우연히 마주친 베아, 베아로부터 우연히 듣게 된 딸 안티아의 소식을 듣는다. 12년 만에 듣게 된 딸의 소식에 줄리에타는 포르투갈로의 이주를 취소하고 딸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쉽게 꺼낼 수 없었던 자신의 과거를 구구절절 풀어놓기 시작하는 것이다. 마치 그것이 딸을 향한 사죄의 시작인 양. 스페인의 거장이라고 일컬어지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신작 는 줄리에타가 딸에게 쓰는 편지와 편지를 쓰는 현재가 교차되는 형식을 취한다. 당연히 그 중심에는 줄리에타가 있고 감독은 줄리에타의 삶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 더보기
전쟁 영화 재밌게 봐왔지? 이걸로 이제 그만 <풀 메탈 자켓> [오래된 리뷰] 군대 가기 전이었다. 온갖 전쟁 영화를 다 챙겨 봤다. 비록 드라마지만 웬만한 영화 이상가는 퀄리티를 자랑하는 를 필두로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전쟁 대작 , 70~80년대를 대표하는 , 그보다 윗 세대의 까지. 그리고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 중 하나인 도. 이밖에 수없이 많은 전쟁 영화를 챙겨봤다. 지금은? 신작은 안 보고 예전 전쟁 영화를 가끔 보곤 한다. 전쟁 영화는 몇 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다. 일명 '국봉(?)'.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숭고한 이들의 헌신을 다룬다. 주로 이데올로기 얘기가 들어가 있다. '반전'. 전쟁의 참상과 허무함과 쓸 데 없음을 사실적이고 때론 풍자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전쟁을 반대하거나 전쟁의 불필요함을 역설한다. '액션'. 전쟁이 가지는 블록버스터적인 요소.. 더보기
떼려야 뗄 수 없는 삶과 죽음, 긍정적으로 접근해보기 <헤피엔딩> [서평] 10년도 훌쩍 넘은 것 같다. '웰빙'이라는 거의 모든 곳에서 쓰였던 적이 있다. 단순히 먹고 사는 시대를 지나 잘 먹고 잘 사는 시대에 진입했다는 뜻이기도 했을 것이다. 혹은 오로지 물질적인 풍요와 성공만을 강요하는 시대를 지나 정신적인 풍요와 성공이 삶의 진정한 척도로 부상했다는 뜻이기도 했을 거다. 웰빙의 뜻은 점차 확대 되었다. 이제는 잘 먹고 잘 사는 문제만이 아닌 '잘 죽는 것'도 웰빙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기 시작한지도 10년이 넘은 줄 안다. 일명 '웰다잉'이다. 말이 쉬워 웰다잉이지,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있는 개체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웰다잉이 사회적으로 퍼진 건 '고 김수환 추기경' 연명 치료 중단 판결 덕분이다. 2009년 선종한 그는 병세가 악화되기 .. 더보기
화가들 생의 마지막 그림, 그들의 삶과 죽음이 거기에 있다 <화가의 마지막 그림> [서평] 여섯 살 때 찾아온 척수성 소아마비, 18살 때 당한 끔찍한 교통사고로 평생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안고 살았던 프리다 칼로. 그녀는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그림에 '삶이여, 만세'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오롯이 고통으로 점철된 삶이었기에 오히려 삶에 집착하였던 것이리라. 하지만 그녀가 쓴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이라 적혀 있었다 한다. 화가들 생의 마지막 그림으로 삶을 유추하다 가수는 노래로 말하고, 작가는 글로 말하며, 화가는 그림으로 말한다. 화가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에는 어떤 특별한 뜻이 담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생각해봄직하다. 처음 그린 그림보다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에 그가 더 많이 담겨져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더보기
'영생'이라는 아름다운 지옥, 택할 것인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오래된 리뷰] 아무런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영원한 삶을 얻을 것인가. 너무 극과 극에 있지 않은가. 누구라도 영원한 삶을 선택할 것 같다. 나 또한 그럴 것 같다. 광활한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도 그랬고, 중세의 연금술사들도 그랬다. 많은 종교 또한 그러하다. 그래서 인간은 죽음 못지않게 영원한 삶에 대해 수많은 콘텐츠들을 양산해냈다. 그 중 하나가 '뱀파이어'다. 그들은 햇빛에 노출되지 않거나 동족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는 이상, 영원한 삶을 보장받는다. (그들의 신체 능력은 발군을 자랑하기에 동족이 아니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뱀파이어가 된 당시보다 더 젊고 아름다운 모습을 계속 유지하기에, 경우에 따라 영원한 '젊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정녕 뱀파이어.. 더보기
아픔과 고통을 짊어지고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삶이다 <회복하는 인간> [한국 대표 소설 읽기] 한강의 한 자매가 있다. 그들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언니는 화려한 외모에, 건실하고 잘생긴 형부와 결혼해 누구라도 부러워할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반면 동생은 평범한 외모에, 고지식하고 고집이 세고, 신통찮은 전공을 택해 불안정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동생이 언니를 질투하고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언니가 동생을 질투하고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자매 사이는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이 벌어지고 죽을 때까지 좁혀지지 않는다. 조만간 언니에게 죽음이 찾아온 것이다. 동생은 그렇게 언니를 보내고 고통 속에 살아간다. 아니, 일부러 고통 속으로 걸어들어가 나오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마치 그것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자 방식이라는 듯이. '고통'과 '아픔'이라.. 더보기
끔찍한 고통과 두려움, 죽음보다도 더 견디기 힘든 건 '거짓' <이반 일리치의 죽음> [지나간 책 다시 읽기] 죽음은커녕 삶도 제대로 알지 못할 나이에 죽음을 걱정했던 것 같다. 자그마치 초등학교 5학년 12살 때였다. 아마 어느 정도의 삶을, 되풀이 되는 삶의 연속을 경험해본 나이였을 테니까, 이 삶의 끝을 상상해봤을 것이다. 한 때 매일 밤 눈만 감으면 생각했다. 아니,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으나 그 생각이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는 머리에 든 게 많지 않고 생각도 짧으니 죽음에 대한 한 면만, 그리고 한 가지만 물고 늘어졌다. 죽음은 두렵고 무섭고 나쁘고 아프고 피하고 싶은 것, 부정(不淨) 그 자체였다. 그 끝이 어떻게 될까, 끊임없이 반복해서 생각하게 되니 미처버릴 것만 같았다. 도무지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데 자꾸 생각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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