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장

'과잉보호'라는 알을 깨고 홀로 밖으로 나가기까지 <37초>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태어났을 당시 37초 동안 숨을 쉬지 않아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채 휠체어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23세 여성 유마, 유명 만화가 사야카의 보조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유마 없이 만화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편집부에선 그 사실을 공개하자고 하지만 사야카는 꺼린다. 장애인 착취가 들통날까 봐일까? 유마는 고민 끝에 성인만화 잡지 '주간 붐'의 문을 두드린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자신만의 만화를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주간 붐 편집장이 말하길, 다 좋은데 진정성이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섹스를 해 본 적 없는 만화가가 어떻게 성인만화를 그릴 수 있느냐는 논리였다. 유마는 인터넷 채팅으로 남자를 만나본다. 참으로 다양한 남자들, 좋은 느낌이 오간 이도 있었지만 진지한 만남으로 .. 더보기
파인다이닝 '헝거'를 둘러싼 성장과 성공의 추악한 면모 <헝거>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태국을 대표할 만한 일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헝거', 셰프 폴은 맛과 퍼포먼스를 겸비해 정재계 인사는 물론 부자와 인플루언서들이 너나없이 찾는다. 그들은 폴의 요리가 너무나 맛있는 듯 그야말로 추잡스럽게 먹어 치운다. 그러나 그는 주방에선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인간 말종 독재자, 그의 눈밖에 나면 그 누구라도 살아남을 수 없다. 반면 그의 눈에 들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아버지의 허름하고 낡은 식당을 이어받아 요리에 전념하는 젊은 여인 오이에게 헝거의 주니어 수셰프가 접근한다. 그녀의 요리를 맛보고 재능이 있다고 판단해 스카웃하려는 의도였다. 오이는 얼마 후 헝거를 찾는데, 입단 테스트 볶음밥은 어렵지 않게 통과하지만 고기 볶음에서 폴에게 대차게 욕을 먹는다. 이.. 더보기
욕망이라는 이름의 엄마를 둔 청춘의 잔혹사 <혜옥이> [신작 영화 리뷰]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라엘은 신림동 고시촌의 더럽기 이를 데 없는 가파른 언덕의 방 하나를 얻어 행정고시 준비를 시작한다. IMF 때 남편과 이혼한 후 딸 하나만을 바라보고 힘들게 살아온 엄마의 바람이 절대적으로 반영된 것이었다. 엄마는 딸에게 “넌 최고니까, 일류니까, 다 할 수 있어“라고 응원하며 힘을 북돋아 준다. 라엘은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한 듯 첫 번째 시험에선 1차에서 떨어지고 만다. 엄마는 딸에게 변함없이 똑같은 응원의 말을 전한다. 라엘은 힘을 얻어 두 번째, 세 번째 시험을 이어간다. 1차 정도는 합격할 만한 실력과 요령을 갖췄다. 엄마는 여전하다. 라엘은 서서히 지쳐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라엘에게 ‘혜옥’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준다. 지.. 더보기
세 고아가 모여 이룬 기묘한 가족의 눈물 겨운 성장 이야기 <오펀스> [신작 연극 리뷰] 미국 극작가 ‘라일 케슬러’의 대표작 가 2017년 국내 초연, 2019년 재연에 이어 2022년 삼연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관객의 호평에 이어 매진 행렬, 그리고 오직 관객의 투표만으로 수상이 결정되는 ‘SACA’(Stagetalk Audience Choice Awards)에서 최고의 연극상을 수상하는 등 우리나라 연극계를 뜨겁게 달궜던 이 작품은 1983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초연했다. 이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으며 명작의 반열에 올라 있다. 삼연이니 만큼 볼 만한 사람은 다 봤음직한데, 오히려 한 번 본 관객이 또 보게 되는 매력을 가진 작품인 것 같다. 같은 등장인물을 두고 다양한 배우가 각자의 개성으로 연기를 하기에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게 연극인데, 이 작.. 더보기
생존, 성장, 사랑으로 홀로선 한 여성의 이야기 <가재가 노래하는 곳> [신작 영화 리뷰] 1969년 10월 30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바클리 코브에서 아이들에 의해 젊은 남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경찰이 출동해 감식해 본 결과 소방용 망루에서 떨어진 걸로 죽은 걸 보였는데, 누군가가 밀친 것 같았다. 아무런 흔적이 없는 게 이상했지만 곧 ‘습지 여자’ 카야 클라크를 유력한 용의자로 점찍어 체포해 구금한다. 모두가 그녀를 범인으로 확인하는 가운데 국선변호사 톰 밀턴맘이 그녀의 편에 선다. 카야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습지에서 홀로 살고 있는 여자로, 어렸을 때 아버지의 폭력으로 다른 가족이 모두 도망갔는데도 홀로 그곳을 지켰고 곧 아버지마저 도망갔지만 그곳을 지켰다. 완전히 혼자가 되어 자연과 맞닥뜨린 어린 카야는 홍합을 따서 도심으로 가 친절한 흑인 부부의 상점에 팔아 .. 더보기
'명작' 프레데터의 적통을 이은 수작 <프레이> [디즈니+ 오리지널 리뷰] 1987년 대망의 '프레데터' 시리즈 1편 가 공개되었다. 고어스러운 호러와 화끈한 액션 그리고 아놀드 슈왈제네거라는 이름이 한데 뭉쳐 최대한의 시너지를 내며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날아 올랐다. 당연하게도 이후 후속편이 이어졌는데 형만 한 아우 없다고 1편만 못했다. 그런 한편 2000년대에 '프레데터 vs 에일리언' 시리즈가 나와 제작비 대비 상당한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던 2022년 올해, '프레데터' 시리즈의 5번째 작품 가 우리를 찾아왔다. 지난 2018년에 나온 시리즈의 4번째 작품 가 사상 최악의 작품으로 길이 남았기에 후속편이 나올 거라는 기대는 하기 힘들었을 테다. 그런 와중에 가히 기적처럼 찾아온 는 '프레데터' 시리즈의 제대로 된 후속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더보기
"아름다움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니?" <베르네 부인의 장미정원> [신작 영화 리뷰] 에브 베르네는 아버지 작고 후 15년 간 장미정원을 운영하는 원예사이다. 명성과 실력은 프랑스 최고의 속하지만, 날이 갈수록 장미가 팔리지 않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돈이 없어서 직원을 늘릴 수도 없고 장미 콩쿠르에선 제대로 된 부스도 차릴 수 없다. 여러 모로 힘든 와중에도 장미를 향한 관심과 사랑은 변치 않은 베르네 부인이다. 그녀에게 업계의 대기업 라마르젤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데,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소규모 정원들을 사들이며 온갖 희귀 장미 품종들을 독점해 장미 콩쿠르에서 8년 연속으로 황금장미상을 거머쥐었다. 그녀에게도 어김없이 유혹의 손길을 던지지만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다. 그렇게 망해 가는 게 확실한 정원을 위해 하나뿐인 직원 베라가 아이디어를 내 신규 직원들을 채용한.. 더보기
학교에 내던져진 아이들의 이야기 <플레이그라운드> [신작 영화 리뷰] 일곱 살 노라는 막 입학한 낯선 학교가 두렵기만 하다. 입학 첫날 아빠의 손을 떼기가 무섭고, 오빠 아벨이 함께 입학해 종종 볼 수 있다고 해도 울음이 멈추지 않는다. 선생님이 돌아가며 이름을 말해 보라고 해도 잘 대답하지 않는다. 체조, 수영 등 체육 시간도 무섭다. 점심 때는 오빠한테 가서 밥을 같이 먹으려고도 한다. 그녀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라는 것이다. 어느새 학교에서 웃고 있는 노라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가는 모양새다. 그런데 오빠를 보러 가니 누군가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처음엔 선생님이 와서 말렸고 두 번째엔 선생님한테 가서 말했더니 와서 말렸다. 그런데 세 번째엔 선생님한테 가서 말해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괴롭힘이 끝나고 아벨은 동생에게 .. 더보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