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실

안드로이드 양이 떠난 후 남겨진 인간들의 애처로움 <애프터 양> [신작 영화 리뷰] 여기 네 명으로 이뤄진 가족이 있다. 차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제이크, 회사 중역으로 바쁘게 일하는 키라, 입양한 딸 미카, 그리고 안드로이드 양. 백인과 흑인이 만나 중국계 딸을 입양하곤 딸에게 중국 문화와 언어를 알려주고자 중국인 안드로이드 양을 사온 것이다. 미카는 양을 친오빠처럼 따랐고 제이크와 키라로선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양이 돌연 작동을 멈춘다. 양이 그렇게 되자 미카는 학교도 가지 않는다고 떼를 쓴다. 그만큼 충격을 받은 것이리라. 제이크와 키라는 양을 고치기 위해 이곳저곳을 수소문한다. 하지만 코어가 고장나 다시는 기동을 할 수 없다는 말만 들을 뿐이다. 그러던 중 수리공 러스를 통해 누군가를 소개받는다. 사실상 양을 고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일 .. 더보기
"진정으로 소중한 건 쉽게 얻을 수 없어" <피그> [신작 영화 리뷰] 슬럼프는 누구에게 언제든지 어떤 모습으로든 찾아오기 마련이다. 소위 '잘나간' 사람일수록 슬럼프의 파동이 크게 느껴질 것이다.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상업 영화배우의 경우, 잘 나가는 것도 한순간이지만 슬럼프에 빠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세상이 나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지만, 어느새 아무도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는 것이다. 여기, 아주 적절한 배우가 한 명 있다. 니콜라스 케이지, 할리우드 최고의 로얄패밀리라고 할 만한 '코폴라' 가문 출신으로 1980년대 영화계에 얼굴을 내민 뒤 오래지 않아 스타덤에 오른다. 1990년대 중반 로 골든글로브와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연기파 배우로도 우뚝 선다. 이후 액션, 드라마 장르를 가리지 않고 출연하는 족족 흥행에 성공하며 광폭 행.. 더보기
이토록 특별하고 독보적인 성장 드라마 <신의 손>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1970년생으로 어느덧 50 줄에 접어든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 그는 2000년대 이후 이탈리아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군들 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며 꾸준히 좋은 작품들을 내놓았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 미국·영국 아카데미와 골든 글러브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휩쓸어 버린 가 대표작이라 할 만한다. 영화를 내놓았다 하면 거의 어김없이 칸 영화제에서 부르니, '칸의 아들'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경쟁 부문에 그의 영화를 초청해선 상까지 줬다. 자그마치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그리고 신인배우상)을 말이다. 쉽게 말하면, 베니스 영화제 2등상(감독상과 더불어)을 수상한 것이다. 그가 이탈리아 나폴리 태생인 점으로 미뤄 봤을 때, 이탈.. 더보기
간신히 버티고 서 있는 이들을 위하여 <정말 먼 곳> [신작 영화 리뷰] 강원도 화천, 진우는 어린 딸 설이와 함께 양떼 목장에서 일을 도우며 서식하고 있다. 그곳은 중만의 목장으로, 그는 치매로 고생하시는 어머니 명자와 아직 시집 가지 않은 딸 문경과 함께 산다. 설이는 주로 명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문경은 두루두루 보살핀다. 어느 날 진우 앞에 두 명의 지인이 각각 찾아온다. 이후 그의 삶이 소용돌이친다. 한 명은 친구 현민이다. 시인인 그는 진우처럼 복잡한 서울을 떠나 한적한 시골로 내려와 마을 사람들에게 시를 가르치려 한다. 진우와 함께 지내기로 한 듯하다. 알고 보니, 그들은 연인 사이. 진우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도망쳐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그 이유 중 현민도 있었을 테고, 현민도 이곳에 온 이유가 다르지 않았을 테다. 다른 한 명은 이란성 .. 더보기
상실, 불안, 고독으로 점철된 삶에서 사랑으로 힘내요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리뷰] 영화를 즐겨 보고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이야깃거리가 있는 영화는 리뷰를 써서 소개하고 기억에 남기려고 애쓰다 보면, 종종 나도 모르게 '군(群)'이 형성되는 걸 느낀다. 소설을 자주 접하다 보면 좋아하는 작가군이 형성되는 것처럼, 영화는 감독군이 형성된다. 믿고 보는 배우가 있듯이 믿고 보는 감독도 있을 텐데, 영화에서 배우에 비해 감독은 상대적으로 덜 드러나기에 그냥 지나칠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감독군이 형성될 때 말 그대로 '나도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일본에서는 2017년에 개봉했지만 한국에는 이제야 상륙한, 그동안 제목과 포스터, 최소한의 스틸컷과 내용 등의 단편지엽적인 정보만으로 기대를 품고 있었던 (이하 '도쿄의 밤하늘')도 그중 하나다. 한국 개봉이 확정되고 찾아보기 .. 더보기
빛나는 순간들을 위한 관계, 상실, 성장의 하모니 <빛나는> [리뷰] 가와세 나오미의 장편 연출 데뷔 20주년,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이 열광하는 일본 최고의 감독 중 하나 '가와세 나오미'는 그 명성에 비해 우리나라에선 비교적 최근에 대중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녀는 장편 데뷔와 동시에 칸영화제와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는데, 이후로도 그녀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은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고,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해 많은 인기를 얻어 비로소 가와세 나오미라는 이름을 알린 와 또한 칸영화제는 물론 수많은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는 영광을 누렸다. 얼마전 개봉한 또한 마찬가지다. 가와세 나오미의 영화들은 하나같이 지극한 해석이 필요하다. 그 행간과 자간을 읽어낼 수 없거나 읽어내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그 자체로 결코 스무스하고.. 더보기
다른 모든 걸 덮어버리는 '상실'에 대하여 <싱글맨> [리뷰] 톰 포드의 짧고 잔잔한 영화 한 편으로 인생의 한 부분이나마 이야기하는 건 정녕 어려운 일이다. 인생뿐이랴. 인생을 말하고자 영상과 색감을 알게 모르게 이용하는 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타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문자로 보여주기 어려운, 영상으로만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쉬운 부분이니 만큼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겠지만, 그만큼 심여를 기울여야 한다. 어설프면 안 하느니 못하지 않겠나. 영화 은 이를 완벽에 가깝게 해냈다. 스토리야 완벽에 가까운 원작이 있으니 크게 우려할 부분이 없겠지만, 그걸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엄청난 부담이 지어졌을 게 분명하다. 자연스레 감독이 궁금해진다. 색감의 대가 웨스 앤더슨 감독이나 박찬욱 감독이 생각났다. 의 감독은 누구일까. '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