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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조망하는 마틴 맥도나의 시선이 경이롭다 <이니셰린의 밴시> [신작 영화 리뷰] 1923년 4월 1일, 아일랜드 외딴섬 이니셰린에 소소한 사건 아닌 사건이 일어난다. 섬마을 사람 모두가 잘 아는 절친 사이 파우릭과 콜름이 멀어진 것이다. 아니 콜름이 일방적으로 파우릭에게 절교를 선언했다. 파우릭은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을 두고 어리둥절할 뿐이다. 그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섬에 유일하다시피 한 유흥거리인 펍에서 맥주 한잔을 하며 수다를 나눴더랬다. 콜름을 몇 번이고 찾아가니 그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파우릭이 그냥 싫어졌다며,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니 이름을 남길 뭔가라고 하려면 쓸데없이 수다 떠는 일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콜름에겐 파우릭과 수다 떠는 게 인생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었고, 이젠 더 이상 의미 없는 일을 붙잡고 있지 않으려 한다. 본토에서 음대.. 더보기
가짜와 거짓말로 점철된 비밀요원에게 희망은 있는가? <헬 독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신주쿠의 신입 경찰 이데츠키 고로, 어느 슈퍼마켓의 여고생 알바와 썸을 타던 어느 날 중국인 갱 3명이 슈퍼마켓에 들이닥치더니 직원들을 총으로 쏴 죽인다. 총을 연구하고 있던 쇼고는 사전에 어렴풋이나마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상사의 재지로 넘어가 버리고 만다. 그는 죄책감으로 사건 이후 10년 동안 사건 관련자를 찾아 죽이고 자수한다. 경찰은 그에게 비밀요원을 제안한다. 최대 조직 토쇼카이에 잠입해 정보를 캐고 궁극적으로 조직을 와해시키는 임무였다.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토쇼카이의 해결사이자 특수부대 ‘헬 독스‘의 무로오카에게 접근해 친해지는 것이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1년 뒤, 이데츠키 고로는 카네타카 쇼고로 이름을 .. 더보기
주인공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유 <썬다운> [신작 영화 리뷰] 멕시코 아카풀코 해변의 초호화 리조트, 닐은 여동생 앨리스 그리고 그녀의 아들 딸과 함께 한가로이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고 있다. 일면 무료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다. 앨리스가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하고 일을 하면 자식들이 극구 말리며 쉴 것을 종용하기도 한다. 그러던 차,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다. 닐과 앨리스의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곧바로 짐을 싸서 귀국하려는 일행, 하지만 닐은 여권을 두고 왔다며 셋은 보내고 홀로 어느 허름한 호텔로 향한다. 그러곤 기다렸다는 듯 해변에 가서 무료해 보이기까지 하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매일같이 앨리스가 전화로 빨리 귀국하라고 하지만 닐은 대충 둘러 댈 뿐 돌아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말은 잘 안 통하지만 몸은 잘 통하는 여자친구도 만.. 더보기
"아름다움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니?" <베르네 부인의 장미정원> [신작 영화 리뷰] 에브 베르네는 아버지 작고 후 15년 간 장미정원을 운영하는 원예사이다. 명성과 실력은 프랑스 최고의 속하지만, 날이 갈수록 장미가 팔리지 않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돈이 없어서 직원을 늘릴 수도 없고 장미 콩쿠르에선 제대로 된 부스도 차릴 수 없다. 여러 모로 힘든 와중에도 장미를 향한 관심과 사랑은 변치 않은 베르네 부인이다. 그녀에게 업계의 대기업 라마르젤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데,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소규모 정원들을 사들이며 온갖 희귀 장미 품종들을 독점해 장미 콩쿠르에서 8년 연속으로 황금장미상을 거머쥐었다. 그녀에게도 어김없이 유혹의 손길을 던지지만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다. 그렇게 망해 가는 게 확실한 정원을 위해 하나뿐인 직원 베라가 아이디어를 내 신규 직원들을 채용한.. 더보기
혈중알코올농도와 중년 위기의 상관 관계 <어나더 라운드> [신작 영화 리뷰] 덴마크 코펜하겐의 어느 고등학교, 학생들이 과도하게 술을 마신다며 교장이 금주를 예고하는 가운데 네 중년 남성 교사들이 무덤덤하게 수업을 이어간다. 각각 역사 교사 마틴, 체육 교사 토미, 심리 교사 니콜라이, 음악 교사 피터인데 그들은 친구 사이다. 특히 마틴의 경우 학부모들한테조차 신임을 얻지 못하고 가족들과도 육체적·심리적으로 멀어진 지 오래다. 그런 와중, 니콜라이의 40살 생일을 축하하고자 한자리에 모여 술을 마신다. 니콜라이가 힘들어 하는 마틴을 위해서인지 심리 교사로서의 지식을 뽐내기 위해서인지 술자리라서인지 모르겠지만, 노르웨이 정신과 의사 핀 스콜데루드의 가설을 인용해 음주가 현명하다고 말한다. 그러며, 혈중알코올농도가 0.05%로 유지되면 더 느긋해지고 침착해지며 음.. 더보기
한 남자의 생으로 들여다보는 야쿠자의 흥망성쇠 <야쿠자와 가족>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2019년 일본 영화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 일본 현지에선 '가짜뉴스' '여론 조작' '민간 사찰'의 진실을 국가가 숨겼다는 실화가 충격을 줬고 우리나라에선 주인공이 '심은경'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몰고 왔다. 일본 국민은 홍보도 제대로 되지 못한 반정부 영화에 쏠쏠한 흥행으로 보답했고, 일본 영화계는 '일본 아카데미'에서 3관왕의 영광으로 보답했다. 의 감독 후지이 미치히토, 이후 영화 두 편을 만들어 개봉시켰는데 때의 제작진과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작품이 최신작 이다. 일본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아야노 고'를 원탑 주연으로 내세워 영화에 한층 무게를 담았다. 그의 연기는 일본 영화 연기 특유의 오버가 없다. 붕 뜬 느낌도 들지 않는다.. 더보기
'말괄량이 삐삐' 작가가 되기 전, 파란만장 이야기 <비커밍 아스트리드> [신작 영화 리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스웨덴이 낳은 위대한 동화작가로 그녀를 대표하는 뿐만 아니라 등 살아생전 70권 넘는 책을 내놓았다. 10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2억 부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J.K. 롤링의 시리즈 이전 어린이·청소년 문학의 현대 정전이라고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 그녀의 기념비적인 연설문이 책 (위고)로 번역출판되어 나왔는데, 그녀는 1978년 독일 출판서점협회 평화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아동 폭력 반대 메시지가 농후한 발표를 했다. 이 연설은 스웨덴에서 세계 최초로 아동 체벌 금지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위대한 동화작가는 물론 위대한 사회활동가이기도 했다. 영화 는 그녀의 치열하고 다사다난하고 파란만장했던 10~2.. 더보기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진실 어린 치유 회고록 <마음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 [신작 도서 리뷰] 지난 2015년 7월 5일 MBC 일요 프로그램 에서 '서프라이즈 시크릿'으로 '마지막 춤'이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1945년 5월 미군에 의해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시체 더미 속에서 발견된 소녀의 이야기로, 발레리나를 꿈꾼 평범한 헝가리 유대인 소녀가 살아남기 위해 부모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나치 친위대 장교 요제프 멩겔레 앞에서 춤을 췄다. 비록 그녀는 살아남았지만 목숨을 위협하는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죽는 것보다 못한 삶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녀, 에디트 에바 에거는 결국 다시 한 번 살아남았고 빅터 프랭클 박사를 접해 자신처럼 마음의 외상을 입은 이들을 치료해 주는 길을 택했다. 90세가 훌쩍 넘은 지금도 여전히 현역 임상 심리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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