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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선

은근히 유려한 '중국'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사라진 그녀>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중국영화 하면 여전히 '국뽕'이 떠오른다. 현대 중국이 강조하는 국가, 민족, 집단주의 등의 개념을 거의 그대로 가져와 핵심 주제로 삼아 영화를 만들고 국가적으로 지원, 홍보하는 것도 모자라 관객은 역대급 흥행으로 보답한다. 하여 중국 내에선 웬만한 할리우드 흥행 영화의 월드와이드급 흥행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선 힘을 못 쓰는 중국영화들이 많다. 그런 와중에 '볼 만한 중국영화가 없다'는 식의 인식이 팽배해졌다. 과거 중국에도 1980년대 이후의 '5세대(첸카이거, 장이모우 등)'와 1990년대 이후의 '6세대(장위안, 지아장커 등)' 감독들이 보여준 반체제적이고 독립적인 이야기들이 있었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격제지감을 느낀다. 그래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볼 만한 중국영화.. 더보기
시한부 판정 받은 영혼 없는 공무원의 진정한 자아 찾기 <리빙> [신작 영화 리뷰] 제2차 세계대전의 화마가 휩쓸고 간 지 오래되지 않은 영국 런던시청 공공사업부. 부서를 이끄는 윌리엄스는 암암리에 '미스터 좀비'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전형적인 공무원 마인드로 살아가는데, 이를테면 골치 아픈 민원이 들어오면 다른 과로 보내 버리고 다시 돌아오면 한쪽에 처박아 버린다. 손에 닿을 거리에 두지만 절대로 손을 대지 않을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6개월 정도. 부서 사람들한테는 물론 아들내미 부부한테도 말하지 못한다. 그래도 이대로 떠나기는 싫으니 뭐라도 하려 한다. 바닷가로 훌쩍 떠나 생전 처음 보는 젊은 친구한테 하루를 온전히 맡겨 보기도 하고, 부서의 홍일점이었던 생기발랄한 해리스와 하룻 나절을 함께 보내 보기도 .. 더보기
그녀가 남의 쓰레기를 주워 파헤치는 이유 <너를 줍다> [신작 영화 리뷰] 한지수는 오늘도 아파트 단지 내 쓰레기를 뒤진다. 쓰레기를 통째로 집에 가져와선 하나하나 분류하곤 컴퓨터에 정리하기까지 한다. 그렇게 단지 내 사람들을 하나하나 속속들이 파악한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남자가 한 명 보인다. 그녀는 그가 바로 옆집인 705호 사람이라는 걸 파악한 후 곧 쓰레기를 수집해 파악에 들어간다. 그녀가 파악한 그, 강우재는 품위 있는 사람이다. 물고기 하나 죽었을 뿐인데 마치 선물을 포장하듯 곱게 포장했으니 말이다. 이후 지수는 우재의 주위를 맴돌며 그가 관심을 가질 만한 행동을 정확히 한다. 우재로선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지수는 밀키트 판매 회사에 다니는데 고객들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 선임인데도 컴플레인을 도맡아 처리한다. 지수와 우재 모두 마.. 더보기
이 작품은 결코 슈퍼스타의 철없는 자서전이 아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1980년대 중반 미국을 뒤흔든 아이돌 그룹이 등장한다. 그 이름도 유명한 '뉴 키즈 온 더 블록'. 데뷔 후 몇 년 뒤엔 미국을 넘어 전지구급 인기를 구가한다. 이에 불과 20여 년 전 비틀즈 등이 주도한 '브리티시 인베이전'으로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던 영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1990년 '테이크 댓'으로 응수한다. 오래지 않아 크게 성공하며 비틀즈 이후 영국에서 가장 성공한 보이그룹으로 우뚝 선다. 테이크 댓은 게리 발로우를 중심으로 굴러갔다. 그가 리더이자 메인보컬이었으며 작곡도 도맡았다. 다른 멤버들은 비주얼, 댄스 정도를 담당했다. 와중에 막내 로비 윌리엄스가 리드보컬과 비주얼, 막내미(?)를 도맡았다. 하지만 그룹이 크게 성공할수록 로비는 게리를 향한 적개심을.. 더보기
"이것이 무슨 수사여? 똥이제!"라고 일갈하는 형사 <소년들> [신작 영화 리뷰] 20세기 한국에서, 아니 군부 독재 시대에 국가 폭력으로 가짜 범인이 만들어지는 사례는 부지기수였다. 대표적으로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끌고 가 무자비한 폭력과 고문을 가해 가짜로 시인하게 만드는 사례들이었을 테다. 국민의 시선을 돌리고자 마련한 이벤트성이었던 적도 많아 오랜 시간이 지나 결국 무죄로 판결 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군부 독재 시대를 끝내고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본격적인 민주주의 시대, 나아가 인권 중심의 시대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국가 폭력으로 시름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건이 1999년 '완주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이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3인조가 슈퍼에 침입해 강도짓을 하던 와중 할머니가 질식사했다. 사건 발생 9일 만에 동네에 살고 있던 3명의.. 더보기
'인류의 미래는 우주에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쏘아 올린 제임스 웹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2021년 12월 25일, 프랑스령 기아나의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을 실은 로켓 아리안 5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지구로부터 약 160만km 떨어진 라그랑주점으로 향한 제임스 웹은 이듬해 2022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임무를 시작했고 7월에 이르러 공식적인 첫 관측 임무를 해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언노운'의 네 번째 작품 이 제임스 웹 우주 만원경의 최초 구상부터 발사까지 역사적인 여정을 들여다봤다. 제임스 웹을 두고 타임머신이라고 칭한 건, 138억 년 전 우주의 탄생과 기원을 이해할 수 있는 관측 자료를 수집해 줄 거라 기대해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별은 과거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제임스 웹은 은하와 별이 어떻게 탄.. 더보기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12.12 군사반란 영화 <서울의 봄> [신작 영화 리뷰] 얼마전 전두환과 노태우의 2주기였다. 그들은 불과 한 달여를 앞뒤로 죽었다. 하지만 1979년에 발발했던 12.12 군사반란 주동자들 중 전두환, 노태우 등을 제외하곤 상당수가 살아 있다. 당사자들이 살아 있으니, 비록 오래 되었으나 마냥 지나간 역사라고 보기 힘들다. 그래서일까? 12.12 군사반란을 주제로 삼은 영화는 단 한 편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교양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는 보고 듣고 씹고 맛보고 하며 수없이 접했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그러다 보니 속속들이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저 '전두환, 노태우 등을 중심으로 하나회가 주축이 된 세력이 군사반란을 일으켜 성공해 정권을 잡았다' 정도랄까. 상업영화로 만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소재가 아.. 더보기
이방인보다 못한 20대 북한이탈주민의 처연한 한국 생존기 [신작 영화 리뷰] 한영은 중국에서 머물며 배운 중국어를 바탕으로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한다. 하지만 외려 한국말이 어려워 보인다. 그녀는 힘겹게 서울살이 중인 20대 여성이지만 사실 북한이탈주민이다. 믿을 건 북한에서 함께 탈출해 온 남동생 인혁과 친구 정미뿐이다. 중국어를 가르쳐 줬던 리샤오가 찾아오기도 한다. 담당 경찰 태구, 동료 미선과 청하도 있다. 그런데 북한이탈주민이라는 꼬리표에 관해서는 누구도 도움을 주기는커녕 대신해 줄 수 없다. 그래서였을까, 동생 인혁은 말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태구한테 도움을 청해 보지만 한계가 있다. 알아 보긴 하지만 기다리면 돌아올 거라는 말을 되낼 뿐이다. 그런가 하면 친구 정미는 말도 없이 남자친구와 독일 이민을 준비 중이다. 곁에 더 이상 믿을 수 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