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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도서

과알못을 위한 완벽한 과학책 <야밤의 공대생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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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야밤의 공대생 만화>


<야밤의 공대생 만화> 표지 ⓒ뿌리와이파리



자타공인 2017년 최고의 책으로 손꼽는 책, <야밤의 공대생 만화>(뿌리와이파리). 해가 넘은 지금에서야 접했다. '과알못', 과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보아도 재미있고 심지어 유익하기까지 한 책이 분명하다. 저자는 태블릿 펜을 산 겸으로 '만화나 그려볼까?'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는데, 책에서 소개한 몇몇 인물들의 위대한 발견의 이면과 맞닿아 있어 흥미롭다. 


나는 문과생으로, 명명백백한 과알못이다. 학창시절에 배웠던 화학, 물리, 생물, 지구과학에서 기억나는 건 '칼카나마알아철니주납수구수인백금' 주기율표 정도이다. 문제는 주기율표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모른다는 것이고, '칼카나마~'가 어떤 것의 줄임말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과알못의 고백은 이쯤에서 접는다. 


대신, 역사와 위인 이야기는 좋아한다. 고로 과학사도 좋아라 한다. 정작 중요한 그들의 업적이 무엇인지는 이해하지 못해도, 그들의 이야기는 좋아한다는 말이다. 아울러 만화 또한 좋아한다. 소년만화도 좋아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는 교양만화에 눈길이 많이 갔고 자연스레 많이 접했다. 


이 책은 그 지점에서 완벽히 부합한다. 과학을 알지 못해도 심지어 싫어해도, 만화를 좋아한다면 역사를 좋아한다면(?) 이 책은 맞다. 결정적으로, 이 책에서는 현재진행형의 다양한 개그코드와 저자의 과학을 향한 애정(또는 애증일까)을 맛보고 엿볼 수 있다. 엄선된 댓글을 읽는 건 큰 즐거움이다. 


과학기인 또는 과학천재 열전


책은 과학인물사를 표방하지만, 실상은 과학기인열전 또는 과학천재열전에 가깝다. 고로 아주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와 사례들이 가득하다. 그중 단연코 가장 눈에 띄고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학자 아이작 뉴턴이다. 그는 최단강하곡선을 하룻저녁에 풀어버렸고 미적분을 가장 먼저 발견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새로운 화폐를 만들기도 했다. 너무나도 유명한 뉴턴의 생소한 일화들이 재밌다. 


한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의 이야기는 자못 심금을 울린다. 그의 업적은 너무나도 어마어마한데, 그 업적들 중 상당수가 그가 눈이 먼 이후에 올린 것들이라고 한다. 라플라스의 "오일러를 읽으라, 그는 우리 모두의 스승이다"라는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고 그의 위대함이 묻어난다. 


여기, 역사상 최고의 천재 존 폰 노이만이 있다. 그는 7살 때 8자릿수끼리 나누기가 가능했고 9살 때 미적분을 마스터했으며, 15년 전에 읽은 책을 모두 암송할 정도로 기억력이 좋았다. 20대가 되자 한 달에 한 편꼴로 논문을 썼다 한다. 그리고, 자신이 개발에 참여한 컴퓨터와의 계산 배틀에서 싱겁게 이겨버렸다는 실화 전설이 내려온다. 


과학계의 천재 하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알버트 아인슈타인 정도가 떠오를 텐데 이 책 덕분에 수많은 숨겨진 천재를 알게 되는 기쁨(?)을 맛보았다. 혹은 슬픔. 물론 역사에 길이 남을 연구로 칭송받지만 생전에 주목을 받지 못한 천재들도 존재하거니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으니 마냥 절망(?)에 빠지는 결과만 낳는 건 아니다. 


<야공만>이 시사하는 것들


<야밤의 공대생 만화>는 참으로 많은 걸 시사하고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이런 식의 콘텐츠여야만, 즉 현재진행형의 수많은 인터넷 드립과 패러디로 중무장한 콘텐츠여야만 관심을 갖는 것인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과 이런 식으로도 충분히 훌륭하게 어렵고 지루한 지식들을 전달할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이 큰 축을 이룬다. 


책을 접하기 전에는 앞엣것의 마음이 주를 이루었다면, 책의 첫 페이지를 보는 순간 뒤엣것의 마음으로 급격히 옮겨 갔다. 감탄을 금할 수 없다는 것, 더 읽다 보면 너무 재미있어서 그런 저런 마음 같은 건 잊어버리게 된다는 것. 책을 다 읽고 덮은 지금 드는 생각은 어서 빨리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지 하는 마음 뿐.


한편, 저자는 마치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으로 자신의 작업을 겸손하게 말하고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만화 그리는 걸 좋아하고 만화가가 꿈이기까지 했다는 말은 결코 그 '끄적거림'이 그저 끄적거림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이 책을 다 본 즉시 '나도 뭔가 해볼까?'하고 생각해봤는데, 그 '뭔가'가 나에겐 없다는 슬픈 자책만 돌아올 뿐이었다. 저자가 챕터를 끝낼 때마다 올리는 교훈을 나도 써 볼까?


아니, 쓰지 않을 테다. 생각나는 게 하나같이 우울하고 슬픈 것들이다... 황새 따라 하려다가 가랑이 찢어지는 뱁새가 되긴 싫다는 말이다. 이것도 일종의 교훈일까. 여하튼 <야밤의 공대생 만화>를 '과알못', 아니 '만알못', 아니 '책알못' 한테도 과감히 맹목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이 책 읽으면 좋아질 것이다. 과학도, 만화도, 책도.


야밤의 공대생 만화 - 10점
맹기완 지음/뿌리와이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