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머니 몬스터>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가, 미국 뉴욕의 '월 스트리트'. 월 스트리트를 좌지우지 하는 버라이어티 경제쇼 '머니 몬스터'. 그곳에 괴한이 출현해 진행자를 위협하는데... ⓒUPI코리아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가, 미국 뉴욕의 '월 스트리트'. 월 스트리트를 좌지우지 하는 버라이어티 경제쇼 '머니 몬스터'. 머니 몬스터는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TV 프로그램이다. 진행자 리 게이츠는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진 않지만, 진행 하나는 최고다. 현장을 완벽히 컨트롤 하는 프로듀서 패티 펜이 있기 때문.
그날도 어김 없이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택배 기사로 보이는 남성이 카메라에 잡힌다. 생방송의 묘미를 살려 남성을 이용해 보려는 리와 패티. 하지만 남성은 다자고짜 총을 꺼내 들고는 천장으로 쏘며 진행자를 위협한다. 그러며 하룻밤 만에 8억 달러를 날려 버린 'IBIS'의 진실을 폭로하고 회장이 사과하는 걸 요구한다.
새로울 게 없는 설정, 아쉽다
어디서 본 듯한 설정, 2013년에 개봉한 하정우 주연의 <더 테러 라이브>가 스친다. 생방송 도중에 걸려온 장난 전화, 하지만 장난이 실제가 되면서 이야기는 급박하게 흘러간다. 그 모든 걸 생중계하여 시청률을 올려보겠다는 심산까지. <머니 몬스터>와 <더 테러 라이브>를 모두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다만, <머니 몬스터>가 조금 더 스케일이 크다. 보여지는 건 <더 테러 라이브>가 더 화려하고 스펙터클하고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 텐데, <머니 몬스터>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더 크다. 다만, 하룻밤 만에 증발해버린 유망 기업의 주식 8억 달러의 실체를 밝혀라. 사실 그 뿐이다. 다양한 면에서 잘 살리지 못했다. 발만 담궜을 뿐이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얽히고설킴, 여기저기에서 많은 접해온 클리셰다. 새로울 게 없는 설정이다. 그걸 뛰어넘는 무엇이 있을까? ⓒUPI코리아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할 수밖에 없는 상황, 불쌍한 가해자를 이해하고 진정한 가해자를 응징하는 데 힘을 보태는 피해자, 그렇지만 그 피해자 또한 가해자와 동조해 왔으니 가해자다. 거기에 또 다른 넓은 의미의 가해자도 있다. 우린 이런 류의 클리셰를 많은 영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접해 왔다.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설정이다. 이 중 한 개라도 집중해 치명적인 딜레마와 안타까운 파국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영화 같은 영화, 재미는 어디로?
2008년 '미국 발' 금융 위기 이후 할리우드에서 경제 영화, 그중에서도 특히 금융위기 당시를 생각나게 하는 '주가 조작' 영화가 자주 출몰한다. 얼핏 기억나는 영화만 해도 <월 스트리트> <인사이드 잡> <마진 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빅 쇼트> 등, 일 년에 최소 한 편 이상은 만들어지는 것 같다. 와중에 <머니 몬스터>는 별종이다. 위엣것들이 현실 그 자체를 그렸다면, 이 영화는 영화 같은 영화다.
문제는 재미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다큐멘터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극히 진지하게, 지극히 풍자적으로 심각한 상황을 전했었다. 이 영화는 어떤가? 조금 더 다층적으로 접근한다. 하룻밤 만에 어마어마한 돈이 증발해버리는 영화 같은 상황에, 생방송 도중 괴한이 침입해 총과 폭탄을 들고 진행자를 위협한다는 영화 같은 설정을 넣은 것이다. 초첨을 어디에 맞추는 지가 굉장히 중요해진다.
이 영화의 괴한은 어수룩하다. 그는 일종의 딜레마를 상징한다. 죽음도 없고 영웅도 없다. 재미는 있을까? ⓒUPI코리아
90년대 스타일이라면 괴한이 두뇌 회전이 빠르고 눈치도 빠르고 잔혹하고 만반의 준비까지 한 인물일 것이다. 몇 명이 죽을 것이고, 심장은 한 없이 쫄깃해질 것이고, 영웅 한 명이 어떤 수를 써서든 괴한을 무찌를 것이다. 반면 이 영화는? 괴한이 어수룩하다. 왜? 그도 원래는 피해자니까. 일종의 하소연을 하러 온 거니까. 요즘 나오는 많은 영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딜레마. 죽음도 없고 쫄깃도 없고 영웅도 없다. 재미도 없다.
예전 스타일처럼 만들 게 아니라면, 또는 비주얼적으로 뭔가 보여줄 만한 게 조금이라도 있는 게 아니라면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의문이다. 재미가 있을 것처럼 시작만 했을 뿐, 가면 갈수록 당최 알 수가 없지 않은가. 재미가 없지 않은가. 다층적이고 색다른, 현대적인 접근이 오히려 내용도, 재미도, 감동도 담보하지 못했다.
시종일관 짙게 묻어나는 아쉬움
1990년대 최고의 탑스타 조지 클루니와 줄리아 로버츠, 거기에 떠오르는 신성 잭 오코넬, 그리고 조디 포스터 감독. 이들은 꿍짝이 잘 맞았을까? ⓒUPI코리아
미덕을 찾아보자. 주연 3인방, 조지 클루니, 줄리아 로버츠, 잭 오코넬의 이름값. 안타깝지만 눈요기 감도 안 되었다는 말을 전한다. 조지 클루니는 2010년대 이후 <디센던트>에서 정점을 찍고 한 없이 추락하는 중이고, 줄리아 로버츠는 굳이 필로그래피를 언급하지 않아도 극 중에서 전혀 빛을 발하지 못했다. 잭 오코넬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연상시키는 만큼 지질한, 즉 괜찮은 연기를 펼쳤지만 극 중 역할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지 않았다. 아쉽지만 영화와 배우가 꿍짝이 잘 맞지 않았다.
까메오나 단역, 조연의 역할이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때가 많다. 이 영화에도 감초 같은 조연이 나오는데, 이 심각한 국면에서 코믹에 가까운 역할을 부여받았다. 잘 들어 맞았다면 영화의 급 자체를 끌어 올렸을지 모른다. 진중함과 코믹함을 자유자재로 옮겨가니 말이다.
그런데 정말 아쉽게도 그 역할이 영화 내내 헛돌았다. 전혀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나름 진중한 분위기에 쉬어가는 페이지가 아니라 찬물을 쫙 끼얹는 느낌이랄까. 그리 생각하니 다양한 느낌을 형성하는 역할들이 곳곳에 자리 잡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감독의 역량이 부족하다 해야 할까.
100분이 채 안 되는 짧은 러닝 타임이 미덕이라면 미덕일까. 마음 놓고 킬링타임 용으로 즐길 만한 영화가 안 되는지라, 그것조차 미덕이 아닐 수 있다는 게 정말 너무나도 안타깝다. 차라리 여타 영화보다 조금이라도 더 길어서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었으면 어땠을까... 나름 전달하는 메시지에 의미 부여를 하고 미덕을 찾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조차 너무 식상하지 않나 싶다. 끝까지 아쉬움만 남는다. 미덕을 찾아보는 재미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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