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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부디 액션만 보기 위해 이 영화를 골랐기를 바랍니다 <엽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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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엽문 3: 최후의 대결>



영화 <엽문 3: 최후의 대결> 포스터 ⓒ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셀 수 없이 많은 중국, 홍콩 무협 영화 중 사실 기억에 남는 건 별로 없다. 여러 모로 <와호장룡>만이 기억에 뚜렷이 남아 있다(비록 이번에 '와호장룡 2'가 개봉해 그 명성에 크나큰 흠을 남겼지만). 비슷한 걸 찾아봤지만, <영웅> 정도만 눈에 띈다. 그래도 무협 영화 라면 액션이 주를 이뤄야 제 맛이다. 기억에 남는 영화들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판타지 요소가 다분한 무협 영화가 대세였다. <동방불패>, <천녀유혼>, <신용문객잔>, <소호강호> 등. 90년대 넘어 오면서 <황비홍>이 평정했고,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다. 그 와중에 주성치는 자신만의 길을 가며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21세기의 시작인 2000년 <와호장룡>이 출현하면서 무협 영화는 급을 달리한다. 2000년대 초중반은 장이모우 감독이 이끈다. 이후엔 춘추전국시대라고 할까, 쇠퇴의 시대라고 해야 맞겠다. 


2008년에 <엽문>이 나왔다. 주인공 엽문 역을 맡은 견자단은 80년대부터 액션, 무협에서 활동해온 베테랑이지만, 소위 홍금보, 성룡, 이연걸 등에 가려진 면모가 없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들어서 주 연 뿐만 아니라 무술감독도 겸한 영화들이 잘 되면서 40세가 훌쩍 넘은 나이에 늦게 꽃이 피었다. 엽위신 감독과 같이 한 세 글자 삼총사인 <살파랑> <용호문> <도화선>이 그것이다. 엽위신 감독과 견자단이 다시 뭉쳐 일을 냈는데 그게 바로 <엽문>이다. 이 영화는 감히 죽어가는 홍콩 무협 영화를 다시 살려냈다고 할 수 있을 만하다. 


이후 견자단은 정말 잘나갔는데, <정무문> <금의위> <삼국지> 등은 기억에 남아 있다. 역대급 흥행을 한 <몽키킹>의 '몽키킹'이 견자단이기도 하다. 급기야 올해 말에 개봉하는 <스타워즈 앤솔로지>에 주연급으로 캐스팅 되었다(안타깝게도 <와호장룡 2>는 살리지 못했지만). <엽문> 시리즈는 계속되었다. 2010년에 2탄이 나왔고 올해 6년 만에 3탄도 나왔다. 



영화 <엽문 3: 최후의 대결>의 한 장면 ⓒ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사력을 다한 액션, 이야기다운 이야기가 없는 스토리


'최후의 대결'이라는 부제가 달린 만큼 여러 가지 이야기와 함께 사력을 다한 액션이 길지 않은 러닝 타임에 꽉 차 있다.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거기에 달려 있다. 액션을 보느냐, 이야기를 감상하느냐. 애초에 이야기다운 이야기를 바라지 않고 액션을 보기 위해 이 영화를 골랐다면 아주 좋은 선택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양한 이들과 쉼 없이 액션으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1, 2탄에 이어 간결하면서도 위력적이고, 많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주로 손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영춘권의 진수를 보여준다. 고만고만한 다수와의 비교적 손쉬운 대결, 절대강자와의 일대일 대결, 다수의 고수와의 어려운 대결, 그리고 또 다른 영춘권 고수와의 대결까지. 중요한듯 아닌듯 모호한 역할을 수행한 마이클 타이슨과의 일대일 대결은 극의 흐름 상 이벤트라고 불릴 만하지만, 재미는 극에 달한다. 



영화 <엽문 3: 최후의 대결>의 한 장면 ⓒ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문제는 1, 2탄에서 보여준 어느 정도의 이야기를 기대한 이들이다. 1탄은 일제강점기의 시대상을 잘 표현해냈고, 2탄도 고뇌에 빠진 엽문을 잘 표현해냈다. 액션과 이야기를 잘 버무려낸 '은근한' 수작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3탄은 시리즈의 마지막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액션에 너무 과하게 정성을 쏟았다. 그것도 액션과 액션 사이의 개연성이 거의 무시된 채 말이다. 제대로 편집을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엽문> 시리즈는 이렇게 끝날 것 같다


개연성 있는 이야기에 기반한 액션이라면 당연히 보는 이가 더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장면이라도 다르게 보인다. 그걸 정말 잘 표현해내다 못해 자칫 과할 수 있는 영화가 왕가위의 <일대종사> 같은 류다. 그 정도까진 바라지 않지만 어느 정도 이유 있는 액션을 바란 건 사실이다. 안타깝다. 


더욱이 뜬금없이 병에 걸려 죽어 가는 아내와의 로맨스는 조금 뭉클하게 만들었지만, 이 또한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굉장히 개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눈물이 금방 마른다. 비장미 있는 피날레 액션을 위한 장치였지만, 너무 늦었거니와 너무 뜬금없었고 너무 억지였다. 왠지 <엽문> 시리즈는 이렇게 끝날 것 같다. 



영화 <엽문 3: 최후의 대결>의 한 장면 ⓒ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시리즈의 후속편이 너무 늦게 나오면 영화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전편에 누를 끼친다. <엽문 3>는 어떨까. <와호장룡 2>까지는 아니더라도 전편에 누를 끼친 건 맞다. 그럼에도 영화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액션 만을 본다면 시리즈를 완벽히 마무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보는 이마다 다를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급의 무협 액션 영화가 계속 나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6대 4 정도로 시리즈를 잘 마무리했다는 쪽으로 손을 들어주고 싶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문득 견자단도 많이 늙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데뷔한 지도 30년이 넘었고, 그의 나이도 50세가 넘었다. 물론 그는 활발히 현역으로 활동하며 무술감독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영화계 전체에서 보면 그를 이을 만한 액션 스타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무협 쪽에서 말이다. 쇠퇴해가는 무협 영화의 한 단면이라고 봐야 하겠다. 팬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