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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미국은 우주 개발 2류 국가로 주저앉을 거다 <스페이스 크로니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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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스페이스 크로니클>



<스페이스 크로니클> 표지 ⓒ동아시아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의 주인공 중 하나 '버즈 라이트이어'의 명대사다. 그는 자신이 장난감이 아닌 외계에서 지구로 불시착한 우주전사라고 믿는데, 그 상징성이 묻어 있다. 저 한 마디 대사가 남긴 파장, 나도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가보고 싶었다. 그곳은 '우주'로 통칭 되는 그 어딘가 였다. 


우주를 생각하면 마냥 설렌다. 가본 적이 없고, 상상으로만 그려볼 수 있다. 아무리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을 외우고 다녀도 내 두 눈으로 볼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한편으론 그런 마음도 있다. 이 좁은 서울, 한국, 나아가 지구에서 지지고 볶고 싸우는 게 너무 힘들다는 마음. 지구가 화성, 금성, 수성보다는 크다 지만, 이 광활한 우주에 비추어 보았을 때는 그리 자랑할 거리는 못 되지 않은가. 


내 우주 지식으론, 최근 우주에 관한 주요 이슈는 화성, 달 여행이다. 거기에 외계인의 존재 유무나 소행성의 지구 충돌 등은 오래된 이슈다. 그러고 보면 우주는 우리 실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와 있는 것 같다. 위의 이슈들은 누구나 한 번 들어보고 생각해보고 상상해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에 대한 거의 모든 것


<스페이스 크로니클>(부키)은 위의 이슈들을 비롯한 우주에 관한 거의 모든 것들을 다분히 저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왜 우주로 가려고 하는가, 어떻게 우주로 가려고 하는가. 저자는 우주로 가려는 이유를 간단명료하게 말한다. 인간은 계획을 세워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싶어하는 강한 욕구를 갖고 있다. 또한 새로운 탐사와 그로부터 얻어지는 새로운 전망이 얼마나 값진지 잘 알고 있다. 이것이 없으면 문화는 정체 되고 인간은 소멸해가다가 결국에는 멸망할 거라는 논리다. 즉, 인간의 본성이 인간으로 하여금 우주로 가게끔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는가? 비행체를 지구 밖으로 내보내는 방법 중 하나는 뾰족한 앞부분을 위로, 분사구를 아래쪽으로 향하고 비행체 질량의 일부를 어떻게든 분사구를 통해 아래로 뱉어내게 하는 것이다. 바로 '추진'의 원리이다. 여기에서 연료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진다. 우주 전문가들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가 천문학적 양의 에너지(연료)를 가능한 한 작은 용기에 담는 것이란다. 저자는 이에 반물질 로켓을 추천한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서 생성되는 에너지를 추진력으로 사용하는 로켓인데, 부산물도 없고 효율도 높아서 최상의 엔진으로 불리지만 반물질을 다루는 기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두꺼운 책에 나와 있는 비교적 객관적인 지식들은 이 정도다. 나머지는 위에서도 말했듯이 다분히 저자의 입장이 들어가 있는 주장들이다. 그 상당수는 지금 나와 전혀 상관없는 듯한 것이다. 저자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 부설 헤이든 천문관의 천체물리학자인 닐 디그래스 타이슨인데, 책의 거의 모든 우주 이야기에서 미국 입장에서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미국은 우주 개발 2류 국가로 주저앉을 거다


미국은 1969년에 아폴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사람을 달에 보내는 데 성공해 우주 개발 사업의 정점을 찍으며 소련을 압도했다. 여기에서, 미국이 아폴로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다름 아닌 소련의 성공 때문이었다. 1957년 소련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궤도에 진입 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생명체를 태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 발사에 성공했고, 이어 수많은 '최초'를 달성했다. 


반 백 년이 훌쩍 지난 지금 우리는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이 달 위를 거니는 장면만 기억하지만, 그래서 '우주=미국'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있지만, 저자는 우주 시대의 처음 30년 역사를 훑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라 말한다. 우주 시대의 선두 주자는 명백히 소련이었고, 미국은 그런 소련 덕분에 그 정도의 우주 개발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1972년 아폴로 17호를 끝으로 아폴로 프로젝트는 막을 내리고 그 후로는 사람을 지구 저궤도 바깥으로 보낸 적이 없다. 그러는 사이에 신흥 우주 세력이 미국의 기술을 거의 따라잡았다. 저자는 이대로 가면 미국은 우주 개발에 관한 한 2류 국가로 주저앉을 거라 내다보고 있다. 명왕성을 퇴출 시키는 데 크나큰 공(?)을 세운 저자의 말이니 신빙성이 가는 게 사실이다. 


미국에는 'NASA(미국항공우주국)'이라는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우주 기관을 갖고 있다. 그 유명함에 비례할 정도의 기술력 또한 갖추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기술력이 아니라 이유의 불투명이다. 정부에서 우주에 투자해야 할 이유가 불투명한 것이다. 저자는 그것을 '생존'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과거 미국이 우주 개발의 전성기를 보냈을 때는 '냉전'이라는 국가의 생존과 사활이 걸린 중요한 시기였는데, 지금은 그때에 비해선 한 없이 평화로운 시기가 아닌가. 


누구든 우주 개발을 선도해줬으면 한다


저자는 바란다. 과거 우주 개발을 선도했던 당시의 미국의 개척 정신과 모험 정신을. 그리고 그 정신을 민간 기업이 이어받아 다시금 우주 개발을 선도하기를. 그런 바람은 NASA가 추진하고 있는 우주 사업의 민간 이양 계획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시기는 우주 개발이라는 거대한 돈 잔치에 정부가 모두의 공감을 얻어 참여하기에 힘들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바람이 나와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떨치기 힘들었다. 그 의문은 이 책이 갖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나를 힘들게 했다. 나는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이고, 저자는 오로지 미국인, 미국을 대상으로 책을 집필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내가 억지로 라도 나에게 맞게, 나아가 우리나라에 맞게 이야기를 돌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왠지 '우주'를 생각하면 미국으로 돌아와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1992년에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발사했다. 24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은 어떤 실정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여전히 다른 나라의 힘을 빌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 최초의 발사체인 나로호를 2009년과 2010년 발사에 실패한 후 2013년에 성공했다. 하지만 100% 우리의 기술은 아닌 것이, 1단 추진 시스템은 러시아가 2단 비행 종단 시스템은 우리나라가 맡았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기술력이 문제일까, 미국처럼 투자 이유의 불투명 때문일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둘 다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인데, 나부터도 한국의 우주 개발보다 미국의 우주 개발에 더 관심이 가는 게 사실이다. 나라 간에는 경쟁이겠지만, 한 개인에게 우주는 '경이로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 무엇도 아니다. 어느 나라든, 어느 기업이든 우주 개발을 선도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결국 미국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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