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슈퍼차이나>
<슈퍼차이나> 표지 ⓒ가나출판사
2000년대 들어서였던 것 같다. 중국이 향후 30년 내에 세계 최강대국의 반열에 올라설 거라는 예측이 난무하던 때가 말이다. 당시 중국은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는 단계인 '온포'를 지나 경제, 정치, 문화가 조화롭게 발전하는 단계이자 국민 수준을 중산층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소강' 사회로의 이행을 선포한 시기였다. 1997년 장쩌민의 선포 이후 2003년 후진타오는 본격적인 소강사회로의 진입에 박차를 가했다.
그로부터 십수 년이 흐른 지금 중국은 어디쯤 와 있을까? 단적으로 말해 중국은 아직 소강사회로의 완전한 진입은 하지 못한 상태이다. 집권 2년 차를 맞이한 시진핑 주석이 '전면적 소강사회'로의 진입을 꼭 실현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현재 세계 최강대국이라 불리우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슈퍼차이나'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지난 새해를 맞이해 1월 KBS 다큐멘터리 <슈퍼차이나>를 7부로 방영했다. 세계가 관심을 갖고 또 알고 싶어하는 중국의 현실체를 자세하게 보여줘 찬사를 받았고, 동명의 제목 <슈퍼차이나>(가나출판사)로 출간되었다. 여기서 중국은 '슈퍼차이나'의 면모를 과시했는데, 한국에서 출간이 되기도 전에 판권을 3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하고 구입한 것이다. 아무래도 예쁘게 보이지 않았을까?
중국이 보여주는 슈퍼 파워
책은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답습한다. 그래서 이미 다큐멘터리를 보신 분이라면 정리하는 차원에서, 보지 않으신 분은 책으로 대신할 수 있겠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중국이 보여주는 슈퍼 파워가 어떻게 발현되어 어떻게 뻗어나갈 것인지 6개 프레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인구, 경제(기업), 군사, 땅, 문화, 공산당이 그것이다.
책에 따르면 중국은 그동안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양'을 자랑하며 '세계의 공장'으로서 역할을 해왔는데, 이제는 그에 '질'까지 더해져 '세계의 시장'으로서의 역할도 겸하게 되었다고 한다. 생활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의식주 방면에서 모든 게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 엄청난 인구의 생활 변화는 전 세계의 변화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본다. 중국의 육류 섭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에 따라 돼지 사육이 절실하다. 돼지 사육에는 '콩'이 필요하다. 그때문에 세계 최고 수준의 소고기 생산을 자랑했던 아르헨티나는 어느새 세계 최고 수준의 콩 생산을 자랑하게 되었다. 중국하고만 거래를 해도 기존의 소고기 수출보다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슈퍼차이나'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슈퍼차이나의 핵심인 '경제' 그리고 중국 그자체
한편 '슈퍼차이나'의 핵심인 '경제' 분야에서 중국은 두드러지게 도약하고 있다. 그것을 상징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현재 가장 핫한 건 단연 '대륙의 실수'라 불리우는 중국 IT 제품들이다. 여전히 'made in china'에는 좋지 않은 시선이 따라다니지만, 이제는 그런 시선도 차츰 변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말그대로 좋지 않은 제품이라는 뜻으로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을 붙였지만, 이제는 실수라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초저가에 탁월한 성능을 자랑하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양을 따라잡은 질의 정점이다.
'역시 대륙이야. 스케일이 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 땅덩어리와 인구를 두고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씀씀이를 두고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 대륙적 씀씀이는 곧 '차이나 머니'로 발현된다. 중국은 세계를 지배할 양인지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것들을 사들이고 있다. 특히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로 수많은 매물들이 쏟아져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싼 값에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것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익을 남길 수밖에 없다. 미국이라도 국가적 차원의 이런 투자를 막을 수는 없다. 오히려 반기는 입장이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에 값싼 제품을 수출해왔다. 덕분에 미국인은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걱정 없이 소비할 수 있었다. 반면 중국은 미국에 판매한 수익금으로 미국 국채를 사면서 다시 미국에 돈을 빌려주었다. 결국 미국은 다시 소비를 하고 경제성장이 가능해졌다." (본문 중에서)
중국은 5000년 문명의 역사를 자랑한다.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가 중국에 있고, 세계 4대 성인 중 한 명도 있다. 그에 대한 중국인들의 자부심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를 써먹지 않을 중국이 아니다. 세계를 향한 중국의 전방위적 진출에는 문화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군사'이다. 지난 200년 동안 세계 패권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해 있었다. 중국은 이를 다시 가져오려 한다. 그야말로 사방팔방 문어발식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 모든 걸 진두지휘하고 있는 건 중국 그 자체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생각하기 쉽지 않다. 정부가 모든 걸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가능하다. '공산당'에 의한 일당통제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더욱더 뻗어갈수록, 정치적으로 더욱더 보수화되고 있는 이유다. '중국식 자본주의'의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으로 대표되는 '작은 정부 큰 (자유) 시장'이 그 힘을 다 잃어가고 있는 시기에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책도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나? 중요한 건 우리나라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중국의 현재와 미래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이다. 아마도 이 책도 중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해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했을 것이다. 문제는 책에서 그런 의도를 찾아보기 힘들 다는 점이다. 시종일관 중국에 대한 지극히 낙관적인 시각만 보일 뿐이다. 각종 수치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미 세계가 중국화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하는 문제 제기는 소량에 그친다. 책도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가전제품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광물인 '희토류'가 거의 중국에서만 생산되는데, 영토 문제로 일본이 문제를 일으키자 중국이 수출을 금지해버린다. 이에 일본은 급히 사과하고 제재를 풀 것을 요구했다. 이 책에서 느껴지는 것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마치 중국 수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 책인 느낌이다.
중국이 머지 않아 세계 최강대국의 위치에 서게 될 거라는 건 의심할 나위가 없다. 자연스레 그 현상들도 여기저기에서 접해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 현상만을 말할 게 아니라, 그 현상을 놓고 대응책을 마련하거나 더 좋은 길로의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물론 중국의 잠재력과 다양성이 무궁무진해 그 현상을 파악하는 것마저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알고자 하는 건 중국의 무지막지함만이 아니다. 중국을 넘어설 수 없다면 어떻게 그들과 공존해야 하는 지 알고 싶은 것이다. 단편적으로, '중국에 진출해라' '중국 관광객을 유치해라' '중국과 협력해라' 같은 종류 말고 더 심층적으로 알고 싶다. 미시적인 중국을 기대해본다.
슈퍼차이나 - KBS <슈퍼차이나> 제작팀 지음/가나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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