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나간 책 다시읽기

책이 삶이 된다면... 삶은 이미 성공한거죠

반응형



[지나간 책 다시읽기] <48분 기적의 독서법>


하루에 책을 얼마나 읽을까. 생각해 보았다. 출퇴근 시간은 어림잡아 3시간, 그중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상황과 시간을 보니 2시간 남짓. 회사 점심 시간과 퇴근 후 갖는 자유 시간도 2시간 남짓. 합해서 대략 4시간 정도가 되겠다. 이 정도면 책에 투자하는 시간으로 적절할까? 독서혁명가 김병완은 <48분 기적의 독서법>(미다스북스)을 통해, 하루 96분(48분x2)으로 3년 동안 책 1000권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 최고의 시인 시성(詩聖) 두보의 '만 권의 책을 읽으면 글 쓰는 것도 신의 경지에 이른다'(讀書 破萬卷 下筆 如有神)라는 말을 빌려 그렇게 1만 권을 읽으면 누구나 책을 쓰는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10년 동안 대기업 삼성전자를 다니다가, 어느 가을날 길가에 뒹구는 나뭇잎들을 보고 '바람에 뒫구는 쓸쓸한 저 나뭇잎'이 내 신세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4쪽) 심한 충격을 받고 고민 끝에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도서관에 출근하며 책을 읽었고(5쪽), 1000일이 지나 길이 보였다는 것이다. 대단한 사람임에 분명하다.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잘 아는 분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던 바 있다. 그분은 예전 IMF 때, 경영하던 회사가 잘 안 되서 사업을 접었다. 그리고 책의 저자처럼 매일 도서관에 출근 도장을 찍었고, 약 1년 반 동안 수많은 책을 보고 글을 쓰셨다. 결국 책을 내셨고,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나 수많은 책을 보고 글을 쓰게 된 행동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하셨다. 그러면 누구나 성공하게? 그러면 어떤 마음 가짐이 필요할까. 모든 걸 받아들이고 스폰지처럼 빨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책에서 말하고 있는 하루에 96분 동안만 책을 읽으면 충분한 것일까? 더 읽어야 하지 않을까. 그건 이 책의 타켓이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넘어가도록 한다. 저자는 독서로 혁명 같은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독서의 임계점(臨界點)'을 통과해야(9쪽) 한다고 말하며, 1000권의 책이 그 임계점이라는 것이다. 즉, 이 정도면 충분히 많은 책을 읽는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왜 하필 하루에 96분으로 3년의 1000권 읽기를 말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이렇다. 인생을 90년으로 잡으면, 그 중 3년은 하루 24시간 중 정확히 48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3년의 1000권의 책을 읽으면 삶의 임계점을 통과해서 인생이 획기적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성인이 평균적으로 책을 읽는 시간을 100분으로 가정하고, 하루 96분 동안 3년을 보면 1728시간(10만3680분)이라고 한다면 3년동안 1036.8권을 읽을 수 있다는 계산이 떨어진다. 물론 조금 어폐가 있다. 사람마다 읽는 속도가 다르고, 하루도 빠짐없이 읽어야 한다는 가정 하에서다. 그럼에도 산술적으로 풀어주니, 실행함에 있어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책에는 책을 사랑한 위대한 선인들과 동시대의 유명인들 12명의 사례가 곁들여져 있다. 감옥을 도서관으로 삼아 책을 읽었다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병상에서 2년 6개월 동안 3000권을 읽었다던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 '나는 책을 읽지 않았다. 아예 도서관을 통째로 읽었다.'라는 명언을 남긴 토마스 에디슨, 독서로 인류에 길이남을 영웅이 된 나폴레옹과 마오쩌둥 등. 이들을 시간을 활용한 독서로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한 사람들로 소개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나는 집이 비교적 외곽에 있어서 그런지, 고등학생 때부터는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타며 하루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대학교, 아르바이트, 회사. 그 시간이 누구에겐 고역이었겠지만 나에겐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수많은, 아니 꽤 많은 책을 읽었으니 말이다. 그 짧은 시간들로만 <태백산맥>을 읽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하다. 그 뿌듯함이 지금 나의 글 실력으로 나타나는 지는 의문이지만. 


<48분 기적의 독서법> 본문에서 "습관이란 인간으로 하여금 어떤 일이든지 하게 만든다."-도스토옙스키 ⓒ 미다스북스


그렇게 습관이 되어버린 책 읽기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것 같다. 도스토옙스키는 이런 말을 했다. 

"습관이란 인간으로 하여금 어떤 일이든지 하게 만든다."(32쪽)

오래도록 이어져왔던, 그리고 앞으로 계속 이어질 독서 습관은 나로 하여금 어떤 일을 하게 만들었을까? 예를 들면 이런 걸까. 나는 어릴때에는 '독서'가 좋아서 책을 많이 읽었다. 어느때부턴가 작가가 되고 싶었고, OO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지원했지만 똑 떨어졌다. 그 후부터는 독서보다 '책' 자체가 좋아졌다. 딱히 읽고 싶지 않아도 책 자체의 매력에 빠져 많은 책들을 샀고, 서점 아르바이트를 거쳐 지금은 책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게 아닐까. 지금 나는 성공도 하지 못했고, 저자가 설파하고 있는 책 1000권 읽기도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꿈꿔왔던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인생역전은 아닐지라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아직까지는 살고 있는 것 같다. 책은 나에게 삶이었고, 삶이고, 삶일 것이다. 

책을 읽고 책에 파묻혀 사는 삶이 정답일 수는 없다. 그건 소수의 사람들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말씀드리고 싶다. 저자의 말을 옮기며 끝 맺는다. 

"내게 있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삶의 특권이었다. (중략) 3년 동안 최고의 특권을 누림으로써 가장 큰 혜택은 인간다운 삶의 길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중략) 자기의 삶을 발견하고, 만들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것은 우리 삶에 있어서 최고의 목표라고 나는 생각한다. 독서는 그것이 가능하도록 사람을 변화시키고 성장시켜준다."(295쪽)

성장의 기로에 서 있는 분에게는 올바른 가르침을 전해주고 길이 보이지 않는 분에게는 이미 가봤던 분들의 손짓을 보여주고 절망에 빠져있는 분에게는 희망의 꽃봉오리가 되어 주는 그런 책이라면. 내 삶을 그런 책과 같이 한다면, 이미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오마이뉴스" 2012.12.11일자 기사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