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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제보자>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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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보자>


영화 <제보자> 포스터 ⓒ 메가박스㈜플러스엠


실화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 등의 콘텐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여주기'와 '보여지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실화인 만큼 이미 내용은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그 테두리 안에서 어떤 울림을 보여줄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보여주기'이다. '보여지기'는 관객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즉 타이밍의 문제이다. 관객들이(나라가, 국민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보여주기'는 영화 내적인 부분이고, '보여지기'는 영화 외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레 미제라블>, <광해>, <변호인>, <명량>은 실화 또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갖춰야 할 '보여주기'와 '보여지기'가 거의 완벽하게 실행된 사례이다. 실화를 중심 뼈대에 두고 큰 틀을 헤치지 않는 하에서 부분적인 사실들을 극적으로 처리했다. 그 자체로도 감동이 물씬 풍기는 실화를 선택했음에도, 사소한 감동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들을 볼 관객들의 생각과 상황을 잘 읽어냈다. 정치적으로 힘든 시기,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대리만족을 느끼게 할 대상이 필요하거나 어떤 구심점이 필요한 것이다. 만약 지금이 어느 때보다 정치적 갈등이 없고 경제적으로 호황일 때라면, 위의 영화들이 그 만큼의 성적을 낼 수 있었을까?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황우석 줄기세포 조작 논란'을 바탕으로 한 영화


최근에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가 한 편 개봉했다. 제목은 <제보자>, 2005년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황우석 줄기세포 조작 논란'을 바탕으로 했다. 개인적으로 2005년이면 군대에 있을 시절이라, 해당 사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시간이 흘러 굳이 관심을 가지고 들춰보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무엇이 진실인지 잘 모르고 지냈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여기저기에서 지금까지도 가끔 들려오는 말들을 듣고 그러려니 했을 뿐이다. 


영화는 초반부터 굉장히 빨리 진행된다. PD추적이라는 NBS 시사 보도 프로그램의 윤민철 PD(박해일 분)은 어떤 제보자의 말을 듣고 있다. 그런데 그 제보자의 말이 앞뒤가 맞지 않아 핀잔을 주고 가려 한다. 그때 그 제보자가 사실을 얘기한다. 그 사실은 특종감이다. 난자를 불법으로 판다는 사실을 입수한 것이다. 그리고 그 난자들이 줄기세포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장환 박사(이경영 분)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윤민철은 이장환 박사를 타깃으로 잡는다. 그때 걸려오는 제보자의 전화. 다름 아닌 이장환 박사와 관련된 제보였다. 그것도 이장환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가 모두 조작된 것이라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믿기 힘든 제보! 그 제보자는 이장환 박사 연구팀에서 나온 심민호 전 팀장(유연석 분)이었다. 단, 물증 증거가 없었다. 그의 말만 믿고 취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영화 <제보자>의 한 장면. ⓒ 메가박스㈜플러스엠



쉴 새 없이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계속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불법적인 현장을 잡았고, 때마침 제보가 들어왔고, 방송국과 제보자의 필수적인 고민 끝에 프로그램이 잘 방영되어 전파를 탔고, 이슈가 되어 이장환 박사의 조작이 기정사실화 되어 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찜찜한 기분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일이 틀어질 것 같은 기분이다. 물론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잘 알고 있지만 말이다. 


이 영화에서 의미를 부여해야 할 부분은?


과연 일은 틀어지고 만다. 윤민철이 섭외한 또 다른 이장환 박사 연구팀의 전 연구원이 인터뷰 사실을 번복해, 방송국 측의 협박에 의해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고 거짓된 기자회견을 연다. 동시에 제보자 심민호의 물증 증거가 없다는 부분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오히려 윤민철이 심민호를 몰아세우며 어서 증거를 내놓으라고 말한다.


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윤민철은 어떤 수를 둘 것인지? 이장환 박사의 협박과 회유는 계속 될 것이고, 이장환 박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시위 또한 계속 될 것이다. 또한 방송국 고위층의 압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윤민철은, 그리고 그와 함께 배를 탄 팀장과 국장은 분명히 버티고 버텨서 증거를 찾아내 이장환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자, 영화 줄거리는 실화와 조금씩 다를 지라도 결과는 실화와 같을 것이다. 줄기세포 연구의 조작이 맞다. 그러면 이 영화에서 우리가 의미를 부여해야 할 부분은 어딘가?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버티고 버티면 언젠가 해가 뜰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고,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말이기도 하다.  

필자의 생각에는 이 조작 논란의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윤민철과 심민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내부고발자라고도 할 수 있는 심민호는, 베트남 전쟁 참전 용사가 훗날 반전 운동의 기수가 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누구보다 내부 사정을 잘 알고 헌신적이었던 이가 그곳의 허위를 고발하는 것. 


그런데 이 영화에서의 내부고발자 심민호는 완전한 중심 캐릭터가 되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다. 적어도 영화에서는 심민호가 이장환 박사 연구팀에 완전한 헌신을 보여주었다는 부분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이장환 박사의 연구에 끌려 합류했는데, 조작이라는 사실을 알고 참을 수 없어서 나왔으며, 사기를 치고 있는 모습을 참지 못해 제보를 했다는 것이다. 



영화 <제보자>의 한 장면. ⓒ 메가박스㈜플러스엠



바통은 윤민철에게로 넘어간다. 무조건 버티고 버틴 다음, 확실한 물증 증거를 찾아내 방송으로 내보내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은 심도 있게 그리고 조금은 감동적이기까지 그려진다. 온갖 협박과 압력과 회유를 견뎌내고 언론의 의무를 다하는 모습. 그 덕분인지 영화는 개봉 중에서 영화 내적이 아닌 외적으로 많은 이슈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제보자>라는 제목에 의문이 간다. 처음에는 제보자에 초점을 맞췄다가 끝날 때 즘에는 아나운서에게 초점이 가는 것이다. 제보를 하는 사람이나 알리는 사람이나 모두 중요하다. 둘 다 자신의 안위보다 진실을 알리려는 데 힘쓴다. 


마지막으로 영화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다. 영화를 보면 '국익이 우선이냐, 진실이 우선이냐' 라는 물음이 자주 나오는데, 이 둘을 대척점에 둘 필요가 있는 것인가? 사실 진실이 곧 국익이 아닌가? 결국은 진실을 알게 해주는 게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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