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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중국 건축 이야기> 자연과 인간이 함께 부르는 합창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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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중국 건축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중국 건축 이야기> ⓒ다빈치

음악, 미술, 문학, 건축, 조형, 무용 등을 총칭하는 '예술'은 기예와 학술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이중에서, 건축은 기예를 대표한다. 그야말로 예술로 승화될 정도의 기술, 그 정점에 이른 것이다. 건축은 영어로, '모든 기술의 으뜸' 내지 '큰 기술'이라는 의미이다. 그 나라, 민족, 지역의 전반을 이해하는 데 건축이 크게 작용한다는 말은 정확하다. 


서양의 건축은 유럽에 집약되어 있다. 지금이야 여러 나라로 나뉘어 각자의 특성을 구분 짓고 있지만, 그들의 정신은 고대 그리스·로마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동양의 건축은 어디에 집약되어 있을까? 단연코 중국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동양의 정신을 상당 부분 책임져왔던 중국. 그 중에서도 건축은 한 입으로 베이징의 '자금성'이라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중국 건축 이야기>(다빈치)는 제목 그대로 매우 친절하고 쉽게 그 어려운 중국 건축을 설명한다. 그 기저에는 돌, 흙, 나무, 사람이 있다. 가장 단단한 돌로 견고한 토대를 만들고, 부드러운 흙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 도움을 주었다. 나무는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려 공간을 만드는 데 쓰였다. 이 모든 일은 사람을 위해서 사람에 의해 행해졌다. 


돌, 흙, 나무, 그리고 사람... 귀여운 중국인들의 친절한 설명


이 책은 참으로 '귀엽다'. 친절하고 쉬운 설명을 위해 귀엽고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그림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의 저명한 디자인 작업실의 교육총감독이 힘을 보탰다. 물론 그림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모두 중국인이기 때문에, 귀엽기는 하지만 정겹지는 않다. 귀여운 중국인들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 가보자. 


먼저 돌. 인류 문명은 돌 위에 세워졌으며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돌로 쌓은 집에서 살아간다. 무엇이든 '기초(基礎)'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여기서 기(基)는 '터 기' 자이고, 초(礎)는 '주춧돌 초'이다. 즉, 터의 주춧돌이 기초이고, 우리가 흔히 쓰는 기초라는 단어가 바로 건축에서 유래되었다. 돌을 찾고, 깨고, 옮기고, 가공한다. 그리고 어울리게 배치한다. 자연스럽게 흙으로 넘어간다. 


흙. 영어로는 흙을 대지, 지구라 부르며 중국에서는 천지라고 부른다. 흙은 생명에 필요한 모든 것을 주며, 모든 생명의 종착점이기도 한 것이다. 흙을 다루고, 거르고, 빚고, 굽는다. 흙은 그렇게 땅이 되고, 벽(돌)이 되고, 기와가 되고, 그릇이 되고, 병이 된다. 그리고 생활 공간이 된다. 중국 전통건축이 어떻게 자연과 사람을 어우르는지 잘 보여준다. 이 흙이 없으면 나무는 근본을 잃게 된다. 


나무. 옛사람들은 마치 나무처럼 땅에 뿌리를 내리고 나무와 함께 성장해왔다. '근원(根源)'이라는 말이 있다. 물줄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곳으로, 이는 나무에서 비롯된다. 기초는 사람에 의해 다져질 수 있지만, 근본은 오로지 자연의 섭리에 따른다. 목재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나무를 심어 대대로 전해야 한다. 그리고 재목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나무를 베고, 옮기고, 갈라서, 서로 잇고 쌓는다. 사람은 나무 아래에서 생활하는 것을 좋아할 것이다. 


사람. 돌, 흙, 나무를 얻고 다듬어 활용하노라면 자연의 재료는 화목한 가정,  좋은 이웃 그리고 이상적인 거주지가 살아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이상적인 거주지를 얻기 위해 이웃끼리 인정에 기초해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 그렇게 나무를 심어 목재로 쓰고, 농한기에 집을 짓는다. 좋은 사람, 환경, 날씨, 햇빛, 장소, 날을 골라 서로 돕는 것이다. 중국 건축물은 기단, 몸체, 지붕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기단은 돌로 만들고 지붕에는 기와를 올렸다. 몸체는 주로 목재를 사용해 지었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부르는 합창곡


중국 전통 가옥인 사합원은, 가운데 사각형의 마당을 둘러싸고 동서남북으로 네 동의 건물을 연결한 평면구조로 외부로는 폐쇄적이고 내부로는 개방적인 독특한 가옥 형태다. 대가족의 구성원들은 각자 가옥의 공간 배치에 따라 머물렀는데, 그들의 신분은 집터가 자리 잡은 방향 및 상하 질서와 일치한다. '사람을 닮은 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그림 책을 한 번 보면 '자연'이 보일 것이다. 중국 건축은 자연에서 비롯된 것이구나. 두 번 보면 '인간'이 보일 것이다. 자연에서 비롯된 재료를 가지고 인간의 손으로 지었구나. 세 번 보면 '자연과 인간'이 같이 보일 것이다.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노력,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건축은 불가능한 것이구나. 돌, 흙, 나무, 그리고 사람. 그야말로 자연과 인간이 함께 부르는 합창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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