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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도서

<결혼식 전날> 감동과 반전,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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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결혼식 전날>


<결혼식 전날> ⓒ애니북스

개인적으로 '단편 만화'를 접한 적이 없다. 한 컷이나 4 컷 만화를 단편이라 할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일정 정도 이상의 스토리와 서사가 존재한다는 전재 하에, 단편 만화는 일단 제작하기가 너무 힘들 것이다. 


글로만 표현하는 단편 소설과 달리, 단편 만화는 독자들로 하여금 단 한 컷 만으로도 전달 받을 수 있는 것들이 엄청 많다. 단편 소설은 독자가 상상을 해야 하는 바가 많기 때문에, 단편 소설의 묘미인 '반전'을 보여주는 데 적합하다. 그래서 단편 만화보다는 짧은 몇 컷의 만화가 더 인기가 많으며 활발히 만들어지는 것 같다. 


'단편 만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다


사실상 이번에 처음 접하게 된 '단편 만화' <결혼식 전날>(애니북스)는 이런 고정관념 아닌 고정관념을 완벽히 상세해주고도 남는 작품이다. 단편 만화 모음집이니 작품들이라 해야 맞겠다. 6편이 실린 이 모음집의 제목은 첫 번째 작품인 '결혼식 전날'에서 따왔다. 


표지는 지극히 평범하다. 표사나 띠지에서는 놀라운 반전과 따뜻한 감동의 이중주를 선전한다. 반전과 감동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던 바, 얼마 만큼의 감동과 어느 정도의 반전이 있기에 전면에 내세웠는지 궁금해졌다. 만약 이 둘을 훌륭히 접목 시킬 수 있다면, 기억에 꽤 오래 남아 있을 만화일 터였다. 


결론적으로 말해, 모든 단편들에서 반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감동까지도. 감동과 반전의 시너지를 발견할 수 있었냐고 물으신다면, 확실한 대답을 해드릴 수 없겠다. 어떤 만화는 그랬고, 어떤 만화는 그렇지 못했다. 표제작 '결혼식 전날'이 감동과 반전을 제일 잘 접목 시켰다고 보인다. 그리고 이 만화의 뒷 이야기('뒷 이야기'라는 것 자체가 반전의 스포일러이다.)인 6번째 만화 '그후'도 좋았다.


다른 만화 4편은 그리 와 닿지 않았다.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제일 좋은 만화로 다가갈 것이 분명한 2번째 만화 '아즈사 2호로 재회'는 개인적으로는 작위적이게 다가왔다. 감동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반전을 억지로 넣은 느낌이다. 그건 5번째 만화도 마찬가지이다. 그 밖의 다른 만화는, 반전을 시도한 것 같은데 어떤 게 반전인지 잘 모르겠고 내용 자체도 그리 감동적이지 않았다. 


감동과 반전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결혼식 전날>의 한 장면. ⓒ애니북스



반면 '결혼식 전날'은 그야말로 잔잔하다 못해 자칫 지루하기까지 할 일상의 단면을 보여주지만, 그것이 너무 예쁘게 다가온다. 억지로 쥐어 짜지 않았는데도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건 아마 우리네 실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반전이라는 장치조차 '이게 현실에서는 가능한 일인가?'라는 의구심이 들지 않게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을 이 만화는 해냈다. 


감동은 스토리와 그림체, 반전은 주인공의 독백이 거든다. 이 중에서 단연 압권은 '그림체'이다. 무심한 얼굴에서 종종 보이는 옅은 미소, 환한 미소에서 보이는 슬픈 얼굴과 갑작스러운 눈물. 이런 모습들을 완벽히 구사해내는 그림체는 잔잔하지만 강렬하다. 


이 모음집에 수록된 만화들의 공통된 소재이자 주제는 '두 사람'이다. 누나와 동생, 아빠와 딸, 형과 동생, 오빠와 동생 등 누구나의 삶에서 당연한 듯 존재하는 '두 사람'이다. 여기서 공통적인 사항을 발견할 수 있다. '두 사람'이 모두 가족이라는 사실. 그래서 인지 이 만화를 보고 나면, 왠지 모를 애뜻함과 따뜻함이 저 밑에서 올라오는 것 같다. 가을이 가기 전 만화로 가족을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갖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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