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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도서

<이이제이의 만화 한국 현대사> 만화로 까지 이어지는 '이이제이'가 갖는 콘텐츠의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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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이제이의 만화 한국 현대사>


<이이제이의 만화 한국 현대사> ⓒ왕의서재

지난 2011년 MBC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따온 제목 '나는 꼼수다'로 대한민국 팟캐스트는 전국가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콘텐츠가 되었다. 오죽하면 '나는 꼼수다'의 멤버 중 정봉주는 구속까지 되었겠는가? 그 영향력은 웬만한 공중파 프로그램을 훨씬 능가했다. 


물론 '나는 꼼수다'는 '딴지일보'라는 이미 자리를 잡고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인터넷 신문에서 제작하였기에, 그 자체의 힘으로 이와 같은 영향력을 떨치지는 않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반면 지난 2012년 시작된 '이작가와 이박사의 이이제이'라는 팟캐스트는 말 그대로 그 체의 힘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고 현재도 끼치고 있다. 순전히 콘텐츠가 가진 힘으로 말이다. 


이작가와 이박사, 그리고 세작이 함께 하는 이 팟캐스트 방송의 카테고리는 한국 현대사이다. 우리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최소한 20 여 년을 배워온 한국의 현대사. 하지만 그 배움에는 분명한 한계점이 존재하고 있다. 시험을 통해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배우는 학생도 시험에 나올만한 내용을 주로 접하게 되는 것이다. 시험에 나오지 않는 부분은 굳이 시간을 내서 알 필요도 없다. 그게 우리나라 한국 현대사의 현실이다. 


'이작가와 이박사의 이이제이'는 이런 한국 현대사의 한계를 과감히 탈피하고자 한다. 다소 간의 욕설과 질책이 동반되지만, 역사적 사실을 전함에 있어서는 정확히 중립적이다. 물론 진보 진영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들의 사실에 입각한 비판에는 어느 누구도 비껴갈 수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들이 전하는 지식은 어느 누구도 평생 접하기 힘든 부분들이다. 즉, 학교 수업을 통해서는 듣도 보도 못할 사실들인 것이다. 


깡패 특집


이런 이이제이가 만화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안 그래도 쉽고 재미있는 한국 현대사가 더더욱 알기 쉽고 재미있게 다가올 수 있을 듯하다. 제목은 <이이제이의 만화 현대 한국사>(왕의서재). 놀라운 건 역사와 서브 컬쳐 문화의 절묘한 조합으로 굽본좌라는 애칭을 얻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굽시니스트'를 통해 재탄생 되었다는 점이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정녕 적확한 조합임이 분명하다. 


그 제1권에서는 '깡패 특집', '이승만 특집', '대선 특집'을 다룬다. 먼저 '깡패 특집'은 팟캐스트로는 2회 깡패 특집을 기반으로 했다. 조선의 전근대 깡패부터 시작해 제1세대 김두한의 야인시대를 지나 제2세대 이정재의 대깡패 시대를 다룬다. 이정재는 정권의 핵심 요직에 있는 이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기까지 했다. 즉 '정치깡패'로서의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박정희 시대가 되면서 이들 깡패들은 일거에 소탕 된다. 한편 부록을 통해 팟캐스트에서도 자세히 다루지 못했던 제3세대 깡패를 해부한다. 여기에는 김태촌과 조양은이라는 유명한 깡패들이 등장한다. 


이승만 특집


이어 '이승만 특집'은 책의 1/2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분량을 자랑한다. 그만큼 이이제이팀과 굽시니스트가 할 말이 많은 인물이거니와, 한국 현대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고, 독자들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인물이기도 할 것이다. 팟캐스트로는 17회 이승만 특집을 기반으로 했다. 


책에 따르면 이승만의 민낯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전명운 의사와 장인환 열사가 스티븐스를 암살 했을 때 이에 대한 변호를 영어 잘하는 이승만에게 부탁했는데, 이승만은 어이없는 이유를 들며 외면했다. 책에 따르면 스티븐스가 미국 내 입지가 높던 명사이기 때문에 그런 인물에 대한 살인범을 비호하면 기독교 단체의 학비 지원이 끊어지고, 학교에서도 짤릴지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또한 이승만은 친일파를 수족으로 부리고 반민특위를 와해 시켰으며, 전쟁 중에는 정치 파동을 일으켜 자신의 권력을 지속 시켰고 정적이었던 사람들을 죽였다. 또한 헌법을 바꾸면서 까지 대통령을 계속하려 했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6.25가 터질 당시, "국군이 잘 싸우고 있다. 북한군은 곧 퇴각할 테니 국민은 걱정 말고 서울에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며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뒤, 자신은 피난을 갔다. 이후 북한군의 남진을 막기 위해 피난민들이 운집해 있는 한강다리를 폭파 시켰다. 


이뿐이랴? 이승만의 기회주의적인 그리고 비정상적인 권력욕에서 기인한 생각과 행동은 부지기수이다. 과연 그를 '국부'로 칭송할 수 있을지 이 팟캐스트와 책을 통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비난만 하는 것도 잘못된 시각이니, 자신만의 시각을 갖기 위한 공부의 밑천으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선 특집


마지막은 '대선 특집'은 1987년 이후의 6공화국 대통령 선거들을 살핀다. 그 중 제1권의 '대선 특집'은 김대중의 당선까지를 다루었다. 팟캐스트로는 24회 대선 특집과 25회 대선 특집 2를 기반으로 했다. 개인적으로 책에서는 제일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제2권을 통해 이후의 대선을 총망라한 다고 하니 많은 기대가 간다. 


사실 한국 현대사에서 대선은 김대중에게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그는 1971년 7대 대선, 1987년 13대 대선, 1992년 14대 대선, 그리고 1997년 15대 대선까지. 그는 3번의 실패 후 4번째 70세가 넘는 노구를 끌고 대통령에 당선된다. 정치의 신이라 불릴 만 한 김대중의 흑역사라고 할 수 있을까? 이이제이와 굽시니스트는 김대중을 단호히 비판하기도 한다. 


1987년 대선 당시 김대중의 탈당이라는 양보 없는 희대의 정치적 오판으로, 이후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책을 보면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명확히 지적하고 있다. 


"87년 대선 패배와 함께, 악화된 경남 민주당이 3당 합당의 유혹에 넘어가 영남 보수 단괴를 만드는 결과를 보게 되었으니... 민주 진영에게 있어 87년 이후의 현대 정치사는, DJ의 잘못된 판단 이후에 편쳐진 거대한 똥밭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둥바둥 발악해온 26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날카로운 분석력'과 '부드러운 개그력'으로 그야말로 재밌고 유익한 교양 만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19금이라는 타이틀 답게 인터넷 용어와 유머 코드에 '섹드립'까지 장착했다. 팟캐스트의 그 분위기를 만화로 가져온 것이다. 이는 다 목적이 있는 수단이니, 오로지 독자들의 이목을 끌고 이후 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훌륭히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 대중들이 가장 원하는 콘텐츠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꼼수다'가 <닥치고 정치>(푸른숲)으로 출판계까지 접수한 것과는 다소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그만큼 '나는 꼼수다'의 1위와 '이이제이'의 1위가 가지는 영향력의 차이가 크지 않나 싶다. 그래도 분명한 건 '이이제이'가 가지는 콘텐츠의 질 만큼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다. 그리고 그 질이 만화로까지 이어지는 것 또한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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