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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가 칭송했던 이 사람, 그의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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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구로사와 아키라 자서전 비슷한 것>

 

<구로사와 아키라 자서전 비슷한 것> ⓒ모비딕

어느 하나에 깊게 몰입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일본. 일본은 이런 오타쿠적인 능력을 앞세워, 전 세계적으로 질 좋기로 소문난 '일제' 상품들을 많이 배출했다. 그 부분은 자동차, IT, 애니메이션, 소설 등 참으로 다양했다. 그런데 유독 영화는 다른 부분들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전국시대나 에도시대, 그리고 메이지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주로 시대극이 주를 이루어서 대중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인 것도 같다. 하지만 이는 많은 시대극 애니메이션들이 (전 세계적으로도)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린 것과는 너무나 상충되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그 이유를 일본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영화의 신'이라 칭송받는 구로사와 아키라(이하 '아키라') 감독의 사례에서 역으로 추적해볼 수 있다. 그는 1943년에 처음 영화를 만들기 시작해서, 1990년대까지 50여 년간 계속했다. 이후 채 10년이 가기 전에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다. 아키라는 이상하게도 일본에서보다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는 셰익스피어,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원안으로 차용하되, 지극히 일본적인 것을 배경으로 하였다. 즉, '세계 영화'를 표방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시대를 초월한 보편성을 띄고 있다. 일본 영화의 힘을 세계 만방에 떨치기 충분한 것이었다. 아니, 엄밀히 말해서 일본 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키라의 영화이다. 이를 거꾸로 적용시켜 보면, 일본 영화 특징의 일면을 알 수 있다. 일본인들만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영화가 주를 이룬다는 특징 말이다.

 

아키라가 그런 영화, 그러니까 지역과 시대를 초월한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그가 직접 쓴 자서전 <구로사와 아키라 자서전 비슷한 것>(모비딕)에서 자세히 접할 수 있다. 단적으로 말해서 그의 영화적 힘은, '인간'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주로 그의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한 어린 시절 그에게 영향을 끼쳤던 사람들 말이다. 가족(그 중에서도 아버지와 형), 친구, 스승. 그는 비록 영화인이지만, 누군가처럼 처음 본 영화에서 지대한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야말로 진솔하면서도 수긍이 가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 자서전은 그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로 하여금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해준 작품인 <라쇼몽>(1951)의 촬영 당시까지만 서술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책의 상당 부분을 어린 시절에 할애하고 있다. 그때가 자신의 영화적 상상력의 원천이라는 뜻일 게다. 정확히는 어린 시절 형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아 많은 관심을 쏟게 된 문학과 예술로 부터이다. 시대와 지역은 지금의 나와 너무나 동떨어져 있지만, 왠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건 그의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물론 재미있는 에피소드들과 그것을 맛깔나는 전달하는 글 솜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이 '자서전 비슷한 것'에서 영화의 신 아키라가 영화 이야기를 안 하고 있지는 않다. 아니, 안 할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겉으로는 영화와 전혀 관계가 없는 시절을 말하고 있는 전반부와는 달리, 후반부에 들어서는 거의 영화 얘기뿐이다. 총 6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 2, 3장과 4, 5, 6장으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그는 여전히 그와 영향을 주고 받은 영화인들을 말하고 있다.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말이다. 그는 충분히 주인공일 수 있지만, (더욱이 자서전에서) 결코 주위 사람들을 조연으로 배치하지 않는다. 그들을 동반자로서 그의 인생에서 그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놓고 바라본다. 그의 영화적 위대함은 이처럼 영화 밖에서 더욱 크게 빛을 낸다.

 

그런데 책 후반부의 영화 이야기가 <라쇼몽>에서 끝나고 있는 것이 조금 아쉽게 다가온다. 필자의 경우 아키라의 영화를 조금이나마 아는 편인데, 대부분 1980년대 이후의 것들(<카게무샤>, <란>, <꿈> 등)이다. 하다못해 <7인의 사무라이>, <거미의 성> 등도 <라쇼몽> 이후의 영화들이다.

 

반면에 아키라의 영화가 대중적으로는 엄청난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있을 거라 가정한다면, 더더욱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이는 그의 영화를 더 알고 싶은 마음에서 오는, 굳이 표현하자면 긍정적인 아쉬움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구로사와 아키라를 이미 알고 있는 분이라면 그의 영화적 힘이 궁극적으로 어디서부터 기인되었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텍스트가 될 것이다. 또는 영화에 관심이 있으나 아키라를 모르는 분이라면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 마틴 스콜세지 등의 감독들이 칭송했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라는 사람 자체에 흥미를 느끼게 해주는 텍스트가 될 것이다. 무엇을 하든 혼자 또는 한 가지로만 성취할 수 있는 건 없다. 이 책을 통해, 그의 삶을 통해 이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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