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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도서

이들이라면, 과연 대통령을 파헤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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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누가 해도 당신들보다 낫겠다>


<누가 해도 당신들보다 낫겠다> ⓒ트리거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예전 군사정권 시절에는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하기만 해도 끌려가 맞았다고 한다. 물론 좋지 않은 말을 했을 경우겠지만, 가히 제왕적 통치라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어딜 가나, 태극기와 나란히 걸려 있는 대통령의 '용안(龍顔)' 사진을 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초국가적 권위를 자랑했다.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을 무 씹듯 씹어 대는 시대이다. 특히나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때는 극에 달했던 것 같다. 이는 그만큼 한국이 민주화되었다는 방증이기도 하겠다. 


새삼 말하기도 뭐하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은 그 시작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된다. 익히 알려진 바,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한 발췌개헌과 초대 대통령 중임 제한을 철폐한 사사오입 개헌으로 3선 12년 동안 독재를 한 것이다. 순전히 자신의 권력욕 때문에 생겨난 헌법들이고 독재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시작은 이후 계속되는 불행의 단초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시각은 굉장히 아마추어적이고 단면적이다.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했던 모든 일을 두루 살피고 제시하는 의견이 아니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윤여준 전 장관, 이상돈 교수, 이철희 정치평론가가 함께 대통령을 이야기한 <누가 해도 당신들보다 낫겠다>(미디어 트리거)에서는 이승만에 대한 중론이 부정적이지만, 그럼에도 이승만의 업적을 말한다. 국제 정세에 밝은 이승만이었기 때문에 남한의 공산화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즉,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 


이어서 이들은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11명 중 윤보선, 최규화를 제외한 9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산업화와 유신 독재라는 빛과 그림자가 선연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의견은 활발히 오가며 "인정할 건 인정하고 비판할 건 비판해야" 한다는 거의 같은 의견을 보인 반면, 전두환 대통령에 대한 의견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정권"이라는 의견을 같이 한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에 성공한 이들에 대한 확연히 다른 의견이다. 그 차이는 박정희와 전두환이라는 개인의 신념과 역량에 의해서라고 할 수 있겠다. 


전두환 이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이들 간의 의견은 거의 박정희와 같다. 즉, 그들이 잘했던 점과 잘못했던 점이 분명히 존재하고, 보는 사람들 간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전두환처럼 완전히 한 쪽으로 치우친 의견을 내세울 수 없다는 점이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이 좋지 못한 대통령이 있었던 반면, 시작부터 휘청거리며 임기 내내 힘들었던 대통령도 있었다. 


그런데 17대 이명박 대통령에 이르러서 이들 3인은 다시금 합심한다. 전두환에 대해서는 단 5페이지만 할애했던 이들의 의견은, 이명박에 대해서는 장장 30여 페이지를 할애하며 맹폭을 가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대통령을 마치고 난 후까지 그가 잘한 건 단 한 개도 찾을 수 없다. 그의 업적이라곤 단 한 개도 없으며, 그의 인간적 됨됨이 또한 손톱만큼도 좋아할 구석이 없다. 심지어 그의 정권은 학문적으로 정의할 수 없으며, 그는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인 수치심이 없는 사람이다. 이는 보수와 진보 진영을 떠나서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진리'이다. 


이 책이 갖는 권위는 바로 공저자 3인에 있다. '정치인들의 멘토'라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탁월하고 날카로운 식견으로 현실 정치에 활발히 참여하는 이상돈 중앙대 교수, 그리고 요즘 제일 핫한 스타급 정치평론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까지. 이들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각각 문재인 후보 캠프, 박근혜 후보 캠프에 가담했고, 주로 진보 성향의 평론가로 활동했다. 


이들의 과거 대통령 평가보다, 현재 대통령 평가 그리고 미래의 정치 지형 예측이 더 기대가 되는 게 사실이다. 과연 어떠한 의견을 주고 받았을까? 원래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들의 현직 대통령 평가는 조심스럽지도 않고 일면도 긍정적이지 않다. 오로지 부정적 의견 일색이다. 철저히 준비했다는 말을 믿었는데 그렇지 않아 실망했다는 점(여기에는 준비했던 동안 걸었던 아젠다를 당선되자 급속히 없애버린 점도 포함), 이명박 정권의 부패, 실정을 정리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점, 그리고 1년 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점 등이다. 


이중에서 특히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점은 개인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어떤 개인적 또는 국가적 확고한 신념 하에 실정을 저질렀다면, 고쳐야 할 부분이 보일 테고 그에 대한 반발을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현 대통령에게 그런 신념따윈 없어 보인다. 단지 아버지 박정희라는 롤 모델이 있을 뿐이다. 과연 '우리'나라는 차후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책 제목처럼 '누가 해도 당신들보다 낫다'고 말할 수는 없을 테다. 문제는 몇몇 대통령이 남긴 깊고 깊은 상처이다. 그 중에서도 바로 전 사람이 남긴 상처는 너무나 거대하고 깊다 하겠다. 그런데 그 상처를 굳이 치료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이들 3인은 말하고 있다. 특히 윤여준 전 장관은 힘주어서 말한다. "이런 짓을 다시는 못하도록 철저히 밝혀야 합니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정치적 보복을 하는 차원이 아닙니다. 철저히 수사해야 합니다."라고. 


이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은 크게 역대 대통령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그리고 앞으로의 정치 판도를 말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들은 정치를 넘어 공통적으로 시대정신을 말한다. 대통령은 이 시대정신을 잘 읽고 거기에 적절히 편승하되 민주적 태도가 내면화된 상태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가장 핫한 차기 대권 후보인 안철수는 과연 이 시대의 시대정신을 간파했을까? 그는 대통령에 알맞은 사람일까?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그의 행보는 어떠한 영향이 있을까? 이 책은 비록 1월 10일의 대담을 마지막으로 했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적 이슈들을 모두 담아낼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이들의 대담은 현실감 있게 다가오고, 이들의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와 생각은 우리나라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어느 정도 교정하는 데 차고 넘치는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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