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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속도로 변화는 이 세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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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엄지세대, 두 개의 뇌로 만들 미래>

 

<엄지세대, 두 개의 뇌로 만들 미래> ⓒ갈라파고스

휴대전화 사용이 일반화되어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자 문자서비스는 무료가 되기에 이르렀다. 이어 스마트폰이 출시되어 이 역시 일반화되자 이번에는 인터넷이 무료화되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신조어와 함께 신인류(?)가 탄생한다. 이른바 '엄지족'이다. 한 개 혹은 두 개의 엄지손가락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대를 총칭하는 이 단어는, 사실상 거의 전 세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현재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인구가 약 3700만 명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2013년 12월 기준, 미래창조과학부)

 

그렇지만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인구 중에서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은 젊은 축에 속하는 이들일 것이다. 그들은 제대로된 사고를 할 수 있을 때부터 '인터넷'을 수족처럼 여긴 세대들이기 때문이다. 반면 그전의 세대들은 인터넷을 따로 배우고 익혀야 했다. 익히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로 인해 변화한 세상에 대한 생각과 행동에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전까지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엄지세대'


프랑스의 노 철학자 미셸 세르가 지은 <엄지세대, 두 개의 뇌로 만들 미래>(갈라파고스)는 바로 이런 엄지세대들을 파헤치며 그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그에 따르면, 이들 세대를 걱정스럽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기대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살아갈 세상은 이전까지와의 세상과 '다를'뿐이지 결코 '틀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성 세대는 그들을 틀린 것으로 간주하고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요컨대 우리의 아이들, 즉 신인류는 가상 세계에서 산다. 인지과학에 따르면 우리가 웹상에서 서핑할 때, 엄지를 사용해서 메시지를 주고 받을 때, 위키피디아나 페이스북을 훑어볼 때 자극받는 뉴런과 뇌의 부위는 책, 칠판 또는 공책 같은 것을 사용할 때 자극받는 뉴런과 뇌의 부위와는 다르다고 한다... 이들은 그들의 조상인 우리 기성세대와 같은 방식으로 정보를 인식하지 않을뿐더러, 이들이 정보를 취합하고 종합하는 방식도 우리가 늘 사용하는 방식과 전혀 다르다. 한 마디로 이들의 머리는 우리의 머리와 다르다." (본문 중에서)

 

요즘 곳곳에서 이런 말들이 들려온다. "스마트폰 때문에 애들이 공부를 안 한다" "스마트폰 때문에 건강을 해친다" "스마트폰 중독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등등. 이런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가 하면 반대되는 시선도 있다. "스마트폰 덕분에 편리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못할 게 없다" "스마트폰을 잘만 사용하면 부정적인 게 한 개도 없다" 등등.

 

이런 긍정과 부정적인 시선은 극단적이라고 하기보다 서로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한쪽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더욱 효과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 하려 하고, 또 스마트폰을 이용해 건강한 삶을 살게 하기 위한 도움을 주려 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적당히 잘 사용하면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당사자의 문제라는 것이다.


새로운 세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저자는 이 엄지세대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들은 정보수집에 뛰어나며, 상상력에 한계가 없고, 열린 사고를 지니고 있다. 또한 굉장히 능동적이며, 민주적이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컴퓨터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만들어 낸 새로운 인류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니, 반대로 신인류가 컴퓨터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만들어 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하겠다. 그들은 굉장히 능동적인 존재들이니까.

 

흔히 작금의 IT혁명을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에 이은 제3의 혁명이라 칭한다. 하지만 이는 굉장히 피상적이고 더욱이 아직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진행형 혁명'의 시작에 불과한 단계를 설정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IT혁명보다 지식혁명이 맞는 말이고 이는 지식계에서 문자의 발명 그리고 인쇄의 발명과 버금가는 사건이다. 아니, 그런 혁명들과는 차원을 달리 한다.

 

이제는 지식을 암기하여 머리를 꽉 채울 필요가 없어졌다. 또 다른 종류의 머리를 가지고 다니니까 말이다. 이를 두고 저자는 독특한 일화 하나를 들려준다. <황금전설>에 따르면, 로마제국 시대 때 지금의 파리 지역인 루테니아의 초대 주교 성 드니는 참수형을 받게 된다. 그는 본래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참수형을 받게 될 예정이었지만 그에 못미쳐 참수를 당한다. 이에 드니 주교는 잘려나간 머리를 양손으로 집어 들고 언덕 위로 올라가 샘물에서 머리를 씻은 다음 현재 생 드니라는 지명으로 불리는 곳까지 걸어 올라갔다.

 

"머리가 잘려나간 엄지세대는 가득차기보다 제대로 구조화되었다는 과거의 머리들과는 엄연히 다르다. 지식, 그러니까 바로 여기, 눈앞에 놓인 이 상자 속에 결집되어 물체화된 지식은 부팅되기만을 기다린다.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몇 번이고 수정되어 나름대로 정확성을 확보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필요가 없으니 떨어져나간 목이 남긴 빈자리를 슬며시 바라볼 여유가 생긴다." (본문 중에서)


엄청난 속도로 변화는 이 세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저자는 성 드니 주교가 집어 들고 올라간 머리를 두고 지금의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PC에 대조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세상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언제든지 그 지식을 수렴할 수 있다. 이는 너무나도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이를 만든 사람도 이를 정말 잘 사용하는 사람도 그 엄청난 무엇을 온전히 알 수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다. 하지만 앞으로의 세대는 이를 점점 잘 사용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는 이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이 변화를 전적으로 수용하고, 이 소용돌이를 주도한 젊은 엄지세대를 서포트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사실 노 철학자가 비슷한 세대의 구성원들에게 전하는 경고이자 부탁의 메시지들로 가득차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기존의 세대론 관련 책들과 확연히 비교되는 것은, 신인류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조롱없는 이해 그리고 정감어린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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