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

2002년 화려하게 시작한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서바이벌 호러의 아이콘이라 할 만하다. 일찍이 1996년 일본의 간판 게임 제작자 캡콤이 만든 게임 <바이오하자드(레지던트 이블)>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영화 또한 게임처럼 초대작의 센세이셔널한 반응으로 이후 수십 년간 명맥을 이어 가고 있다.
하지만 ‘게임 원작 영화’가 잘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걸 몸소 보여 주는 듯,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영향력이나 흥행과 비평 등 모든 면에서 뒷걸음질 쳤다. 가장 최근 나온 게 5년 전이었다는 점에서 서서히 잊히는 시리즈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편 게임은 올해 초 30주년 기념작이자 아홉 번째 타이틀이 출시되어 압도적인 흥행과 평가를 받았다.
그에 힘입은 듯 영화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이 개봉하여 25년 역사의 시리즈를 뒤흔들 만한 엄청난 흥행과 더불어 압도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감독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것 같은데, 원작의 광팬으로도 알려진 잭 크레거다. 그는 <바바리안> <웨폰>으로 미국의 젊은 호러 거장으로 우뚝 섰다.
택배 하나 들고 라쿤 시티로
의료 전문 택배 기사 브라이언은 세인트 조지 종합병원에 도착해 심장인지 간인지 모를 배달품을 건네고 돌아가려던 찰나 장거리 특급 배송을 맡는다. 목적지는 산속의 라쿤 시티 종합병원, 돈을 많이 받을 테니 좋긴 하나 문제는 가는 길이 눈에 덮여 있고 험난하며 아무래도 여자친구가 임신인 것 같단다.
가는 길에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을 치어 버린 그, 그냥 갈 수 없으니 당사자를 찾아 옆자리에 태우고 병원으로 향한다. 경찰 검문에 걸려 이실직고한 뒤 사고자를 경찰차에 태워 보냈는데, 이내 경찰차가 뒤집히고 경찰은 죽어 있다. 곧 사고자가 쫓아오더니 괴물인 양 그를 위협한다. 위협을 피해 라쿤시티로 향하는 브라이언, 하지만 그 사고자가 다시 그를 쫓아와 위협한다.
그런데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것이 사고자의 모습이 기이하다 못해 괴물 같다. 다른 사람을 자신의 몸에 합쳐 놓았다. 뭔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있던 찰나 그를 도와주는 이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다름 아닌 브라이언의 배달품을 찾고 있었던 것. 하지만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그들도 끔찍한 최후를 맞고 마는데… 브라이언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중요하다는 배달품을 잘 건넬 수 있을까?
원작을 복제하지 않고 계승하다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은 부제에도 명시했듯 모든 게 시작된 그날 밤이 주 배경이다. 다만 다른 모든 게 오리지널에 가깝다. 스토리, 캐릭터 등에서 원작과는 다소 거리를 두려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역대 최고의 ‘레지던트 이블’ 영화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원작의 유산을 존중하고 계승하려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잭 크레거가 초첨을 맞춘 부분이 ‘호러 서바이벌’인 만큼 원작 게임의 특장점을 충실히 따르고 또 보여 주려 했다. 라쿤 시티의 겨울, 주인공의 성장, 1인칭 시점 등이 그렇고 점점 더 강해지는 적에 맞서 주인공 또한 권총에서 샷건, 기관총까지 무기가 업그레이드되는 것도 그렇다. 또한 원작 팬들만 알아챌 수 있을 이스터에그들이 영화 곳곳에 반갑게 자리하고 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배달을 완료하려는 주인공의 투철한 직업정신이 ‘서바이벌’을 담당하고 그를 계속 쫓아다니며 더 강해지는 빌런의 괴물 같은 모습이 ‘호러’를 담당한다. 주인공 아닌 이들이 모조리 죽어 나가는 와중에 사람과 사람이 합쳐져 해괴망측한 모습으로 거듭난 빌런이 위협하니, 죽이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뿐이다. 좀비 액션에서 바디 호러까지 섭렵한 모양새다.
게임을 몰라도 빠져드는 ‘호러 서바이벌’
시리즈 영화들이나 원작 게임을 몰라도 즐기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택배 기사가 라쿤 시티 종합병원으로 뭔가를 배달하면서 기괴한 일에 맞닥뜨린다는 이야기로, 영화로 들어가는 진입 장벽이 낮다. 대신 마치 게임하는 듯한 감각을 게임 자체에 심어 놓았다. 주인공으로 하여금 퀘스트를 하나씩 깨 나가는 것 같게 하는 것이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부는 호러 열풍, 소수의 팬만 향유하는 마니악한 장르에서 탈피해 인간 본연을 다루면서도 재미의 본질도 최대치로 뽑아 내니 완벽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 작품도 그 자장 안에 있다.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자장이 아닌 ‘할리우드 대세 호러’라는 자장 안에 있다는 뜻이다. 거기에 적절하게 가미된 블랙코미디적 요소까지.
종합해 보면,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을 두고 게임 원작을 스크린에 잘 구현한 웰메이드 장르물이라고 단순하게 정리할 순 없겠다. 연출, 각본, 프로듀서까지 겸한 잭 크레거가 원작의 레거시를 존중하지만 자신만의 감각으로 오리지널리티를 부여해 만든 웰메이드 호러 영화에 가깝다. 새로운 방향성을 부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작을 충실히 구현해 내는 게 능사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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