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빅 치킨: 패스트푸드의 배신>

닭은 전지구상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많이 사육되는 육상 동물이다. 지방이 적고 친환경적이며 건강한 식품으로 여겨진다. 나아가 업계는 이 닭을 고객들이 거부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매년 780억 마리의 닭이 도살되고 닭고기 산업의 가치는 자그마치 2,500억 달러에 이른다. 값도 저렴하고 맛도 탁월한 패스트푸드 프라이드치킨을 즐기는 취향 때문일 것이다.
영국의 유명 스탠드업 코미디언 모 길리건은 스탠드업 코미디와 프라이드치킨 없이는 못 산다고 한다. 그는 30여 년 전부터 치킨을 즐겼는데 이후 치킨 산업은 급성장했다. 영국만 놓고 보면 전국적으로 6천 개 이상이다. 현재 영국 초등학생 36%가 비만이나 과체중인데 치킨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가금류 사육이 환경에 큰 타격을 준다는 경고도 있다.
치킨에 대한 논쟁이 극에 달한 이때 모 길리건은 자신의 건강을 걸어 실험에 뛰어들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빅 치킨: 패스트푸드의 배신>이 그 이야기를 다룬다. 남런던에서 미국 남부까지 온갖 종류의 패스트푸드 치킨을 28일 동안 아침, 점심, 저녁으로 먹어 신체와 마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내려 한다. 치킨이 정말로 우리를 파멸로 이끄는지 알아내려 한다.
맛있는 치킨 뒤에 숨겨진 거대 산업의 민낯
패스트푸드 치킨, 먹을 때는 맛있고 행복한데 10일째가 넘어가자 잠을 못 이루고 감정적으로 요동친다. 외롭고 기분이 가라앉는다. 부종, 복통, 설사가 이어지고 몸이 둔해지며 심지어 약에 취한 느낌까지 있다. 전형적인 중독 증상이다. 강한 만족감을 주고 금방 사라진다. 몸에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찾게 된다.
한편 미국인 1,900만 명, 영국인 120만 명이 식품 사막에 살고 있다. 몸에 좋지 않은 음식, 즉 패스트푸드처럼 초가공 식품만 많은 곳을 말한다. 주로 가난한 동네인데, 영국에선 가장 가난한 동네의 패스트푸드점이 부유한 동네보다 5배 많다. 사람들의 건강을 망치는 의도된 설계라는 의심을 떨치기 힘들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일 수 있는데 미국, 영국의 치킨은 대부분 공장식 농장에서 온다. 이른바 '빅 치킨'은 몇몇 닭고기 공급 대기업들을 가리킨다. '빅 테크' 기업들이 떠오른다. 미국을 대표하는 '타이슨푸드'는 수직 계열화 모델을 구축했다. 공급망의 모든 단계를 소유한 것이다. 이 회사가 큰 성공을 거두자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업체들이 그 모델을 따라 했다.
하지만 문제가 산적하다. 노동 환경이 심각한데, 아이들을 불법 고용하고 화학물질이 가득한 곳에서 안전장치 없이 일한다. 화장실 길 시간도 주지 않으며 현장에서 죽는 경우도 다반사다. 또한 닭고기 농장의 배설물과 폐기물 문제도 심각한데, 유독가스가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다. 인공 비료와 살충제의 경우 토양을 척박하게 하고 결국 사라지게 하는 주범이다.
치킨을 끊기 어려운 사회, 불행은 누구의 몫인가
닭고기 산업, 너무 커져서 거침이 없다. 전 세계인들이 매 순간 찾아 먹고 사랑해마지 않으니 거대 산업 뒤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점을 이용해 온갖 짓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다큐가 보여 주는 것들은 단면에 불과하다. 실상은 더 나쁠지도 혹은 더 좋을지도 모른다.
그래봐야 치킨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모는 치킨 먹다가 미칠 것 같다고 한다. 치킨을 그만 먹고 싶고 그 이면을 그만 알고 싶다고 한다. 치킨 먹는 게 더 이상 행복하지 않고 오히려 불행하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헤야 할 건 해야 했기에, 치킨 먹기 실험은 점점 탐사 보도 형식으로 나아간다. 독특한 지점이다.
28일 동안 매일 삼시세끼를 치킨을 위주로 패스트푸트만 먹었더니 체중이 3킬로그램, 허리둘레는 3.8센티미터가 늘어났다. 지방이 쌓였고 특유의 명랑함이 줄어들었다. 당뇨 수치가 올라가 이 상태로 계속 패스트푸드를 먹으면 심각한 병을 유발할 것이다.
문제는 패스트푸드가 일상인 이들, 일상일 수밖에 없는 식품 사막에 사는 이들이다. 특히 아이와 청소년들의 경우 오직 ‘맛’을 위해 만들어진 초가공 식품 패스트푸드를 멀리하기 힘들다. 그들에게 문제가 생긴다는 건 후대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이고 곧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 다큐의 시작은 활기찼으나 끝은 우울하기 짝이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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