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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18번의 그랜드슬램, 그리고 암과의 싸움… 두 전설의 마지막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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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크리스와 마르티나: 마지막 세트>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크리스와 마르티나: 마지막 세트> 포스터.

 

세계 프로 테니스는 그랜드슬램으로 불리는 4개 메이저 대회(윔블던, US, 호주, 프랑스)가 주름잡는다. 이 중 하나라도 우승하면 역사에 길이 남고 영웅 대접을 받는다. 하여 역사적으로 시대를 지배한 이들은 세계 랭킹 1위 기간보다 그랜드슬램 우승 횟수로 판단하는 것이다. 남녀 각각 10명 안팎이다.

스포츠에서 당대 또는 역대 최고에 이르면 독보적이든지 라이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라이벌이라고 해도 완벽하게 서로 백중지세를 이루긴 힘들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쫓는 한편 가끔 맞수가 되어 준다는 정도 랄까. <삼국지>에서 오나라의 주유와 촉나라의 제갈량의 관계가 가장 적당하다. 주유는 분명 한 나라를 떠받칠 만한 재목이나 제갈량은 시대를 떠받칠 만한 재목이니 말이다.

여기 세계 테니스 역사에 길이남을 라이벌리를 형성한 이들이 있다. 그들은 함께 1970~80년대 여자 테니스계를 양분했다. 미국의 크리스 에버트, 체코 출신의 미국인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가 그들이다. 남자 테니스의 경우 21세기를 화려하게 장식한 빅 3(로저 페러더, 라파엘 나달, 노박 조코비치)가 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크리스와 마르티나: 마지막 세트>가 1970~80년대 크리스 에버트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를 조명한다. 그들의 화려한 경력과 이면의 고민을 자세히 풀어낸다. 한편 그들의 지금, 비슷한 시기에 암에 걸린 둘의 이야기도 조명한다. 그들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암도 잘 이겨냈을까?

코트를 지배한 두 명의 전설 

1970년대 테니스는 남자들 전성시대였다. 이전의 로드 레이버, 켄 로즈웰, 로이 에머슨, 존 뉴컴 등의 뒤를 이어 비외른 보리, 이반 렌들, 존 매켄로 등이 1980년대까지 주름잡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여자 테니스에도 마거릿 코트, 빌리 진 킹 등이 있었으나 새 시대의 새 얼굴이 필요했다.

그때 10대 나이로 혜성같이 나타나 무지막지한 실력과 빼어난 외모로 테니스계를 평정한 이가 있으니, 바로 크리스 에버트다. 그녀는 단숨에 최정상으로 올라갔고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단적인 예로, 그랜드슬램 출전 60회 동안 단 4번을 제외하고 모두 4강에 오르는 신화적인 꾸준함을 보였다.

크리스가 최정상을 달리고 있을 때 그녀를 위협하는 유일한 이가 나타났으니,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다. 그녀는 오직 '타도 크리스'의 일념으로 훈련하고 경기에 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조국의 정치적 문제로 꽤 오래 코트를 떠나 있었던 그녀는 처절한 훈련으로 각성한 후 '타도 크리스'를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서로를 넘어야 했던 가장 뜨거운 라이벌

크리스와 마르티나, 마르티나와 크리스가 가히 전 세계를 사로잡을 만큼의 라이벌리를 형성한 건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이었다. 그들은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자주 맞붙었는데, 14번이나 맞붙어 마르티나가 10승을 거뒀고 크리스가 4승을 거뒀다. 공교롭게도 둘 다 똑같이 그랜드슬램 18승을 이룩했으니, 희대의 라이벌 관계인 게 분명하다.

둘의 라이벌리는 경기 밖에서도 이뤄졌는데, 크리스가 오직 테니스뿐인 '얼음 공주'였다면 마르티나는 테니스 안팎으로 '철녀'의 이미지가 강했다. 크리스가 정석적으로 테니스 로열로드를 걸어왔다면, 마르티나는 지난한 우여곡절 끝에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여러모로 정반대였으니 언론이 라이벌로 자리 잡기가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사적으로 우정 어린 관계였다. 정점의 크리스가 마음을 열었고 마르티나가 구김살 없이 대했다. 오래 지속되진 못했으니, 크리스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마르티나를 애써 멀리하려 했기 때문이다. 프로의 세계, 그것도 최정상의 세계에서 당연하다면 당연한 모습이라 하겠다.

마지막 상대는 테니스가 아니라 삶이다

시간이 흘러 70대에 들어선 그들은 각각 난소암과 인후암, 유방암 진단을 받아 투병했다. 힘들다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암 투병 생활을 둘은 서로 격려하며 극복했다. 거기에는 상대를 이기고 세상을 이기고 자기 자신까지 이겨야만 가능한 최정상에 수없이 올라본 경험이 그 둘 모두에게 있기 덕분이겠다.

오래된 이야기를 다시 꺼내드는 이유는 어떤 식으로든 현재와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의 싱그럽고 강인한 젊은이들은 더 이상 없지만, 그때의 찬란하고도 드높은 영광은 많이 퇴색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때의 투철한 정신력으로 암을 이겨내고 삶을 계속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늙고 지치고 아프지만 아름답다.

우아한 중년 아닌 노년의 모습이 크리스와 마르티나에게 보인다. 늙음은 그들의 주름 짙은 외모에서만 엿볼 수 있을 뿐 태도와 자세, 마음가짐과 분위기 등 어느 면에서도 늙음을 엿보기 힘들다. 그들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를 열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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