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엘 차포를 체포하라>

2016년 1월, 멕시코 해병대 특수부대가 시날로아 카르텔의 수장 엘 차포 호아킨 구스만을 잡고자 대규모 작전을 벌여 그의 거처를 급습한다. 부하들을 죽이거나 체포했으나 정작 엘 차포는 잡을 수 없었다. 최측근 엘 초로와 함께 하수도를 통해 탈출하는 데 성공하고, 지나가는 차량을 탈취해 도망친다.
한편 연방경찰 카르모나는 아내의 셋째 임신 소식을 듣고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고자 야간 근무로 전환한다. 첫 야간 근무의 파트너로 타 지역에서 온 로살레스와 함께하는데, 그는 소문이 그리 좋진 않다. 그래도 무사히 밤을 지새우고 날이 새고 있을 때, 도난 차량으로 의심되는 차 한 대를 멈춰 세운다.
차에서 내리는 이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수배범이라 단정할 수 있는, 엘 차포였다. 두 경찰은 절체절명의 선택에 내몰리는데, 체포하면 조직원들이 벌떼같이 몰려와 그들과 가족들이 무사하지 못할 테고 체포하지 않으면 경찰로서 직무유기인 동시에 그 때문에 나라가 계속 피폐해질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마약왕도 궁지에 몰리면 한 명의 인간일 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엘 차포를 체포하라>는 2016년 엘 차포 재체포 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실제로 그는 교도소를 탈옥해 도망 다녔는데, 해병대가 작정하고 실행에 옮긴 대대적인 작전이 아닌 경찰관들의 불심검문으로 우연히 붙잡혔다. 문제는 그를 붙잡고 난 후였다.
당대 최고의 마약왕을 한가로운 도로 위에서 붙잡은 두 경찰, 지원 병력이 올 때까진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멕시코 경찰이 믿을 만한가 하는 의구심과 더불어 과연 누가 이 거물을 잡으러 와 줄까 하는 생각까지 드는 것이다. 그래서 택한 곳이 외딴 모텔, 방 한 개를 잡고 카르모나와 엘 차포 둘만 들어가 지원군을 기다린다.
멕시코 사회는 물론 공권력조차 마약에 휘둘리고 또 잠식된 상황, 두 경찰이 어찌해 볼 수 없거니와 그들이 직업윤리를 뒤로한 채 엘 차포에게 뇌물을 먹고 풀어 준다 해서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끝끝내 버텨서 체포한 건 그 자체로 위대한 일이다. 헤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던 것도 맞으니 말이다.
그런가 하면 엘 차포는 허름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도망치는 주제에 협박을 일삼고 뇌물로 회유하려 할 뿐, 굴지의 마약왕으로서 카리스마 있고 중후하며 화려한 모습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그도 궁지에 몰리면 나약한 인간에 불과한 것이다.
체포하는 순간 시작되는 진짜 위기
엘 차포를 체포한 직후 두 경찰 사이의 갈등이 영화의 첫 번째 하이라이트다. 체포해서 데려가는 게 경찰로서 당연한 일이겠으나, 자신들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목숨까지 위태로워질 게 분명했으니 모른 채 보내 주는 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카르모나는 체포하자는 입장이고, 로살레스는 체포하지 말자는 입장이다.
엘 차포와 카르모나 둘이 외딴 모텔의 방에 들어가 있을 때가 두 번째 하이라이트다. 카르모나는 엘 차포를 감시하는 한편 바깥의 동태를 살피며 지원군을 기다리고 있다. 그로선 피 말리는 상황인데, 엘 차포의 회유와 협박이 날아든다. 조직원들이 그의 집을 급습해 가족들을 인질로 삼기 시작하니, 어찌해야 하는가?
우리나라를 포함해 비영어권에서 1위를 차지한 흥행 성적이 세 번째 하이라이트다. ‘마약왕’ 이야기는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콘텐츠임에 분명하다. 이 영화의 경우 마약왕의 화려한 삶을 보려 주거나 경찰(또는 군인)과 마약 카르텔 간의 리얼한 총격전을 보여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카테고리의 다른 글
| 18번의 그랜드슬램, 그리고 암과의 싸움… 두 전설의 마지막 세트 (0) | 2026.09.11 |
|---|---|
|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그는 정녕 아동 성추행범이었나? (1) | 2026.08.26 |
| 무엇에든 베팅할 수 있다는 '예측 시장', 금융인가 도박인가 (0) | 2026.08.18 |
| 논란이 다분하지만 사고였을까, 치밀하게 계획된 살인이었을까 (0) | 2026.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