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모성 본능>

2020년 10월 9일 미국 텍사스주 디캘브의 도로 위, 한 여성이 911로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한다. 아기가 나오고 있으니 구급차를 보내 달라고 말이다. 근처에 있던 경찰이 다가가니, 35분 전에 아기를 낳았고 아이다벨 병원으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녀는 갓난아기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아기는 숨을 쉬지 않았다.
구급차를 타고 아이다벨 병원에 도착한 그녀와 아기, 하지만 외관상으로도 초음파와 HCG 호르몬 검사 결과로도 그녀는 임신한 것 같지 않았다. 결국 질 내부를 들여다봐야 했고, 아기를 낳은 몸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끝까지 자신이 직접 낳은 아기라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이야기는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발랄하고 털털하고 예쁘기까지 한 여자, 테일러가 시골남자 웨이드와 만난다. 그녀는 자신이 대부호 할머니에게서 큰돈을 받을 거라고 하며, 돈 때문에 엄마와 사이가 매우 좋지 못하다고 했다. 집안의 불화가 끊이질 않았다. 그럼에도 둘은 잘 아울리는 한 쌍으로 보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모성 본능>은 테일러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2019년 웨이드를 만난 후 2020년 그날까지. 그녀는 어떤 말을 했고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도대체는 그녀는 누구인가. 왠지 모를 꺼림칙함에서 시작해 불안, 초조, 걱정이 감화되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짓으로 이어진다.
발랄하고 싹싹, 씩씩한 그녀가 이상한 이유
테일러의 남편과 시부모, 친구, 회사 동료, 클라이언트까지 다방면의 관계자들이 인터뷰에 응했는데, 하나같이 하는 말이 그녀를 처음 봤을 때 굉장히 괜찮았다는 것이었다. 누구 하나 그녀를 보고 그녀에게 빠지지 않는 이가 없었다. 발랄하고 싹싹하고 또 씩씩하니 자연스레 좌중을 압도한다.
그렇게 그녀와 이어진 사람들은 결정적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그녀의 정체에 대해 왈가왈부한다. 누구는 갸우뚱하고, 누구는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누구는 애써 모른 척하고, 누구는 아무렴 어떠냐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구도 그녀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녀에겐 언제나 안개가 껴 있었다.
그녀는 할머니에게서 자그마치 8백만 달러를 받을 거라고 했고, 아직 돈은 없지만 뭐든 사들이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거대한 땅을 4백만 달러에 사들이려는데, 역시 아직 돈은 없지만 계약까지 나아간다. 하지만 할머니에게서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어느 날, 그녀는 임신을 한다. 병원 서류도 있으니 명명백백 사실이었다. SNS에 만삭 사진도 올리고 초음파 사진까지 공유하며 성별 공개 파티까지 연다. 하지만 그녀는 과거 자궁 적출 수술을 받은 후 더 이상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몸이라는 게 밝혀진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도리를 알 수 없는 와중에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고 그녀는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는 것이다.
과연 모성이란 무엇인가?
테일러는 도를 넘는 심각한 허언증으로 30개 넘는 가짜 자아를 만들어 셀 수 없는 조작으로 주위 사람들을 휘둘렀다. 더 이상 조작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을 때, 현실을 파괴해 버리는 선택을 한다. 그것도 본인의 현실이 아닌 타인의 현실을 파괴함으로써 자신의 조작된 현실을 유지하려 했다. 악마가 할 짓이 아닌가?
이쯤에서 제목 ‘모성 본능’을 들여다본다. 그녀는 아이를 향한 집착, 아니 자신을 향한 만인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계속되길 바라는 빙퉁그러진 광기를 ‘모성 본능’으로 포장하는 짓을 저질렀다. 모성의 숭엄함을 짓밟은 것이다. 모성을 둘러싼 철학적·역사적 논의가 이어지는 지금, 모성이란 무엇인가?
많은 범죄 다큐멘터리가 작품이 다루고 있는 주요 사건의 가해자를 직접 등판시키는 강수를 둔다. 관련자뿐만 아니라 당사자에게서 직접 이야기를 듣는다는 게, 흥미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경우 가해자의 자발적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허언증과 가짜 자아로 점철된 그녀의 말을 들어 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작품을 일별하면, 여타 범죄 다큐를 압도할 만한 극적 요소가 많지 않다. 최후반부 단 하나의 치명적인 사건을 향해 빌드업을 쌓는 식이다. 하여 가해자의 직접적 이야기보다 관련자들의 다양한 간접적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다분히 의도된 연출일 텐데, 범죄 다큐이자 반전 스릴러로서도 훌륭하게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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