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다이너스티: 머독 가문>

루퍼트 머독, 유일무이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자타공인 글로벌 '미디어 거물'이다. 그는 미국도 영국도 아닌 오스트레일리아(호주) 태생으로, 아버지가 이른 나이에 사망하고 물려받은 크지 않은 신문사로 호주 언론계를 장악하다시피 했다. 이후 영국에 진출해 우여곡절 끝에 <뉴스 오브 더 월드>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기사로 화제를 뿌렸다.
호주와 영국을 점령한 그, 다음 단계는 미국이었다. 전격적으로 <뉴욕 포스트>를 인수해 이전과 완전히 다른 성격의 신문으로 탈바꿈시키더니 발행부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동시에 영향력도 한껏 끌어올렸다. 이후 그가 향한 곳은 방송국, 기존의 3사(NBC, CBS, ABC)와 완전히 다른 류의 FOX를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는 왕이 되었다.
그에겐 두 번째 아내 '애나'와 네 아이들이 있었다. 첫 번째 부인 사이에서 낳은 장녀 '프루던스', 애나와의 사이에서 낳은 '엘리자베스' '라클란' '제임스'까지. 그렇게 '머독 가문'을 이뤘다. 프루던스는 일찌감치 가업 승계 프로젝트에서 빠졌다. 그녀는 자신의 분수를 알았고 피 튀기는 승계 전쟁에 참전할 자신이 없었다.
남은 세 명은 각각 야망 있고, 명민하고, 똑똑했다. 각각 자신의 방법으로 아버지의 눈에 들길 원했다. 하지만 노회한 루퍼트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자식들에게 눈길조차 잘 주지 않았기에, 그들은 가문의 후계자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정되어 있었다. 후계자 경쟁 구도를 루퍼트는 즐기는 듯했던 반면, 애나는 걱정했다.
루퍼트 머독의 네 아이들, 승계 전쟁의 서막
루퍼트는 자신이 직접 평생 일군 미디어 제국을 죽음 이후 계속될 유산으로 생각하고, 그 유산을 가장 잘 유지시킬 수 있는 자녀로 라클란을 택한다. 즉 그의 뜻을 실행할 적임자로 여긴 것이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아빠 바라기'로 루퍼트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며 그를 닮고 싶어 했다. 루퍼트가 모르는 바 아니었으니, 자신은 늙고 아이들은 컸을 때 정했다.
엘리자베스는 영국의 sky에서 큰 성공을 거두나 루퍼트의 여성 차별 일환으로 칭찬은커녕 오히려 핀잔만 듣는다. 그녀는 아버지에게서 독립해 자신만의 회사를 설립한 후 언젠가 다시 돌아오리라 마음먹는다. 라클란의 경우 20대 초반에 루퍼트의 호주 제국을 통째로 물려받는다. 승계 작업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제임스의 경우가 상당히 독특하다. 독립 힙합 레이블을 차렸는데 루퍼트가 사 버리더니 그를 회사로 부른다. 이후 그는 적자에 시달리던 홍콩의 STAR TV로 가서 흑자로 돌려놓는 성과를 거둔다. 루퍼트의 눈 밖에서 눈 안으로 들어온 것. 와중에 라클란은 미국 본사로 들어와 경영진으로 있었는데, 주요 임원들과의 마찰에서 루퍼트가 그의 손을 들어주지 않자 사임해 버린다.
그렇게 2000년대 중반이 되면 제임스가 승계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그는 회사를 자기 입맛대로 바꾸려 하며 기득권층에 다가가려 하니, 루퍼트의 심기를 건드린다. 그때 호주에 가 있던 라클란은 독자적으로 큰 사업을 성공시킨다. 루퍼트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머독 가문의 미래를 가늠할 큰 사건
머독 가문의 승계 전쟁을 보고 있노라면 유명한 걸작 미드 <석세션>이 떠오른다. 절대 권력의 노회한 아버지가 여전히 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네 자녀가 따로 또 같이 아버지의 눈에 띄고자 발 벗고 뛰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운 한편 안쓰럽기도 하다. 언젠가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할 텐데, 이후 그룹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그런 식으로 승계 전쟁을 치르는 게 맞는지?
그러던 2010년대 초반, 머독 제국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른바 '휴대폰 해킹 사건'이다. 그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진 유명인 해킹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그것도 살해당한 10대 소녀의 휴대폰을 해킹해 마치 그녀가 살아 돌아올 것처럼 꾸며 보도한 사건이다. 도를 한참 넘어 버린 이 사건으로 루퍼트는 영국에서 철수해야 했다. <뉴스 오브 더 월드>는 폐간되고 만다.
유럽 지역을 총괄했던 제임스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운다. 그는 큰 인수 건을 목전에 두고 있었고, 성공하기만 하면 해킹 사건에도 불구하고 후계자 구도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조차 어그러지고 만다. 한편 엘리자베스는 다시 아버지 루퍼트 곁으로 왔지만 자리가 없었다. 그녀는 완전히 독립한다.
라클란의 입지가 점점 단단해지고 루퍼트도 점점 그에게 관심을 쏟으려던 찰나, 머독 가문 신탁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루퍼트에겐 의결권이 4개뿐이고, 자식 4명이 각각 1개씩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이 신탁을 둘러싼 공방이 머독 가문의 미래를 가늠할 것이었다.
머독의 미디어 제국을 뒤흔드는 스캔들
루퍼트의 커리어가 말년으로 가는 2010년대, 머독의 미디어 제국은 안팎으로 계속되는 스캔들로 크게 흔들렸다. 휴대폰 해킹 사건뿐만 아니라 연이은 미투 스캔들, 루퍼트의 이혼과 재혼, 도널드 트럼프 집권, 20세기 폭스 매각 등이 줄을 이으며 루퍼트 리더십이 흔들린 것이다.
와중에 라클런과 제임스의 승계 전쟁은 계속되었다. 라클런의 뒤에는 루퍼트가 있었고, 제임스는 엘리자베스와 프루던스를 등에 업고 있었다. 루퍼트는 죽음을 맞기 전에 라클런 일극체제를 완성하고자 가문의 신탁을 바꾸려는 '쿠데타'를 시도하지만 난항을 겪는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제임스, 엘리자베스, 프루던스가 원하는 건 뭘까? 승계 전쟁의 승리일까, 막대한 돈일까.
루퍼트 대의 머독 가문은 전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막대한 부와 권력을 이룩했지만, 정작 가문 내의 관계는 산산이 흩어졌다. 그건 루퍼트 머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자신의 뜻을 이루고자 만든 미디어 제국이기 때문이다. 결코 가문이 최우선이었던 적이 없다. 제국의 통치자는 단 1명이어야 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루퍼트를 제외한 머독 가문 일원은, 그중에서도 특히 라클런과 제임스는 상당히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똑똑하고 명민하다지만 번번이 실패해 루퍼트를 실망시킨다. 정작 성공을 거듭한 엘리자베스는 염두에조차 두고 있지 않는다. 그의 사후 미디어 제국을 라클런에게 완벽하게 맡겼다지만, 왠지 못 미더운 건 왜일까. 루퍼트 때문인가, 가문의 문제인가, 개인의 자질에 따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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