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멕시코 1986>

제13회 1986 월드컵은 본래 콜롬비아에서 개최되기로 확정되었다. 10년도 더 전에 확정된 사안이었다. 그런데 참가국이 그 사이에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늘어났고, 콜롬비아에 경제적·정치적 소요들이 겹치며 개최를 포기하고 만다. FIFA는 빠르게 개최국을 물색해야 했고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멕시코가 참전한다.
멕시코축구협회의 평직원 마르틴 데라토레는 다신 오지 않을 천재일우의 기회라 여기고 멕시코축구협회장 자리에 올라 자국에서 월드컵 개최를 실현하겠다는 거대한 포부를 천명한다. 그래서 찾아간 이는 테레비사의 거물 에밀리오 아스카라,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그 자리에서 그는 회장의 자리에 오른다. 그리고 주저 없이 이혼을 단행한 후 내연녀 수잔나에게 간다.
데라토레는 1986 월드컵 개최 자격을 따오고자 스위스로 향한다. 특유의 자신감을 대동해 온갖 감언이설, 그리고 막대한 자금을 풀어 로비에 박차를 가한다. 하지만 미국은 헨리 키신저를 비롯 펠레까지 대동할 만한 재벌 2세의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멕시코를 위협한다. 과연 데라토레는 성공할 수 있을까? 개최 자격을 가져왔다고 해도 여러 경제적·정치적 문제가 산적한 멕시코에서 월드컵을 잘 개최할 수 있을까?
월드컵 개최를 향한 한 남자의 거대한 승부
제23회 2026 북중미 월드컵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개최했다. 한일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 공동 개최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저 삼국은 1986 월드컵 개최의 경쟁 사이였는데 40년이 지나 공동 개최하게 되었다. 한편 멕시코는 역사상 처음으로 1970년, 1986년에 이어 월드컵을 3회 개최한 나라가 되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멕시코 1986>은 1986 월드컵을 기어코 따내는 데 절대적 일등공신이었던 멕시코축구협회장 마르틴 데라토레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런데 이 사람, 실존 인물이 아니다. 당시 주요 관계자들을 뒤섞어 만든 가상의 인물이다. 그럼에도 실감 나는 건 당대 실제 이야기에 그가 잘 버무려진다는 데 있다.
하여, 이 영화는 무엇보다 마르틴 데라토레 개인의 이야기다. 그는 비록 평직원이었지만 솔직함과 저돌성을 앞세워 소수의 권력자뿐만 아니라 다수의 대중을 설득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집념 어린 능숙함으로 사람들을 휘어잡아 그 자리에 올랐고 월드컵도 유치할 수 있었으며 우여곡절을 지나 개최까지 이룰 수 있었다.
영화가 비단 그만의 이야기인 건 아니다. 그는 당대 멕시코를 비추는 거울로도 기능한다. 주지했듯 멕시코 또한 경제적·사회적·정치적으로 대혼란의 시기였기에 월드컵을 개최할 능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데라토레는 그럴 때일수록 전 세계적 이벤트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월드컵이야말로 최고의 이벤트라 확신했으며, 멕시코에 크게 이바지할 거라고 봤다.
혼란의 멕시코, 월드컵으로 나라를 바꾸려 하다
지금이야 멕시코는 최소 본선 진출에 16강은 가 주는 강팀 중 하나지만, 당시만 해도 실력도 실력이나 무엇보다 일반 국민에게 인기가 없었다. ‘축구가 밥 먹여 주냐’ 하는 식이었다. 즉 잘하나 못하나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와즁에 월드컵을 개최하고 또 성공시키기까지 한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한 사람, 일개 개인이 세상을 바꾼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불가능해 보이나 예나 지금이나 세상을 바꾸는 건 한 사람, 일개 개인인 경우가 많다. 이 영화가 말하려는 것도 거기에 있을 텐데,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 독특하다. 마냥 ‘멕시코’를 찬양하며 그 역사의 한 페이지에 오롯이 기대려는 짓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영화는 대단하고 일면 위대하기까지 한 일을 해낸 데라토레를 복합적인 인물로 그린다. 그의 사생활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편함을 양산할 정도이고, 그가 열의를 갖고 하는 일의 과정은 부정부패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니 마냥 좋게만 볼 수 없다.
그러니 영화 속 데라토레는 가상 인물로서 완벽하게 작동하는 만큼 자유분방하고 어디로 튈지 알기 힘들다. 그런 한편 한 개인이 어느 정도까지 능력을 발휘하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지 엿보게도 한다. 시대의 명확한 한계에 휘둘리는 면모도 볼 수 있으니, 다층적이고 다채롭다 하겠다. 이야기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니 캐릭터를 따라가 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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