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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개를 훈련하던 그녀, 정작 통제하지 못한 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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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훈련사>

 

영화 <훈련사> 포스터. ⓒ마노엔터테인먼트

 

쏘아보듯 잔잔한 눈빛으로 개를 훈련하는 이하영, 그녀는 방송에도 출연할 정도로 유명한 훈련사다. 구름 캠프를 운영하며 별 탈 없이 지내고 있는데, 소설가 남편 윤호가 아이를 낳자고 조른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 소라가 불쑥 찾아와 일자리를 주라고 한다. 그녀는 살인죄로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풀려나자마자 언니에게 온 것이었다.

하영은 남편과 소장에게 언질도 하지 않고 소라를 집에 들이고 캠프에 취직시킨다. 아무리 그녀가 집의 가장 노릇을 하고 캠프의 소유자라고 해도 너무 독단적인 처사이긴 했다. 소라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남자를 죽였는데 그 정도가 지나쳤다고 수감되었다니, 윤호는 호기심이 생긴다. 그즈음 하영은 소라 방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지켜보기 시작한다.

캠프에 큰일이 일어난다. 뉴스에서 보도하길, 떠돌아다니지만 주인이 있어 보이는 맹견이 산책 중인 견주를 물고 그의 강아지를 물어 죽였다는 것이었다. 하영은 자기가 직접 훈련했던 ‘두부’라는 걸 알고 누구보다 먼저 포획하고자 길을 나서는데… 소라가 말하고 싶어 하는 그날, 어릴 적 집이 불탄 그날의 진실은 무엇일까. 하영과 소라, 그리고 그들과 엮인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흘러갈까.

애매모호한 관계가 만들어 내는 서늘한 긴장감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영화아카데미(KAFA)는 지난 10년 넘게 한국 독립영화계를 지탱해 왔다. 신예 감독들을 배출하며 제작에도 참여해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와중에 최근 몇 년간은 여성 감독들이 주도했다. 좋은 평가를 받았거니와 흥행에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 영화 <훈련사>도 그 좋은 예다.

KAFA 출신의 서은선 감독이 이 영화로 데뷔했는데, 해외 유수의 영화제들에 진출해 호평을 받았다. 다만 흥행 성적은 저조했다. 콘셉트, 분위기, 연기, 연출 등 모든 면에서 평균 이상이었으나 확고하게 내세울 만한 단 하나의 요소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애초에 이 영화가 추구하는 바 중 하나가 ‘애매모호함’이었으니.

그런데 바로 그 애매모호함이 영화의 동력이자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를 보게 하는 힘이다. 화영과 소라의 관계, 화영 그리고 소라가 따로 또 같이 만드는 타인과의 관계, 화영과 소라 그리고 떠돌이 개 두부와의 관계 등 다양한 관계의 모습들이 모두 명확하지 않다. 덕분에 심리 스릴러로서의 불안하고 불쾌한 분위기가 확립되었을 것이다.

사람은 사람을 훈련할 수 있는가

의미심장한 제목을 들여다보자. ‘훈련사’는 외형상 하영이 훈련사로서 개를 훈련하고 통제하는 걸 의미한다. 천만 반려견 시대지만 여전히 많은 견주들이 자신의 개들을 오롯이 통제하지 못한다. 그러니 하영 같은 훈련사가 필요하고 그런 이들이 많은 인기를 끌며 또 추앙받는 것이다.

하나 더 들여다보면 하영이 주위 사람들을 통제하고 또 훈련하려 한다는 걸 볼 수 있다. 캠프 소장, 캠프 수의사 그리고 남편까지 그녀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녀의 카리스마에 불복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소라가 오면서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너무나도 정형화된 하영과 달리 그녀는 너무나도 자유분방해 보이니까 말이다.

영화의 핵심이 바로 그 미묘한 균열 속 애매모호한 관계의 역설이다. 그동안에는 하영에 의해 철저하게 각이 잡혀 구획되어 있었는데, 한 꺼풀 벗겨 보니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이 동물은 통제해도 사람이 사람을 통제할 수는 없는 듯, 사람 사이의 관계는 결국 사람에 의해 재정립되기 마련이다.

서은선 감독, 차기작에서도 칼날 같은 서늘함을 맛보고 싶다. 마구잡이로 풀어 볼 수 없고 함부로 해석할 수 없는 미묘함을 맛보고 싶다. 몇몇 사이의 인간관계를 넘어 사회적으로 작동하는 관계의 보다 큼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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