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굿바이, 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영국 배우 케이트 윈슬렛은 1990년대 데뷔 후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며 시대를 대표할 만한 작품들에 이름을 올렸다. 아카데미에 7회나 노미네이트 되었을 뿐만 아니라 수상하기도 했으니 연기력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타이타닉> <아바타> 등 역대급 흥행작에도 주요하게 출연했다.
그리고 제작에 이어 감독으로도 데뷔하기에 이르렀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굿바이, 준>이 그 작품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그의 아들 조 앤더스가 19살 나이에 영국 국립영화텔레비전학교에서 완성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연출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그녀를 비롯해 헬렌 미렌, 토니 콜렛,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등의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바 지극히 자연스러운 연기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한 해 중 가장 따뜻해야 할 크리스마스 시기에 한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지켜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크리스마스 2주 전, 가족은 다시 모였다
크리스마스를 2주 앞둔 어느 날, 준이 쓰러진다. 같이 살고 있던 막내아들 코너가 911에 신고한 후 몸이 불편한 아버지 버나드까지 챙겨 병원으로 향한다. 그러곤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둘째 누나 줄리아와 셋째 누나 몰리에게 알린다. 그렇게 오랜만에 한데 모인 체셔 가족, 의사에게서 천천병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3년 동안 암과 싸운 준, 잘 넘긴 줄 알았으나 항암 치료가 오히려 독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크리스마스를 넘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할 것 같다고 했다. 충격에 빠진 가족, 하지만 준 앞에서는 슬픔을 참아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쏜살같이 흐른다. 그리고 베를린에서 살고 있는 별난 첫째 딸 헬렌이 소식을 듣고 온다. 그녀는 당황스럽게도 임신한 상태.
실로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가족, 그러나 삐걱거린다. 아내가 죽어가고 있는데도 별생각이 없어 보이는 아버지가 못마땅한 막내아들, 번듯한 직업을 가진 줄리아가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자신만 못하다고 생각해 마주치기만 하면 달려드는 몰리, 와중에 과하게 자유분방한 헬렌의 행동은 모두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 곧 다가올 준의 죽음 앞에 체셔 가족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죽음을 기다리는 가족’이라는 불편한 진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일가족이 한데 모여 그동안 쌓인 앙금을 풀고 가족 전체가 성장한다는 이야기의 영화들은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물론 반대로 처참하게 갈라지기도 할 테다. 하지만 경험해 본 현실은 그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다르진 않다. 언제 그랬냐는 듯 지나가고 그저 살아갈 뿐이다.
<굿바이, 준>의 경우 조금 다르다. 돌아가신 후가 아니라 2주간의 초단기 시한부가 예상되지만 정신은 멀쩡한 준과 실로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이는 가족의 이야기다. 극 중에서도 줄리아가 어이없는 듯 말하지만 ‘준이 죽기를 기다리는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들 그녀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해 줄 수 있는 건 없다.
영화는 시간적 배경이 크리스마스인 점도 한몫한 듯 분위기를 밝게 이끌지만, 들여다보면 가족들 모두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죽음의 때가 정해졌지만 죽음이 처음인 준, 아내이자 엄마인 준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하고 그 이후를 생각해야 하는지 모르는 가족들은 막막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하는 것이다.
현실 같지 않지만, 현실이었으면 싶은 이야기
가족 간의 문제가 가장 풀기 힘들다고 한다. 명확한 원인이 없을뿐더러 어디서부터 어떻게 문제가 시작되었는지 알기 힘들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아무렇지도 않게 묻히고 지나치고 주워 넘기는 경우가 허다했을 것이다.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거라 어른이 되어 되집기도 저어 된다. 그래서 솔직하고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영원히 풀리지 않는다. 일단 한 자리에 모이기도 힘드니까 말이다.
그러니 앙금이 쌓인 가족 간에 감정을 제대로 푸는 건 돌아가신 가족을 위한 게 아니라 사실 앞으로 살아갈 가족을 위한 것이다. 즉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리라. 그런 면에서 <굿바이, 준>은 전체적으로 나이브한 편이다. 적나라하게 또 깊이 있게 파고들어 가지 않고 간결하게 빠르게 해결한 뒤 모두가 다 좋은 쪽으로 향한다.
현실적이라고 하긴 힘드나 현실이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든다. 언젠가 가족 간에 쌓인 감정의 앙금을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몸이 추우니 마음까지 추워지기 쉬운 추운 겨울에 제격인 영화다. 케이트 윈슬렛의 감독 데뷔는 나름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면서도 자못 탄탄한 만듦새를 선보였다고 봐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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