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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문학을 사랑한 소녀, 진실의 펜을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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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신입기자 토롯코>

 

영화 <신입기자 토롯코> 포스터. ⓒTCO㈜더콘텐츠온

 

토코로는 문학을 사랑해마지 않는 소녀다. 그녀는 코노하라는 작가를 동경하는데, 사쿠라바 학원 고등학교에 제적 중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입학한다. 그리고 문예부에 들어가고자 시험을 보는데 하필 신문부의 정찰 드론이 머리에 부딪히는 바람에 기회를 놓친다. 거기에 코노하의 정체를 아무도 모른다는 게 아닌가.

토코로는 문예부 부장 사이온지의 명을 받고 문예부 입부를 조건으로 신문부에 잠입한다. 신문부가 코노하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토코로는 문예부가 아닌 신문부 신입기자가 되어 활동을 시작한다. 신문부 부장 스기하라는 믿기지 않을 만큼 신문에 진심이고 또 실력도 출중하다.

토코로는 처음에는 신문부를 단순히 도구로 생각하고 스기하라를 이상한 사람으로 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신문의 매력에 이끌리고 스기하라의 진심을 느낀다. 그럼에도 사이온지의 명을 따라야 했기에 스기하라를 몰래 미행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알게 된 비밀, 그건 다름 아닌 코노하와 사이온지 사이의 일에서 촉발된 사쿠라바 학원 고등학교 자체의 치명적 비밀이었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힘

 

풋풋함 어린 애절함을 무기로 청춘의 한 시절을 그리는 대만 청춘 성장 영화와 다르게 일본 청춘 성장 영화는 중점이 되는 사건이 도사리고 있거나 주요 배경이 되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신입기자 토롯코>도 그런데, 고등학교 신문부라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고 학교를 통째로 뒤흔들 만한 사건이 도사리고 있다.

제목을 보면 '토롯코'라는 단어가 보이는데, 신문부 부장 스기하라가 토코로를 잘못 부르는 게 아니라 일본의 신문 업계에서 쓰이는 단어란다. '신입 기자'를 말하는데, 지금은 거의 쓰지 않으니 스기하라의 신문을 향한 진심이 엿보인다. 토코로에게 신문부나 신문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을 터였다.

토코로의 여정을 보니 인생이라는 게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고 어떤 식으로 흐를지 알 수 앖으며 누구를 만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걸 새삼스레 느낀다. 큰 그림을 그리되 디테일에서 정답은 없고 속도보다 방향을 우선시하며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나 싶다. 문예 작가가 절대적 꿈인 토코로가 기자가 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문학과 진실, 이상과 현실의 충돌

한편 영화는 주지했듯 학교를 통째로 뒤흔들 만한 사건이 도사리고 있다. 그게 하필 토코로가 동경해마지 않았지만 정체불명의 코노하와 관련이 있다는 게 충격이다. 그 또는 그녀는 무슨 일에 휘말린 걸까. 혹시 정체가 불명하다는 것과 연관되어 있을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문예, 그러니까 문학은 예술 방면의 정수 중 하나로 순수의 결정체이자 인문학의 총체로 칭송받는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온갖 비리와 연결되기 쉽다. 사람들이 칭송해마지 않는 문학의 위대함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 영화의 주요 사건이 문학과 관련된 비리가 아닐까 싶다.

그럴 때면 학생과 학생이 적이 되어 서로를 못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나는데,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어른이 개입되어 있다. 어른이 스스로의 욕망을 통제하지 못한 채 아이들을 조종하고 이간질해 서로 반목하게 만든다. 이 영화에도 여지없이 질 나쁜 어른이 빌런으로 등장한다.

진실을 쓰는 법을 배운 소녀

토코로는 중학교 시절 선망해마지 않은 '문예'가 이리저리 휘둘리며 불미스러운 일을 겪는 모습을 지켜본다. 얼떨결이지만 신문부에 들어가 직접 파헤친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일부분이 무너지지 않았을까. 아무리 어리다고 하지만 한때 삶의 모든 것이었던 게 이런 모습일 수도 있다니 말이다.

그런가 하면 똑같은 글쓰기지만 사실을 기반으로 진실을 파헤치는 '신문'이 그녀의 마음속으로 들어간다. 언론의 위대함은 따로 더 말해야 무엇하랴. 토코로로선 무너진 뒤 다시 일으켜세우는 과정이다. 이제 막 10대 후반에 들어서는 나이이니 만큼, 자의든 타의든 다양한 경험을 해 보는 건 좋은 일이다.

<신입기자 토롯코>는 전형적인 일본 청춘 성장 영화였다. 캐릭터와 스토리, 사건 양상과 교훈까지. 그러니 전형적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데 재밌었다. 앞뒤 없이 들이대고 처절하게 쓰러져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종종 보고 싶고 또 나를 일으켜세우는 촉매제 역할을 하지 않는가. 이런 영화들은 계속 찾아올 거고 그때마다 찾아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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