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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예쁘고 날씬해지기 위해 도대체 무슨 짓까지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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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어글리 시스터>

 

영화 <어글리 시스터> 포스터. ⓒ해피송

 

근세의 북유럽 스웨덴 어딘가, 레베카가 두 자매 엘비라와 알마를 데리고 오토의 집을 방문한다. 둘은 곧 결혼식(재혼)을 올리곤 오붓하게 모여 앉아 케이크를 자르며 식사를 하려는데, 갑자기 오토가 피를 토하며 쓰러져 죽는다. 그러곤 몇몇 사람이 들이닥치더니 돈을 몰수해 간다. 한순간에 빈털터리가 된 모녀, 그리고 죽은 오토의 딸 아그네스(신데렐라).

'못생기고 뚱뚱한' 엘비라는 평소 왕자와 결혼하는 게 꿈이었는데, 때마침 국왕의 전보가 온다. 무도회를 열고 왕세자 줄리안의 신붓감을 찾는다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돈이 절실히 필요했던 만큼 레베카는 딸을 데리고 바로 전문가를 찾는다. 일단 교정기를 빼고 코를 고치기로 한다. '위대한 변화'를 위해 마취도 하지 않은 채 무지막지한 수술을 시행한다.

그렇게 엘비라는 괴기스러운 모양의 코 보호대를 착용한 채 의붓동생 '예쁜' 아그네스와 함께 무도회 개막 공연 준비를 맡은 예절학교로 향한다. 주연 1명과 조연 2명으로 단 3명만 기회를 부여받을 것이었다. 아그네스는 당연한 듯 1차 합격, 엘비라는 엄마의 돈으로 1차 합격에 성공한다. 그러곤 그녀는 결국 '마음껏 먹어도 살이 찌지 않게 하는' 촌충알을 먹고 만다. 한편 아그네스에겐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으니…

 

더 예뻐지고 날씬해지기 위해서

 

전 세계적으로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조 원에 달한다. 국내에선 '위고비'가 비만 치료제와 동일어로 여겨질 만큼 절대적인 위상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젭바운드'와 양강 체제다. 두 제품의 모기업은 치열하게 경쟁하며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와중에 뜬금없이 '촌충알'이라는 기생충의 알이 각광받은 적이 있다.

일명 '촌충알 다이어트'는 한때 가짜뉴스로 꽤 널리 퍼진 적이 있는데 영화 <어글리 시스터>에서도 못생기고 뚱뚱한 주인공 엘비라가 극단적 다이어트를 위해 섭취한다. 살아 있는 생물을, 그것도 기생충을 섭취해 몸속에서 살아가길 바라는 게 단순히 엽기적인 행위임을 넘어 어떤 마음일지 궁금할 지경이다.

엘비라는 하나의 꿈이 있었다, 왕자와 결혼하는 꿈. 그런데 자신은 못생기고 뚱뚱하니 꿈으로 그칠 뿐이다. 그때 엄마가 나선다. 딸을 부추겨 왕자와 결혼할 수 있다며, 성형수술을 하게 만든다. 그런 한편 왕자와의 무도회 준비를 위한 예절학교 선생님은 촌충알을 건네며, 내면의 아름다움을 밖으로 꺼내는 행위가 성형이고 중요한 건 외모가 아니라 마음이라고 설파한다.

나쁜 행위를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한 교묘한 술수다. 그것도 멋있고 예뻐 보이는 사람이 하는 말이니 더욱더 좋은 것 같고 또 주는 것을 받아야 할 것 같고 하라는 것을 해야 할 것 같다. 엘비라는 그저 꿈을 꿨을 뿐이고 주위에서 꿈을 이룰 수 있다니 무턱대고 따라 했고 행복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게 한꺼번에 무너질 게 뻔하지 않은가.

 

각종 욕망이 투영된 도구로서

 

혼자라면 하지 않았을 것들, 주위에서 부추기지 않았으면 하지 않았을 것들, 속이 문드러지고 내면이 파괴된다는 걸 알았으면 하지 않았을 것들. 비단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에서도 다이어트를 위해 촌충알을 먹고 성형수술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남과 비교하며 이기려고 한다. 그런데 외모에서 '이긴다'는 개념이 있는가? 누가 만들었는가? 기준은?

한 번 들어서면 끝이 없다. 완벽한 외모는 존재하지 않기에 고치기로 마음먹었다면 어느 순간 남도 중요하지 않고 나조차 중요하지 않게 된다. 그저 '더' 예뻐지고 날씬해지기 위해 계속 나아갈 뿐이다. 문제는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지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고 나갈수록 몸과 마음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했으면 엘비라는 왕자를 쟁취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는 <신데렐라>를 보면 왕자는 신데렐라를 선택한다. 이복 언니들이 제아무리 예쁘게 치장해도 신데렐라의 아름다움 앞에 무용지물이다. 여기선 못생기고 뚱뚱한 외모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뿜어져 나오는 광채, 그건 평생 갈고닦은 내면에서 비롯된 것일 테다.

그래도 안타까운 건 역시 엘비라다. 그녀는 엄마 레베카의 빙퉁그러진 돈을 향한 욕망, 성형 전문가의 기술적 욕망, 예절학교 선생님의 실적에의 욕망이 투영된 도구였을 뿐이다. 그들은 모두 그녀가 결국 어떻게 될지 알고 있었을 게 분명하다. 반면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몰랐을 게 분명하다. 인간이 욕망에서 벗어나는 길은 참으로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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