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오리지널 리뷰]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시즌 1>

2003년 어느 날, 사람의 뇌를 조종해 광폭한 좀비로 만드는 기생 곰팡이가 전 세계를 덮친 와중에 목수 일을 하는 조엘은 딸 사라를 잃는다. 그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는다. 20년 후, 사업 파트너 테스와 함께 보스턴 격리구역에서 밀수 일로 돈을 벌고 있는데 파이어플라이 조직과 얽힌다. 그들은 반정부 조직으로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들이 조엘과 테스에게 제안한 건 여자아이 엘리를 콜로라도의 연구 시설로 무사히 데려가 달라는 것, 그녀는 감염자에게 물렸으나 감염이 되지 않는 면역자로 인류를 구할 백신의 열쇠가 될 수 있었다. 물론 모종의 거래가 있었고, 그들은 엘리를 미국 독재 군부가 다스리는 보스턴 격리구역 밖으로 데려가 무법 지대를 횡단해 콜로라도 연구 시설로 데려가기로 한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라는 것, 감염자는 물론 비감염자도 수없이 죽여야 한다는 것, 일행 중 누군가는 죽거나 감염자가 될 수 있다는 것, 정작 콜로라도까지 갔는데 아무도 없을 수도 있다는 것 등을 염두에 둬야 했다. 그들은 과연 이 험난한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최고의 비디오 게임이 최고의 시리즈로
PS3에서 PS4로 넘어가기 직전, 2013년에 나온 희대의 명작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압도적인 호평과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전설을 새로 쓴다. 올해의 게임상을 휩쓸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 비디오 게임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되었고 2010년 최고의 비디오 게임에 선정되기도 했다. 명실상부 역대 최고의 비디오 게임에 이름을 올렸는데, 영상화를 추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미국 최고의 드라마 왕국 HBO에서 손을 뻗었고 게임 출시 10년 만인 2023년에 시즌 1이 찾아왔다. 원작 게임의 크리에이터이자 각본가 닐 드럭만이 제작, 연출, 각본에 참여하는 파격 행보로 화제를 뿌렸고 공개와 동시에 원작 게임레 버금가는 호평과 흥행 성적을 선보였다. 그동안 공식 루트로 볼 수 없었던 우리나라는 쿠팡플레이 덕분에 온전히 볼 수 있게 되었다.
기생 곰팡이, 그것도 어딘지 익숙한 동충하초에 의해 인류의 상당수가 감염된 상황에서, 오래전 딸을 잃고 살아갈 이유가 없어진 중년 남자와 세상이 망한 이후에 태어나 독재 국가의 군사 조직에서 훈련을 받다가 감염자에게 물려 파이어플라이에게 붙잡힌 여자아이의 여정이 그 자체로 흥미를 자아낸다.
그들은 서로를 믿지 않을뿐더러 적대시하기까지 했는데 어떻게 함께 목숨 건 여정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특히 조엘과 테스 입장에선 엘리가 모종의 거래에 따른 물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무사히 배달해 주면 되는 대상일 뿐이다. 그러니 인간적인 유대 관계가 쌓일 리 만무해 보인다.
망해 버린 세상의 유일한 희망이란
바로 그 인간적인 유대 관계, 조엘과 엘리 사이에 조금씩 피어나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망해 버린 세상에선 더 이상 찾기 힘든 인류애가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시즌 1>의 핵심이다. 위험한 감염자를 처단하고자 더 잔혹해지고 위험해진 집단들 사이에서 인간적이라느니, 유대 관계라느니, 인류애라느니 하는 건 하등 쓸모가 없다고 여겨진다. 그런 와중에 조엘과 엘리는 희망인 것이다.
엘리야말로 면역자인 만큼 인류 전체의 희망일 수 있다. 그녀 하나만 희생해서 백신을 만들면 온 인류가 암흑에서 빠져나와 빛의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고, 진짜 희망은 조엘과 엘리의 조금씩 끈끈해지는 유대 관계에서 파생되는 인류애라고 말한다. 인류애야말로 새로운 세상으로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온 힘을 다해 전하고 있다.
점점 타인과 세상, 심지어 가족과 자신에게도 무관심해 가고 있는 와중에 이 끔찍한 암흑세계 이야기가 전하는 바는 많은 생각을 수반한다. 생존이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심지어 생존이 전부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는데, '인간'이 희망이라니 너무 나이브한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죽이지 않으면 죽고 마는 세상에 놓인 이들의 리얼해 마지않는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은 들지 않을 테다.
얼마 전 영화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게임 원작 실사화 역사상 유례없는 흥행을 써 내려갔다. 그 이전에 드라마 시리즈 <더 라스트 오브 어스>가 있었다는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 화제성부터 시작해 연출, 연기 그리고 평가와 흥행까지 거의 모든 면에서 최상위를 기록했으니 말이다. 더 이상 콘텐츠가 없다고들 하는데, 세상은 넓고 할 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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