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마인크래프트 무비>
게임의 실사화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93년에 나온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최초로 치는데 시작과 동시에 쫄딱 망해 버렸다. 이듬해 나온 <스트리트 파이터>가 만회하며 게임의 실사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그 이듬해 나온 <모탈 컴뱃>으로 회룡정점을 찍었다. 2000년대 들어선 <툼레이더> <레지던트 이블>이 활약했으나 이후 오랜 침체기로 들어선다.
그러던 2010년대 중반 들어서 기지개를 켰는데, <워크래프트>부터 시작해 <램페이지> <명탐정 피카츄> <슈퍼 소닉> <언차티드> <던전 앤 드래곤> <프레디의 피자가게>로 이어졌다. 2020년대 들어선 대부분이 흥행에 성공했고 머지않아 '대박'이 날 거라 확신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나온 '마인크래프트' 원작의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개봉과 동시에 역대 게임 실사화 영화 중 압도적 흥행 1위를 기록하는 등 수많은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며 날아오르고 있다. '마인크래프트'로 말할 것 같으면 정해진 목적과 스토리 없이 오직 플레이어의 상상으로 세상을 직조하는 게임으로, 3억 장 이상 팔렸고 유튜브 조회수 1조 회를 돌파했다.
창의성만이 모든 것의 근원인 오버월드
1989년 게임 챔피언이었지만 지금은 파리만 날리는 게임숍 주인 개릿은 숍을 찾아온 소년 헨리와 연이 닿는다. 한편 헨리에겐 누가 나탈리가 있는데, 그들은 엄마를 잃고 낯선 이곳으로 달랑 둘이 이사를 오게 되었던 것이다. 나탈리는 일을 하고 헨리는 학교를 다니며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한편 부동산 중개업자 던이 그들을 돕는다.
헨리는 괴짜스러운 행동으로 괴롭힘을 당하곤 했는데 혼자의 힘으로 로켓을 만들기도 했을 정도다. 그는 개릿의 숍에 들렀다가 개릿이 우연히 발견한 '큐브'를 우연히 발견하고 자기도 모르게 이끌려 폐광산으로 향한다. 그리고 헨리를 찾는 나탈리와 그녀를 도우려는 던이 함께 폐광산으로 온다. 그렇게 개릿, 나탈리, 헨리, 던이 함께 새로운 세상 오버월드로 향한다.
그곳은 모든 게 네모로 되어 있는 세상, 마음먹은 대로 뭐든 할 수 있다. 그런데 만만치 않다. 느닷없이 좀비가 쫓아오지 않나, 말하는 돼지 종족이 쳐들어오지 않나. 위기에 빠졌을 때 스티브가 도와줘 모면하는데, 그가 말하길 지하세계 네더의 마녀 여왕 말고사가 큐브를 찾아 오버월드를 어둡게 뒤덮으려 한다는 것이다. 일행은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기 위해 달고사를 무찔러야 했다.
현실 세계에서 적응하지 못한 이들
오버월드로 들어온 이들의 면면을 보면 현실 세계에서 결코 행복하지 못했다. 스티브의 경우 상처 어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른이 되어선 지루한 일상을 보내며 무기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개릿의 경우 수십 년 전의 영광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현실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했다. 헨리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고 말이다.
그들은 창의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현실에 지쳤던 게 아니었나 싶다. 상상하는 게 현실로 옮겨지는 경험의 과정에서 이런저런 사정으로 상처를 받은 것이다. 그런 찰나 창의성만이 모든 것의 근원인 세상 '오버월드'에 오게 되었으니 활약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원재료만 있으면 상상하는 그대로 네모 형태의 무엇이든 눈앞에 나타나니 말이다.
혹자는 그 세상에 아무런 감흥을 받지 못할 것이지만 혹자는 그 세상으로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비단 현실 세계가 내 상상대로 되지 않거니와 세상이 상상을 공상이나 망상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대급부가 아니라, 그저 그 세상이 너무나도 매력적이기도 하다. 상상의 크기가 곧 세상의 크기라니.
이 영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들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주지했듯 '마인크래프트'를 기반으로 하지만, 영화 자체로만 보면 수많은 영화의 핵심들을 가져왔다. 오버월드는 <반지의 제왕>의 느낌이 물씬 풍기고 현실 세계는 <나니아 연대기>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뿐만 아니라 어드벤처를 기본으로 뮤지컬, 공포, 로맨스까지 온갖 장르를 오가며 정신없이 내달리니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영화의 뭔가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텐데 스토리상 개연성을 포기했다. 우연에 우연이 계속되는 식으로 연유를 간략하게나마 끼워 넣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이유에는 스티브 역의 잭 블랙 역할이 지대했다. 영화의 온갖 장르 핵심을 담당하니 그가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다. 개릿 역의 제이슨 모모아가 소란스럽게 망가지는 모습도 한몫했다.
이 영화는 아이들의 부모가 아닌 아이들을 핵심 타깃으로 설정한 것 같다. 보통의 이런 류 작품들보다 더 자극적이고 잔인하며 B급 병맛 냄새가 강하게 풍겨온다. 북미에선 바로 그 지점이 정확하게 먹혀 들어가며 역대급 화력을 뿜어내고 있는 중인데 과연 한국에선 어떨까 싶다. 마인크래프트는 우리나라에서도 한 달에 1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등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는 만큼 실사 영화의 흥행도 어느 정도 기대해 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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