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칠드런스 트레인>
하나의 나라지만 남북, 동서 등으로 나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극심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탈리아야말로 가장 심각한 축에 속하는 나라로 대체로 남부보다 북부가 훨씬 발전되어 있다. 비단 예전뿐만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비슷한 모양새다. 그러니 북부의 분리독립 주장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큰일이 있은 후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지기 마련일 텐데,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이탈리아도 다르지 않았다. 남부는 더욱더 살기가 힘들어졌고 북부는 상대적으로 괜찮았다. 하여 이탈리아 공산당과 이탈리아 여성 연합의 주도하에 '행복 열차' 캠페인을 시행한다. 7만 여 명에 달하는 남부의 가난한 아이들을 북부로 1년여간 보내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받도록 한 것이다.
'칠드런스 트레인'이라고도 불인 이 캠페인은 외형상 남부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를 주자는 목적이었지만 궁극적으로 '이탈리아는 하나다'라는 슬로건을 만천하에 퍼트리기 위함이었다. 어느 모로 보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거라 생각하지만, 들여다보면 어린 나이에 가족과 분리되는 경험으로 심리적 정서적 불안을 야기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칠드런스 트레인>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남부의 나폴리와 북부의 모데나를 오간 8살 소년 아메리고의 이야기를 세심하게 따라간다. 그는 어떻게 나폴리에서 모데나로 향했고 누구의 보살핌을 받았으며 어떤 환경에서 어떤 교육을 받았을까.
이탈리아 공산당이 추진한 행복 열차 캠페인
1946년 이탈리아 나폴리, 아메리고는 엄마 안토니에타와 단둘이 극심한 가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 엄마가 있으니까 괜찮다. 그런데 안토니에타는 그렇지 않다. 아들을 보살필 여력이 아예 없다. 결국 공산당이 추진하는 행복 열차 캠페인에 참여해 아메리고를 북부로 보낸다.
모데나로 향하는 아메리고, 비단 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아이들이 북부로 향해 뿔뿔이 흩어진다. 아메리고는 끝까지 남아 있다가 혼자 사는 데르나가 어쩔 수 없이 데려간다. 데르나에겐 오빠 내외가 있었고 그들에겐 네 아이가 있었다. 아메리고는 조금씩 환경에 적응해 나간다. 하지만 1년 후에는 남부로 돌아가야 했다.
아메리고는 데르나의 오빠가 알려주는 대로 바이올린에 눈을 뜬다. 다른 아들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지만 아메리고가 눈을 반짝이니 바이올린을 사주기까지 한다. 하지만 금방 1년이 가고 남부로 돌아간다. 막상 꿈에 그리던 엄마가 있는 집으로 돌아오니 엄마 안토니에타는 여전히 생존에의 열망뿐이다. 아메리고는 실의에 빠지고 마는데…
그 아이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응원한다
같은 나라지만 터무니없이 다른 환경, 진정 하나가 되려는 노력은 계속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이탈리아에서 시행한 행복 열차도 그 일환이다. 남부의 가난한 아이를 짧은 기간 북부로 보내, 아이에겐 새로운 경험을 부여하고 부모에겐 아이와 다시 살 수 있는 여력을 준비하는 시간을 부여한다. 여러모로 매우 건설적인 캠페인이라고 본다.
특히 아이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이자 경험이다. 평생 가난에 시달리는 건 물론이고 오직 생존을 위한 일밖에 알 수 없고 할 수 없는 처지에서, 마치 새로운 세상에서 새롭게 태어난 것처럼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지낼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1년 뒤에는 다시 돌아가야 하기에 외형상 다를 것 없는 삶이 계속될지 모른다. 아는 게 힘일지 독일지 그에게 달린 것이다.
아메리고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응원한다. 엄마 안토니에타 곁에 남아 잠깐 동안의 큰 경험을 발판 삼아 먹고사는 데 어려움 없이 살고자 노력해도, 데르나에게 돌아가 비록 고향을 등지고 엄마를 저버리면서 바이올린 연주자의 꿈을 품고 열심히 노력해도, 뭐든 좋다. 그의 선택과 결정과 인생을 나무랄 이는 없을 것이다.
영화는 1946년 이탈리아 당대를 비춘다. 남북 간에 거의 모든 면에서 극심한 차이를 보이는 면이 부각되는 한편 이데올로기적 갈등이 계속되고 남녀 차별도 존재한다. 전쟁 직후라 사회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면이 있는데, 문제는 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남북 문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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